#5대 거래소 불러서 군기 잡는다고?

#루나 사태 핵심은 '업빗썸' 아닌 바이낸스

#옥죄기냐, 선물 허용이냐...이제는 결정해야


가상자산 루나 폭락 사태를 본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이 바빠졌습니다. 당장 루나에 투자한 사람들이 피해를 호소하면서 검찰이 한동훈 법무부장관 지시로 부활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집니다. 

정치권에서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오늘(23일) 국회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루나 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은'이라는 주제로 긴급 세미나가 열립니다. 내일은(24일) 긴급 당정간담회가 열립니다. 이 자리에는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시중은행과 실명확인 가상계좌 계약을 맺고 서비스 중인 소위 '5대 거래소' 대표들이 참석합니다. 


5대 거래소 불러서 군기잡는다고 '루나 사태' 해결 안된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합니다. 5대 거래소 대표를 불러서 루나 사태에 대해 어떤 질의를 하려는 걸까요?

CI=테라
CI=테라

정작 사태의 당사자인 테라폼랩스의 대표나 실무진을 간담회에 부르지 못했습니다. 가상자산에 대해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여러 전문가들이 수차례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외칠때는 등한시하더니, 결국 소를 잃은 다음에야 외양간을 고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물론 외양간은 고쳐야 합니다. 소를 잃었다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으면, 다시는 소를 키울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고치는 방식이 잘못되면 안됩니다. 먼저 진단부터 제대로 해야 올바른 처방을 할 수 있습니다.

길게 돌아왔습니다. 결론은 국내 거래소 대표들을 불러서 '군기 잡기'를 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루나 사태 핵심은 韓 거래소가 아니라 바이낸스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루나 사태의 핵심은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라고 입을 모읍니다. 가상자산 투자업계에선 루나 사태의 원인을 두고 해외 시세조작 세력이 해외 거래소를 통해 선물시장을 교란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테라의 달러 연동 시스템을 흔들어 루나 가격의 하락을 예측, 가격 폭락을 이끌었다는 것이죠.

/사진=바이낸스 홈페이지
/사진=바이낸스 홈페이지

이는 코인 선물시장을 용인하지 않는 국내 거래시장에선 아예 불가능한 일입니다. 오히려 국내 거래소들은 발빠르게 '루나'를 투자 유의 종목을 지정하며 투자자 보호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입출금을 막았느냐, 아니냐를 두고 논쟁을 할 필요도 사실 없습니다. 거래소들이 각자 기준에 맞춰 투자자 보호를 위해 노력한 결과는 국내 거래소들의 '루나' 거래량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최근 1주일 새 루나의 국내 거래량은 글로벌 전체 루나 거래량의 약 1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지난 주말 이틀간에도 루나 거래량의 약 60%는 바이낸스에서 소화됐습니다. 국내 거래소를 아무리 닥달해도 우리 국민들은 바이낸스에 가서 거래를 합니다. 이런 거래소들에게 루나 사태의 대응을 요구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입니다.

지난 20일 '루나'가 업비트에서 상장폐지된 이후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로 루나를 전송해서 거래하는 실정입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루나만 검색해도 여러 해외 거래소로 옮기는 방법을 안내하는 블로그 글들이 수두룩합니다.


강력한 옥죄기냐, 선물 거래 허용이냐...이제는 선택해야

설마 정부와 국회가 아직도 국내 거래소만 옥죄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국내를 옥죄면 당연히 이용자들은 해외로 떠납니다. 블록체인-가상자산 시장은 국경 없는 시장입니다.

그래픽=디미닛
그래픽=디미닛

이제 정부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옥죌거면 확실히 옥죄야 합니다. 지금도 국내 이용자들은 누구나 바이낸스 거래소에 접속할 수 있고, 바이낸스에서 선물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가상자산 선물 거래가 불법이라지만,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이낸스에서 선물 거래를 합니다. 단속을 강하게 하거나, 바이낸스 사이트를 차단해야 합니다. 그래도 우회접속을 하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는 있을 것입니다. 

정부가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싶다면, 오히려 규제를 풀어줘야 합니다. 국내 거래소들에게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선물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합니다. 그래야 이용자들이 바이낸스로 가지 않고 국내 거래소에서 투자를 할겁니다. 해외로 나가는 이용자를 국내에 남겨둬야 국내에서 투자자 보호도 할 수 있습니다.

루나 사태는 우리에게 여러 교훈을 줬습니다. 정부도 이제 선택해야 할 때입니다. '만만한' 거래소들만 불러서 '면피'할 생각만 하면 안됩니다. 그동안 왜 수많은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업권법을 얘기했는지, 업권법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는지,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라봅니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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