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두나무 대표/캐리커쳐=디미닛
이석우 두나무 대표/캐리커쳐=디미닛

 

국내 가상자산 1위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이례적으로 국회에서 루나 사태의 해결방안을 촉구해 이목이 쏠린다. 핵심은 국내 거래소가 아니라, 규제 회피지역에 본사를 둔 해외 거래소라는 점이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과 코인마켓 투자자 보호 대책 긴급점검' 간담회를 통해 "루나 사태와 관련해 가상자산 거래소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면 피해가 있을 것이라 판단, 수차례 공지를 통해 투자를 경고하고 투자자 보호에 힘써왔다"고 말했다. 또한 "테라폼랩스 쪽에도 투자자보호 책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사실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된 루나 거래량은 전체의 1%밖에 안된다"면서 "국외에서 마진 거래 통해 엄청난 규모로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바이낸스는 4000억원 규모의 수수료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같은 상황에도 국내거래소는 해외거래소와의 경쟁에 노출되면서까지 투자자보호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실 업계에선 정부의 뒤늦은 대책 마련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제2의 루나 사태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애초부터 국회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의미다. 이날 국회의 보여주기식 행사에 응한 것 역시 국내 거래소 뿐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코인 거래시장은 현물만 가능해, 투기 수요는 모두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해외 거래소 중 절대 다수가 조세회피처에 본사를 두고 있어 우리 정부의 소환이나 조사에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가상자산 투자업계에선 루나 사태의 원인을 두고 해외 시세조작 세력이 해외 거래소를 통해 선물시장을 교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테라의 달러 연동 시스템을 흔들어 루나 가격의 하락을 예측, 가격 폭락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는 코인 선물시장을 용인하지 않는 국내 거래시장에선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새 루나 코인의 국내 거래량은 글로벌 전체 루나 거래량의 약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태가 불거진 5월초에도 국내 거래소를 통한 루나 거래량은 1%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주말 이틀간에도 루나 거래량의 약 60%는 바이낸스에서 소화됐다. 최근 일주일간 바이낸스가 거둬들인 루나 거래 수수료만 무려 4000억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입출금이 막힌 빗썸 내 루나 거래량은 일평균 1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선물거래량 1위 업체인 바이낸스는 조세 회피처인 케이맨 군도에 형식적인 본사를 설립했지만 이용약관에 따르면 투자자 피해 관련 이슈는 '홍콩 국제중재센터(HKIAC)'에 요청해야하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규제에 응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이때문에 지난해 불거진 바이낸스 서버 장애 발생 당시에도 각국 정부는 자국 투자자들의 피해 현황조차 확인할 길이 없었다.    

결국 국내 코인 자금의 해외 선물시장 연동을 차단하거나, 국내 거래소 역시 정부 규제 하에 동등한 선물시장을 운영해야 투자 수요의 국내 이탈을 막을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국내에선 불법인 코인 파생시장이 해외거래소를 통해 연일 확장하고 있어, 업권법의 빠른 제도화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적은 돈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베팅 시스템이 해외시장에만 남아있다면, 국내 코인 시장은 빠르게 위축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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