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카카오모빌리티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가 핵심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의 2대 주주로 물러서는 보유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미 지분 일부를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방향으로 무게추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이에  반대하며 서명운동 재개에 나서 향후 노사 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대 주주로 물러서려는 회사, 반대하는 노조

6일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내 공지를 통해 "카카오가 모빌리티 지분을 상당부분 매각하는 구조는 검토조차 해본 적 없는 루머"라며 "검토하고 있는 부분은 10%대의 매각을 통한 카카오의 2대 주주로의 step down(지분 변경) 구조"라고 밝혔다.

배 CIO는 그동안 제기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에 대해 일부 인정하면서도, 회사를 파는 게 아니라 1대 주주 자리에서만 물러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각 검토 사실이 알려지며 카카오모빌리티 내부 동요가 심해지고, 카카오 노조도 단체행동을 예고한 점을 의식한 발언이다.

카카오 노조는 이날 매각의 최종 결정자로 알려진 김성수 카카오 코퍼레이트얼라인먼트센터장과 면담을 가졌으나, 서로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 측은 "카카오라는 기업 내에서는 더 이상 모빌리티 플랫폼의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언급하며 "사업의 성장을 위해선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 측은 사모펀드가 1대 주주가 될 경우 기존과 같은 성장은 물론 사회적 책임도 다하지 못할 것이라 주장했다.


촉망 받던 모빌리티, 왜 파나

카카오모빌리티는 미래 유망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모빌리티 분야의 국내 선두 플랫폼 기업이며, 지난해 모빌리티 스타트업 중 드물게 흑자 달성에도 성공하며 사업성도 입증해냈다. 그럼에도 카카오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고 결론 지으며 스스로 1대 주주 자리에서 물러나려 하고 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이번 매각 검토의 이면에는 카카오가 처한 현실이 반영돼 있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플랫폼과 브랜드를 기반으로 '카카오 공동체'로 불리는 자회사를 키우는 독특한 방식으로 지난해 초고속 성장을 달성했다. 특히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자회사들이 잇달아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며 카카오 공동체의 몸값은 천문학적으로 상승했다.

허나 이렇게 단기간에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카카오는 전과 다른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카카오의 성장 방식이 '문어발식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로 낙인 찍히며 기존의 성장 방식에 제동이 걸렸다. 이어 상장 기업 일부에선 임원의 주식 대량 매각으로 주가가 급락하며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이슈가 불거졌다.

카카오는 느슨한 스타트업 공동체 형태를 띄고 있는 탓에 이런 문제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올초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를 만들어 진화에 나섰다. 사실상 과거 삼성전자의 '미래전략실' 같은 조직이 생기면서 대기업 그룹사와 같은 체계가 만들어진 것. 이번 매각 시도 역시 CAC 주도로 이뤄졌으며, 카카오모빌리티 경영진은 아무런 결정권을 갖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안에서 모빌리티 성장 어렵다?

이런 어수선한 카카오에게 서민을 대표하는 직업군인 택시기사와의 갈등을 이어가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짐'이 되고 있다.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비판과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논란, 여기에 최근 하락장까지 겹치며 계획했던 IPO 역시 어려워지자 고육지책으로 꺼내든 카드가 '매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 측은 더 이상 카카오 테두리 안에서 모빌리티 사업을 키울 동력을 찾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배 CIO는 "때로는 부득이하게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서로의 방향성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전략에 상반된 입장을 가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카카오는 모빌리티서비스의 수익화와 사업영역 확장 그리고 나아가 IPO에 대한 사회의 우려를 경청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카카오는 주주구성의 변화로 2대 주주로 한발 물러서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독립을 응원하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더 큰 혁신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 보고 있다"며 "모든 대안과 전략을 더 넓은 시각으로 고민하다가 이번 주주구성 변경안도 검토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매각 여부 두고 카카오 계열사 촉각

카카오 측은 아직까지 매각에 대해 결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매각 여부는 여전히 결정된 바 없으며, 대내외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이해관계자 및 카카오 공동체의 성장과 사회적 책임을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CIO도 내부적으로도 매각하는 방안과, 계속 카카오 내에서 성장하는 안을 모두 고심 중이라 설명했다. 그는 "여전히 카카오의 한발 물러섬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앞으로의 전진을 위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고민과 카카오 공동체의 핵심 플랫폼인데 기존 대기업이 해왔던 방식대로 거대한 해외 경쟁사들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게 더욱 더 커지고 강하게 결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향배는 향후 카카오 공동체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계열사 임직원들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공동체를 지탱하던 성장 공식이 깨졌고, 이로 인한 유탄을 가장 먼저 맞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어떤 결론을 맺느냐에 따라 향후 조직의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은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전 공동체 임직원들과 힘을 모으겠다"며 "사회적 책임 조차 이행하지 않고 택시, 대리운전, 바이크 등 모빌리티 플랫폼을 정리하려는 카카오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계속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