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 '게임'이 사라졌다

#콘텐츠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게임 홀대 심각하다

#진흥 의지 없다면 주무부처를 과기정통부에 넘겨라


문화체육관광부가 2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세계일류 문화매력국가'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5대 핵심추진과제를 제시했다.

국민 품으로 돌아온 청와대를 살아 숨쉬는 청와대로 만들겠다는 첫번째 과제를 시작으로 경제 도약을 K콘텐츠가 이끌고 자유의 가치와 창의가 넘치는 창작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문화의 공정한 접근기회를 보장하고, 지역균형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 내용을 발표했다. 청와대를 랜드마크로 만드는 방안이나 4000억원 규모의 드라마 펀드를 조성하고 지식재산권(IP) 기업 육성을 위해 예산을 투입하는 것들도 중요한 정책이다. 장애예술인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문체부 업무보고에서 사라진 '게임'

그런데, 무언가 빠졌다는 느낌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보고 자료를 아무리 들여다 봐도 '게임'과 관련된 내용이 하나도 없다. 10장이나 되는 자료인데 게임이 없을리 없다. 혹시 못보고 지나친 것인가 싶어서 다시 봐도 역시 게임은 없다. 검색을 통해 '게임'을 찾아보니 '오징어게임'의 '게임'만 검색에 걸린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앞줄 왼쪽 네번째)을 비롯한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 사진=이성우 기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앞줄 왼쪽 네번째)을 비롯한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 사진=이성우 기자

게임산업 주무부처라는 문화체육관광부가 K콘텐츠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게임과 관련한 정책을 단 하나도 업무보고에 담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건 사실이다.

한류 주요 성과를 나열하면서 게임은 쏙 빼놨다. 대중음악,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웹툰만 한류의 역군으로 소개됐다. 콘텐츠 수출 증가율을 소개하면서 게임을 언급하지 않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최근 5년간 콘텐츠 수출 증가율이 연평균 18.7%라고 자랑하면서 여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게임산업을 빼놨다.

일각에서 노골적으로 '게임'을 지운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올만하다. 


블록체인 등 현안 수두룩한데...이럴거면 주무부처 바꿔야

게임산업에도 현안이 수두룩하다. 당장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모두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사행성 규정에 막혀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법 개정 등이 논의돼야 할텐데, 업무보고에 이런 내용은 쏙 빠졌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보고 자료 중 일부. 한류 성과 참고자료에 게임이 쏙 빠졌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 자료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보고 자료 중 일부. 한류 성과 참고자료에 게임이 쏙 빠졌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 자료

중국 게임 서비스 허가권인 '판호' 관련해서도 정부의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게임법 전부 개정 추진도 이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국게임산업협회를 방문해 국내 주요 게임사 CEO들을 만난 것이 이달 초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게임은 다양한 콘텐츠가 집약된 종합 문화 공간"이라며 "K콘텐츠의 글로벌 장악력을 따지면 단연 게임이 맨 앞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시대에 게임산업은 확실히 발전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주요 업무에 게임을 하나도 넣지 않았다. 게임산업을 진흥할 의지가 있는 부처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럴거면 그냥 게임산업 주무부처를 바꾸는게 좋다. 게임은 첨단 기술의 집합체다. 최근에는 디지털 휴먼이나 메타버스 등이 게임과 접목되고 있는 추세다. 문화체육관광부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게임산업 진흥을 전담하는게 좋지 않을까. 언제까지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 홀대'를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가. 

허준 기자 joo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