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들의 꽃대가 올라오면서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진=허준 기자
상추들의 꽃대가 올라오면서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진=허준 기자

올해 장마는 유독 긴 것 같습니다. 6월말부터 시작된거 같은 장마인데 7월말인 지금까지도 계속 비가 오락가락합니다. 특히 올해 장맛비는 소나기처럼 단기간에 엄청 쏟아붓더라고요. 갑자기 내리는 세찬 비바람에 늘 텃밭이 걱정입니다.

매일 텃밭 관리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회사에서 일을 하는 초보 농사꾼이 매일 텃밭을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저녁 약속이 연달아 있는 날이면, 2~3일은 텃밭을 보지도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장마철 텃밭...잡초는 자라고 비바람에 작물은 쓰러지고

게대가 올해 장마는 조금 특이합니다. 세차게 비를 퍼붓다가 다음날이면 갑자기 해가 쨍쨍하기도 합니다. 이런 날씨에 잡초들은 이때다 싶어 엄청 자랍니다. 2~3일을 텃밭에 나가 보지 않으면 잡초들이 점령한 텃밭을 보게 됩니다.

제 텃밭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바람에 쓰러진 고추와 파프리카들이 수두룩합니다. 쓰러진 고추와 파프리카들은 지지와 노끈으로 잘 묶어주고 북주기를 해줍니다. 뿌리가 노출되면 잘 자라지 못할텐데, 다행히 바로 발견해서 뿌리 노출은 막았네요. 

특히 파프리카들이 요즘 말썽을 많이 부리네요. 파프리카가 곳곳에 달리기 시작하면서 가지들이 이 파프리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땅으로 향해 축 쳐지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아마 제가 곁순제거를 잘 해주지 못해서 너무 많이 달렸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한 모종에서 7~8개가 달릴 정도로 엄청 커졌거든요. 

쿠팡에서 주문한 지지대 12개가 오로지 파프리카 가지들 지지 하느라 사용됐습니다. 아직은 초록색인 파프리카들이 부디 잘 자라서 빨간색, 노란색으로 잘 익어줬으면 좋겠네요.


꽃대 올라오는 상추는 이제 안녕, 옥수수도 시들해지기 시작

그동안 우리 둘째에게 간식거리를 자주 제공해줬던 방울토마토도 비바람에 통풍이 잘 되지 않았는지 서서히 말라가기 시작하더라고요. 사실 올해 방울토마토는 지지대와 노끈으로 제대로 위로 올라오도록 유도하지 못했는데도 꽤 많은 수확량을 보여줘서 고마웠습니다. 내년에는 정말 제대로 위로 유도해서 잘 키워봐야겠습니다.

벌을 무서워하지만, 텃밭을 하면서 벌의 고마움도 알게 됐습니다. /사진=허준 기자
벌을 무서워하지만, 텃밭을 하면서 벌의 고마움도 알게 됐습니다. /사진=허준 기자

상추는 벌써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상추는 꽃대가 올라오면 이제 수확은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옥수수도 수염이 시들해지면서 이제 수확할 시기가 됐을음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벌레들에게 점령당한 깻잎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아직도 버텨주고 있는 것은 고추와 파프리카, 그리고 대파와 가지 정도입니다. 아, 최근 가장 효자 작물은 호박입니다. 초반에 그렇게 애를 먹였는데, 지지대와 노끈을 다시 바꿔준 이후로 노끈을 잘 타고 올라와주더라고요. 벌써 4~5개의 큰 애호박을 수확해서 잘 먹었습니다.


텃밭을 하면서 벌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텃밭을 관리하다보면 벌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제가 어릴때 벌에 여러번 쏘인 기억이 있어서 벌을 정말 무서워하거든요. 그런데 텃밭을 하면서 가끔 벌들을 보면, 고맙다는 생각도 듭니다. 벌들이 열심히 수정을 도와줘서 열매가 열린다는걸 배웠기 때문입니다. 벌들이 열심히 일해야 열매도 잘 달린다는게 정말 신기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올해 벌들이 많이 사라졌다는 얘기를 들어보셨을겁니다. 실제로 작년과 비교해보면 우리 마당에 날아오는 벌들이 확실히 줄었다는걸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벌인데, 개체가 줄어들면 안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말벌은 무섭습니다. 최근에 집 아래 벙커형 주차장에 놔둔 책장 구석에 말벌 2마리가 아주 작게 집을 지어놨더라고요. 에프킬라와 배드민턴채, 그리고 집게를 사용해서 떼어내긴 했는데...더 커졌으면 119를 불러야했을지도 모릅니다. 말벌과의 전쟁은 정말...익숙해지지가 않네요. 

전쟁터가 된 텃밭을 보고 있자니, 이제 슬슬 텃밭을 정리할 시기가 다가왔다는 생각을 합니다. 8월말이 되면 김장때 사용하기 위한 김장배추와 무를 심어야 하기 때문이죠. 8월초부터 하나씩 작물을 정리해야겠습니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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