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뭐든 빠르고 편리하고 쉽게 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클릭 하나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수백가지가 넘습니다. MZ세대들은 세탁이나 청소 등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앱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디지털 기기가 개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불편함을 지양하는 디지털 사회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아날로그 여행'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이보다 더 귀찮을 수 없는 여행인 '캠핑' 말입니다.


코로나가 몰고온 캠핑 열풍

2010년 초반부터 꾸준히 캠핑 인구가 늘긴 했지만, 지금처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엄청난 열풍이 분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해, 우리집이 아닌 실내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 커져만 갔죠. 

특히 코로나19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던 2020년 초반에는 코로나19 감염 경로가 명확하지 않았기에,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숙박시설에 대한 불신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외에서 여행할 수 있는, 캠핑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습니다. 사람들은 내 물건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캠핑이 코로나19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했고, 이로 인해 캠핑인구는 엄청나게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여행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 캠핑 열풍도 자연스럽게 사그러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단지 코로나19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이 시작된 열풍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디지털 시대에 불어온 아날로그의 '향수'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라지고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게 된 현 시점에서도 캠핑 열풍은 사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세대가 캠핑을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두천의 한 캠핑장에서 내려다본, 구름에 갇힌 동두천 시내/사진=이소라 기자
동두천의 한 캠핑장에서 내려다본, 구름에 갇힌 동두천 시내/사진=이소라 기자

뭐든 빠르고, 편리한 것을 추구하는 디지털 세대에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캠핑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참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어떤 여행보다 불편하고, 번거롭고, 힘든 일인데 말입니다.

16년간 IT 분야를 취재하면서, 누구보다 빠르게 트렌드를 접한 '얼리어답터'인 저 역시 캠핑러입니다. 주변 사람은 제가 그 귀찮은 캠핑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들으면 놀라곤 합니다. 주민센터에 가는 시간조차 아까워 모든 민원을 모바일 및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제가, 아날로그인 캠핑을 좋아할리가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가끔, 아날로그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멀티테스킹을 강요 받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카카오톡을 비롯한 다양한 메신저가 컴퓨터 창에 떠 있으며, 휴대전화도 계속 울려대죠. 때로는,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들 때가 많습니다.


휴대전화와 이별이 가능한 캠핑

우리는 술자리에서도, 휴대전화를 놓치 않습니다. 수시로 카카오톡이나 SNS를 확인하죠. 특별히 급한 연락이 오는 일이 없는데도, 우리는 이상하게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가끔은 잘때도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자곤 합니다. 

제가 캠핑을 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휴대전화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디지털 기기의 노예인 우리를 잠시 자연으로 인도하는 것이 캠핑이기 때문입니다. 캠핑을 하다보면, 디지털 기기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이 불편하고, 하나하나 사람의 손이 필요하기에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있을 수가 없으니까요.

휴대전화의 노예가 아닌, 온전히 나를 바라보고 자연을 바라보고,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여행이기에, 캠핑은 디지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잠시 쉬게 해주는 유일한 창구입니다.


캠핑 그리고 테크

'IT 기자의 캠핑 이야기'에서는, 이제 막 캠핑을 시작하려 하는 캠핑 초보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는 물론, 캠핑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또 하나의 아이러니함은, 아날로그 여행의 진수인 캠핑에서도 테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이죠. 다른 캠핑러들과는 조금은 다른 'IT 기자'의 캠핑 이야기는 캠핑과 만난 다양한 테크 이야기도 다룰 예정입니다.

IT 기자의 캠핑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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