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펭귄이 허들링 하는 모습 / 사진=BBC Earth 유튜브 갈무리
황제 펭귄이 허들링 하는 모습 / 사진=BBC Earth 유튜브 갈무리

최대 영하 88도까지 내려가는 남극에 사는 황제 펭귄은 극한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허들링'을 합니다. 허들링이란 황제 펭귄이 원형으로 겹겹이 서서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는 방법을 말합니다. 특히 안쪽에 있는 펭귄과 바깥쪽에 있는 펭귄이 계속해서 위치를 바꾸면서 체온을 유지합니다. 황제 펭귄들은 똘똘 뭉쳐서 서로 체온을 나누며 지구 상에서 가장 추운 지역중 하나인 남극의 겨울을 버텨냅니다.

3년만에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22가 오프라인에서 열렸습니다. 가상자산 시장 약세를 의미하는, 남극의 겨울만큼 추운 '크립토윈터'를 지나고 있지만 3000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 업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이 모습이 마치 허들링을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펭귄이 체온을 나누듯, 블록체인 업계인들은 UDC 2022에서 지식과 비전을 나누며 크립토윈터를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크립토윈터에 모인 3000명의 허들링

UDC 2022는 지난 22일과 23일 양일간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3년만에 오프라인 행사로 열렸습니다. 올해초부터 시작된 크립토윈터에도 불구하고 UDC 2022의 열기는 시작 전부터 상당했습니다. UDC 2022 티켓이 조기 완판된 것입니다. 

/사진=두나무 제공
UDC 2022에는 3000명/사진=두나무 제공

이번 UDC 2022에는 3000명이 넘는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이 모였습니다. 실제로 행사장은 참가자들로 북적였습니다. 주요 강연 같은 경우는 빠르게 자리를 잡지 않으면 앞자리에선 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메인 콘퍼런스홀 앞에 준비된 부스도 북적였습니다.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참자가,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을 에어드랍 받는 참가자, 굿즈를 받는 참가자 등 다양했습니다. 

또 두나무는 기다린 행사장 중앙에 빈백과 테이블 등을 배치해 휴식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이곳에선 휴식, 미팅뿐만 아니라 심지어 유튜브 라이브 촬영 등 다양한 일들이 펼쳐졌습니다. 저는 이같은 풍경들을 보며 펭귄들이 허들링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칼바람이 부는 크립토윈터를 맞아 서로 의지하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겨울을 나는 힘은 '가격'이 아니라 '기술'에 있다

UDC 2022는 개발자 콘퍼런스인 만큼 가격보단 기술에 더 집중했습니다. ▲레이어2 ▲스마트 콘트랙트 ▲탈중앙화자율조직(DAO) ▲온체인 분석 ▲NFT ▲메타버스·게임 ▲웹 3.0을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폴리곤, 솔라나, 더 샌드박스, 칠리즈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의 주요 인사들이 연단에 서서 그들이 그리는 블록체인의 미래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톰 리 솔라나 재단 한국 대표 / 사진=이성우 기자
톰 리 솔라나 재단 한국 대표 / 사진=이성우 기자

이번 행사의 강연을 들으면서 저는 크립토윈터를 버텨낼 수 있는 힘은 가격이 아니라 기술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크립토윈터임에도 불구하고 UDC 2022에 많은 인파가 몰린 이유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3000여명의 참가자들 앞에서 강연을 한 연사들의 눈은 가격이 아니라 기술과 프로젝트의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빛났습니다. 

가상자산 가격에 매몰돼 가격 방어를 위한 조치에만 몰두한다면, 기나긴 겨울을 견뎌낼 수 없는 것입니다. 업계에선 크립토윈터를 겨울방학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가상자산 시장은 안 좋지만, 그럴 때 일수록 더욱 기술 개발과 서비스 고도화라는 '겨울방학 숙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블록체인 세대가 올거란 믿음

UDC 2022가 블록체인 업계 종사자들에게 블록체인 기술이 미래 기술이라는 확신을 다시 한번 심어줬다고 생각합니다. 크립토윈터에 들어서면서 관심이 떨어지고 있지만,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확신을 갖고 블록체인 산업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서로에게 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 / 두나무 제공
송치형 두나무 회장 / 두나무 제공

이번 행사에서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어쩌면 우리는 SNS, 메신저보다 '가상자산 지갑'이 더 익숙하고, 토큰을 통해 본인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관리하는 것이 일상인 블록체인 세대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송 회장의 이같은 발언 역시 블록체인 기술이 미래 기술이 될거란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크립토윈터가 지나갈 때까지 블록체인 업계인들의 허들링은 계속돼야 합니다. 다 같이 모여 기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해야 할 것입니다. UDC가 지속돼야 하고, 이같은 행사가 더 많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번 크립토윈터가 지난 이후, 펭귄들이 허들링을 하듯 블록체인 업계인들이 똘똘 뭉쳐있던 UDC 2022를 추억하며 웃을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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