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두나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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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들었던 블록체인 개발자 축제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UDC는 지난 23일 부산항 국제 전시 컨벤션 센터에서 이틀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사실 '축제'라는 수식어를 크게 신뢰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UDC는 좀 다르더군요.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돌아온 이번 행사에는 참가자 약 3000명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했습니다.


'코린이'도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축제

제게 부산은 언제나 새로운 곳입니다. 설렘과 낯섦이 공존하는 장소죠. 굳이 비중을 따지자면 항상 설레는 감정이 더 컸습니다. 그러나 서울역에서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을 때는 이상하게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침체기인데다 '코린이' 입장에서 너무 딱딱한 분위기는 아닐까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개발자는 물론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아티스트, 교수 심지어는 대학생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전시, 부스, 이벤트 등 다양한 콘텐츠가 준비돼있었습니다. 특히 업계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마련한 전시 부스가 기억에 남습니다. 총 31개로 꾸려진 전시부스는 단순히 기술력을 뽐내는 용도로 쓰이지 않았습니다. 자사 서비스를 활용한 미션을 해결하면 NFT를 할인해 판매하거나 티셔츠, 인형, 스티커 같은 굿즈를 제공하는 일종의 '테마파크' 같았습니다.

지난 22일과 23일 부산 부산항국제전시컨센션센터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22에 마련된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전시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허준 기자
지난 22일과 23일 부산 부산항국제전시컨센션센터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22에 마련된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전시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허준 기자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전시부스에서 총을 쏘고 보이스 피싱범을 잡는 '보이스 피싱범을 잡아라' 이벤트도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참여자에게는 경품으로 '갤럭시 버즈2' 등을 제공했다고 하니 호응이 뜨거웠을 것 같습니다. 해당 이벤트에는 저희 편집장 선배께서도 참여하셨는데요. 빈손으로 돌아오신 걸 보면 꽤나 난이도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전시부스 외에도 현직 아티스트가 도슨트로 참가해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NFT 갤러리도 마련됐습니다. 특히 KBO 콘텐츠를 기반으로 발행하는 '크볼렉스 NFT' 영상이 귀와 눈을 사로잡았는데요.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의 첫 번째 우승을 이끌었던 레전드 중의 레전드 박철순 투수의 한국시리즈 세이브나 전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의 왕조시절을 이끌었던 박경완 타자의 4연타석 홈런 등 프로야구 주요 장면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UDC 2022가 열리고 있는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 마련된 휴식공간 /사진=허준 기자
UDC 2022가 열리고 있는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 마련된 휴식공간 /사진=허준 기자

기자가 아닌 참가자 입장에서 이번 UDC가 축제처럼 느껴졌던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주최사인 두나무 측의 세심한 배려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메인 콘퍼런스가 진행되는 A홀과 B홀 사이 중앙 공간에 빈백과 테이블, 의자 등을 놓고 마치 한강에서 여유를 즐기는 분위기를 조성돼있었고, 행사장 곳곳에는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음료와 간식 거리가 대거 배치됐습니다.

테라스로 나가는 출입구 옆에는 컵라면과 원두 커피를 내려주는 '스낵존'도 있었는데요. 최애 음식이 라면인 기자는 농O과 오O기를 아우르는 라인업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잠시 머리를 식힐 수 있는 농구 게임기, 오락기가 전시장 외부 공간에 설치돼있었습니다. 여러 관람객들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게임을 즐겼습니다.


'돈' 보다는 미래를 그렸다

'크립토 윈터'와 함께 블록체인 업계는 침체기에 빠졌습니다.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거시환경이 '악화일로'로 치닫으며 가격 또한 하락세를 면치 못한 탓입니다. 여기에 '테라-루나' 사태로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신뢰' 문제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죠.

그러나 이번 UDC는 '돈'으로써의 가치에 블록체인을 가둬놓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술'로써의 가치와 이를 통해 만들어나갈 미래, 즉 블록체인 생태계의 선순환과 활성화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었습니다.

이틀 간 다뤄진 주제는 ▲레이어2 ▲스마트 콘트랙트 ▲다오(DAO,탈중앙화자율조직) ▲온체인 분석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메타버스·게임 ▲웹 3.0 등입니다.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주요 기술이 모두 다뤄진 셈입니다.

세바스티앙 보르제 더 샌드박스 창립자 / 사진=두나무 제공
세바스티앙 보르제 더 샌드박스 창립자 / 사진=두나무 제공

연단에 선 연사 라인업도 화려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저스틴 썬 트론 설립자, 멜 맥캔 카르다노 재단 개발총괄, 세바스찬 보르제 더 샌드박스 공동설립자, 리먼 베어드 스월즈 랩스 대표 등 평소 기사로만 접했던 주요 인물 50여명이 대거 등장해 블록체인 기술과 미래 방향성 등을 공유했습니다. 

무엇보다 관람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발표를 단순히 듣기만 하는 수동적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상당수가 수첩과 노트북을 펼쳐놓고 바삐 뭔가를 적거나, 실제 코딩을 해보고 있었죠. 세션이 끝난 후에도 열기는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무대에서 내려온 연사를 향해 달려가 질문을 던졌고, 행사장 곳곳에 무리지어 세션에서 들은 내용을 토대로 열띤 대화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 중 영어와 스마트폰 번역기를 섞어가며 연사와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던 한 대학생의 잔상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나이, 언어, 직업에 상관없이 함께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효용성에 대해 고민하고 쉴새없이 가열찬 토론을 벌이는, UDC 2022는 '미래에 대한 열정' 그 자체였습니다.


블록체인 대중화의 가능성을 엿보다

블록체인 기술은 과거에 비해 상당한 대중화를 이뤘습니다. 낯선 것이라고만 여겨졌던 초기와는 달리 많은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반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상당수가  한 번쯤은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경험이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이번 행사에서 '크립토 윈터'가 지나고 나면 '블록체인 세대'가 등장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SNS, 메신저보다 월렛이 더 익숙하고, 토큰을 통해 본인의 정체성을 관리하는 일이 일상화된 새로운 세대가 나온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블록체인 대중화를 위해 걸어가야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꿨던 인터넷, 스마트폰만큼 모두가 일상적으로 사용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게다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보안 사고, 사기 범죄 등 선결해야 할 숙제가 잔뜩 산적해 있습니다.

그간 블록체인에는 '어렵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습니다. 그 하나가 블록체인이 갖는 장점과 효용성을 가리는 '안대'가 됐죠. 그러나 저는 UDC 2022가 열렸던 부산에서 가능성을 엿봤습니다. 

항상 시작이 어렵습니다. 블록체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대중화를 이루려면 진입장벽을 낮추고 쉽게,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기술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UDC 2022는 제게 블록체인 대중화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UDC가 오래오래 초심을 잃지 않고 이어졌으면 합니다. 또 업비트를 넘어 다른 기업에서도 이같은 '축제'가 더 생겨나기를 바랍니다. 함께 가야 멀리갈 수 있습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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