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은 27일 그룹인사를 통해 강희석 대표의 연임을 밝혔다. 지마켓 인수 이후 온·오프라인 시너지 창출 초석을 다지는 과정에서 여러 부정적 지표를 보이며 연임 가능성에 먹구름이 끼는듯 했지만, 정용진 부회장은 강 대표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이면서도 중장기적인 성과 창출에 기대감을 건 셈이다.
연임에 성공하면서, 이마트와 SSG닷컴 두 개 온·오프 법인 경영을 함께 진두지휘하고 있는 강 대표는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고객이 온·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신세계 안에서 모든 쇼핑을 해결하는 신세계 유니버스를 그룹의 미래 사업으로 꼽아왔다.
왜 강희석인가
2019년 10월 실적 둔화로 위기감이 커진 이마트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강 대표는 이마트 설립 26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다. 강 대표는 선임 이듬해인 2020년에 이어 2021년까지 좋은 실적을 올리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2년 간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110.2% 증가했다.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줄이고 기존 점포를 신선식품 위주로 재편한 전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뚜렷한 성과를 냈다. 여기에 2020년 11월 SSG닷컴 대표까지 맡아 이마트의 온오프라인 전략을 총괄하며 강 대표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올해부터 이마트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83.1% 감소했다. 특히 2분기는 12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전환했다. 증권가에선 이마트가 올해 29조원 대의 매출을 거두면서도 영업이익은 700억 원 이상 줄어든 2400억 원 선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이커머스 강화를 위해 지마켓글로벌(전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3조4404억 원을 투입하면서 차입금 부담도 커졌다. 이마트는 지난해 8월 운영자금 목적으로 5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담보대출로 1조원 이상을 마련했다. 이어 성수점 매각으로 1조2200억원을 손에 거머쥐었다.
강 대표가 이끌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SSG닷컴 또한 상반기에 662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지난해보다 적자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마켓글로벌과 통합 시너지가 지지부진하다는 것도 문제다. 지마켓은 올해 상반기 3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커머스 성장 지표로 분류되는 거래액(GMV) 또한 하락세다. 지마켓의 2분기 GMV는 1% 증가한 4조497억원으로 나타났다. 앞서 1분기 GMV은 3조7980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다.
다만 정 부회장은 다시 한번 강 대표를 택하며 신뢰를 보였다. 온·오프라인 통합 작업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연임이 시너지 발휘에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 과감한 대표이사 교체, 대규모 인수합병 등을 이어온 만큼 쇄신보다는 본격적인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온·오프라인 시너지 속도 낸다
연임에 성공한 강 대표는 앞으로 이마트 실적개선과 함께 신세계 계열사들과 지마켓-SSG닷컴 간 협업을 강화시켜 온라인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마케팅 비용 축소와 사업간 교통정리를 통해 이마트와 온라인 사업부문의 수익성 개선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게 업계의 전언이다.
교통정리는 시작됐다. 단적으로 SSG닷컴이 그동안 운영해왔던 오픈마켓을 단계적으로 종료하며 지마켓과의 사업 영역 조정에 나섰다. SSG닷컴 '프리미엄'과 '전문몰', 지마켓은 '오픈마켓' 등 각자의 장점에 집중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SSG닷컴은 올 하반기부터 수익 창출 사업구조로 전환하겠다며 오픈마켓에 추가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더불어 지마켓 또한 패밀리사이트로 운영하던 G9의 운영을 중단하고, 핵심 기능을 흡수한다.
지마켓 간편결제 '스마일페이'를 이마트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이마트와 지마켓, SSG닷컴이 손을 잡고 주요 브랜드 통합매입에 나서는 등 시도도 잇고 있다. 지마켓은 SSG닷컴과 통합 멤버십 '스마일클럽'을 선보이며 온라인 충성고객을 한 데 아우르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수익성 개선 작업에도 착수한다. 저마진 또는 역마진 상품을 줄임으로써 영업이익 개선을 빠르게 가시화하겠다는 것이다. 온라인 주문량이 적은 일부 배송 권역은 인근 점포로 통합하거나 택배로 교체하는 등 PP센터(이마트 점포 내 온라인 주문 처리 공간) 효율화 작업도 대대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다만, 고금리·고물가 등 악화된 대외환경 또한 숙제로 안게 됐다. 가계의 소비 여력 감소로 유통계열사의 원가율 위축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3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이전 전망 대비 각각 2%, 18.5% 하향 조정한다"며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원가율이 방어되는 모습이 확인될 때 혹은 물가 상승율이 정점을 지날 때 비로소 실적 리스크가 완화되며 주가 모멘텀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망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