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이어온 국내 유통 양대산맥인 신세계와 롯데의 경쟁이, 적어도 이커머스 분야에선 확연히 갈리는 모습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연이은 파격행보 덕에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표정 구긴 롯데...마지막 카드도 놓쳤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베이 본사는 15일(현지시간) 진행된 이사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를 선정했다. 신세계는 이베이 코리아 인수가격으로 4조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기대했던 5조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롯데에 비해선 높은 금액으로 전해졌다.
사실 롯데그룹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하며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이 직접 "인수에 충분한 관심이 있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투자업계에선 롯데가 출범 1년차를 맞고도 이용자 규모가 중소업체 수준에 머물고 있는 '롯데온'을 살리기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목돈을 투입할 것으로 추정했다.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장(전무)이 사업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정도 내부의 쇄신 의지도 강했다.
실제 롯데는 최근 중고나라 지분 확보에 300억원을 투입하며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을 깔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롯데보다 5000억원 이상 목돈을 얹은 신세계에 밀리며 '쩐의 전쟁'에서도 소극적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4조원에 가까운 목돈 투입을 예고한 만큼, 추가 M&A 및 롯데온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잇따를 것으로 추정된다.
야구단 이름도 SSG...이커머스에 올인한 정용진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9부능선을 넘은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의 적극적인 이커머스 확장 의지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과 이베이코리아 매각 등 국내 유통산업이 격변기에 접어들자 정 부회장은 올초 네이버와의 과감한 지분제휴를 통해 독자노선 대신 '네이버 생태계' 합류를 택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제외하면 오프라인에 비해 존재감이 약했던 이커머스 시장을 키우기 위해 네이버와 손을 잡고 외형 확대를 택한 것. 실제 지난 2014년 초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을 통합해 출범한 SSG닷컴 또한 정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 2월에는 SK그룹으로부터 야구단을 인수, 팀명을 SSG로 정하며 이커머스에 그룹 명운을 걸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상태다. 당장 이마트와 SSG닷컴을 동시에 이끌고 있는 강희석 대표를 주축으로 이베이코리아와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사업전략이 공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2020년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이 12%에 달한다. 네이버(17%)와 쿠팡(13%)에 밀리지만 4%에 그친 롯데온보다 3배 가량 앞선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는 SSG닷컴 외 비식품 부문의 몸집을 키워야 하는 과제가 있는 만큼, 인수 후 시너지 및 구체적인 전략과 방향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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