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애플의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14 프로' 시리즈 생산에 비상이 걸렸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정저우 공장이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봉쇄로 인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시인했다. 특히 수요가 뜨거운 프로 라인업의 생산에 타격을 입으며 연말 물량 대란이 전망된다.
애플 "신제품 주문 대기시간 더 길어질 것"
6일(현지시간) 애플은 뉴스룸을 통해 "코로나19 봉쇄는 중국 정저우에 위치한 '아이폰14 프로' 및 '아이폰14 프로 맥스' 조립 시설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며 "현재 해당 시설은 현저히 감소된 물량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 측은 "아이폰14 프로와 아이폰14 프로 맥스 모델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그러나 해당 제품의 출하량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낮을 것이며, 신제품을 받기까지 더 긴 대기 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공급업체와 긴밀히 협력해 모든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면서 정상적인 생산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2일 중국 당국이 정저우시 폭스콘 공장이 있는 산업단지에 대해 7일간 폐쇄 명령을 내린지 사흘만에 나온 애플 측의 공식 발표다. 대만에 본사를 둔 폭스콘은 애플 아이폰의 최대 생산업체로, 정저우 폭스콘 공장은 아이폰14 시리즈의 80%를, 아이폰14 프로의 85%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저우 공장의 근무 인원은 최대 30만명에 달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채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폐쇄 루프' 방식으로 운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장 폐쇄 이후 음식물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 상황에 처한 노동자들의 탈주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폭스콘은 노동자들을 붙잡기 위해 급히 신규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대응에 나섰으나, 결국 아이폰14 생산 차질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임이 드러났다.
애플은 최근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도 등으로 생산기지를 전환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여파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 여파로 스마트폰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고가 전략으로 버티던 애플 역시 강달러에 공급망 이슈까지 겹치며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연말 성수기 앞두고 판매량 '빨간불'
애플은 지난 3분기 매출과 순이익 모두 월가 예상치를 넘어서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아이폰 판매가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3분기 아이폰 매출은 426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6% 늘었으나, 월가 전망치인 432억1000만달러를 밑돌았다. 실적발표 당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달러 강세가 아니었다면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수요가 쏠린 아이폰14 프로가 공급에 제약을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애플은 올해 경기 침체로 인해 스마트폰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경기 영향을 덜 받는 고가 모델 '아이폰14 프로' 시리즈에 최신 기술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비중 확대에 나섰다. 물량 확대가 어려운 만큼, 평균판매가격(ASP)을 끌어올려 수익을 보전하려는 시도다. 실제 제품 출시 이후 아이폰14 프로 시리즈의 비중이 전체 모델의 65~70%에 이를 정도로 수요가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애플 미국 현지 웹사이트에서 아이폰 프로 모델을 주문하면 대기기간이 4~5주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수요가 뜨거운 상황에 연말 대목까지 앞두고 있어 아이폰14 프로 시리즈 생산 타격이 뼈아픈 상황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정저우 폭스콘 공장 폐쇄로 4분기 아이폰 출하량이 목표치보다 200만~300만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코로나19 봉쇄 정책이 장기화될 경우 내년 1분기에도 400만~5500만대의 생산량 감소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