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의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지원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14일 제1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를 개최하고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기본계획'을 심의·확정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관련 기술개발을 위한 중장기 방향을 제시한 이번 계획에 따라 향후 10년간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관이 함께 발을 맞춰나갈 예정입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라

세계적으로 지난 20년간 약 39억명이 기후재해에 영향을 받았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약 3415조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런 기후변화로 인한 직접적인 인적 피해 뿐만 아니라 최근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세'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등 국가 경제에 주는 여파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탄소 관련 국제적 규제로 인한 국내 산업계의 추가 부담은 비용으로 환산시 연간 3185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40%로 상향한다고 국제사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발생량을 40% 줄여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온실가스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기술개발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 2021년 국회는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촉진법', 일명 '기후기술법'을 제정했고, 이에 따라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관련 최상위 법정계획인 제1차 기후기술 기본계획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온실가스 감축 기술개발 목표 제시

제1차 기후기술 기본계획은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과 신시장 선점'이라는 비전 아래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혁신생태계 조성이라는 3대 전략을 담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선 NDC 및 분야별 감축비율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감축 필수기술을 도출했고, 이에 따른 기술개발의 목표치와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론 부처의 R&D 지원을 통한 ▲태양광 모듈 전환효율 2032년까지 30% 달성 ▲수전해시스템 효율 52kWh/kgH2 이하 ▲이산화탄소포집비용 30달러/tCO2 기술 확보 등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 기후변화 적응 기술개발의 내용과 범위를 최초로 체계화해 기후재난 피해 저감과 회복력 강화를 위한 R&D를 선제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는 ▲자연·생태계 ▲인간 ▲자산·기반 등 대상별로 ▲기후변화 감시·예측 ▲영향·위험도 평가 ▲피해저감 및 회복력 증진 ▲적응효과 진단 등 전 과정에 관한 기술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이번 기본계획에는 기후변화대응 기술과 인력, 그리고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 기후산업 활성화 및 국민체감 성과확산, 인력양성, 국제협력, 정책 구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혁신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목표도 제시됐습니다. 특히, 기후기술 분야는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와 노력을 통해 동반상승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 국민, 국제기구 및 해외 국가들과 상호작용 및 교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탄소중립 실현, 출연연이 나선다

정부는 같은 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통해 '제5차 과학기술 기본계획'도 의결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첫 과학기술 정책 청사진을 담은 이번 기본계획은 '임무중심 R&D 혁신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R&D 추진 주체들에게 구체적인 임무를 부여해 국가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입니다.

이런 첫번째 '임무'로 정부는 '12대 국가전략기술'과 '탄소중립 기술' 확보를 대상으로 정했습니다. 국가전략기술과 탄소중립 기술은 구체적인 임무를 설정해 범부처가 참여하는 R&D 전략로드맵을 수립하고, 대체 불가능한 원천기술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이날 대전에서 열린 제7차 탄소중립정책포럼에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이번 기본계획에 따라 출연연은 국가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구체적인 임무를 부여 받기로 했습니다. 그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등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출연연이 이제는 탄소중립 추진에 있어서도 큰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석재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대외협력부장은 "현재 출연연의 주요 사업 중 약 2000억원 규모가 탄소중립과 관련된 R&D에 투입되고 있고, 수탁 사업까지 합치면 총 4200억원 규모"라며 "다양한 R&D가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까진 주로 저감 기술에 집중되고 있어 에너지 효율이나 적응 기술 등에 대한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출연연은 임무 중심의 R&D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기관별 역할과 책임(R&D)을 고도화하고, '연구개발전략위원회'를 출범해 연구과제 도출과 융합연구 활성화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또 기술별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전담연구기관도 지정할 방침입니다.


연구 기획단계부터 탄소감축 기여 평가

이날 행사에선 포럼 의원들이 추진 중인 출연연 R&D 사업의 탄소감축량 기여도 평가 및 예측시스템 개발에 대한 내용도 공유됐습니다.

현재 국가 R&D 기술개발 제안 단계에서 개발될 기술에 대한 경제성 효과나 환경성 효과는 예측해 보여주고 있지만, 예상되는 탄소 감축량에 대한 평가는 전무한 상황입니다. 또 현재까지 수행된 과제들에 대해서도 탄소 감축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평가할 수 있다면, 국가 R&D가 탄소감축에 있어 얼마나 파급효과를 가질 수 있는 지 살펴볼 수 있을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탄소중립정책포럼은 산업연관표를 기반으로 과제 제안단계에서 제시한 경제적 성과 창출계획 및 경제적 효과 분석 내용을 입력하면 직간접적인 탄소 감축량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10년간 지원된 과학기술 R&D 과제들의 감축한 탄소량을 산정해보고, 어떤 과제들이 큰 기여를 했는지 분석해본다는 계획입니다.

송재령 녹색기술센터 선임연구원은 "향후 지원할 과학기술 R&D 과제에 있어 탄소감축량에 크게 기여하는 기술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하고 탄소감축량 평가 및 예측을 진행해 첨부하는 프로세스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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