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사태부터 FTX 파산까지
투자자 외면에 비트코인 가격도 급락했지만
제도권 편입 속도내고 새로운 BM 발굴도 본격화

지난 2020년 이후 사실상 외부활동이 어려웠던 팬데믹은 올해 들어 진정되기 시작했다. 닫혔던 하늘길은 다시 열렸고, 기업들도 잇따라 출근 정상화를 외치며 팬데익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 2022년은 이른바 '엔데믹' 원년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유동성 축소 현상이 벌어졌고,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시계제로' 상황에 앞다퉈 지갑을 닫고 있다. 테크M은 엔데믹 원년을 맞은 지난 1년간 주요 테크기업들의 활동을 정리한다. 유례없는 위기 상황이 닥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팬데믹과 엔데믹 속에서도 존재감을 뽐낸 테크기업들이 내년에도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는 '전화위복' 행보를 보이길 바라본다. <편집자 주>


지난 2021년이 블록체인 업계의 황금기였다면, 올해는 가격 하락과 각종 사건사고로 얼룩진 암흑기였다.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는 동안 ▲테라 루나 사태 ▲FTX 파산 ▲위믹스(WEMIX) 상장폐지 ▲러그풀 등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블록체인 업계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산산조각냈다.

다만 올해 내내 우울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더리움은 지분증명(PoS)으로의 전환에 성공했고, 대기업들이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사업에 참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을 제시하며 신뢰를 쌓고 있다. 아울러 블록체인 산업의 제도권 편입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본격화되고 있다.

폭락, 사기, 파산이 펼쳐지는 진흙탕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은 계속 꽃피우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래픽=디미닛
그래픽=디미닛

'진흙탕' 블록체인 업계...비트코인 폭락에 각종 사건사고까지

지난 1월 1일 비트코인은 5700만원대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8000만원을 돌파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내내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달 비트코인은 2200만원대 내외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의 하락은 미국의 긴축정책으로 인한 유동성 축소와 각종 사건사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만 8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해 금리를 4%까지 끌어올렸다. 금리가 인상되는 동안 비트코인 가격도 속수무책으로 하락했다.

그래픽=픽사베이
그래픽=픽사베이

설상가상으로 각종 사건사고가 블록체인 업계를 덮쳤다. 지난 5월 발생한 '테라 루나 사태'가 대표적이다. 테라 루나 사태는 지난 5월 테라폼랩스의 스테이블코인(UST)이 1달러와 디페깅(연동 해제)되면서 UST와 루나가 동반 폭락, 가치가 1원 밑으로 떨어진 사건이다. 테라 루나 사태로 인한 피해는 400억달러(약 5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I=테라
CI=테라

또 지난 11월에는 글로벌 2위 가상자산 거래소라는 평가를 받았던 FTX가 파산했다. FTX의 계열사 알라메다리서치의 자산 대부분이 FTX 자체 가상자산 FTT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FTT가 폭락하고 FTX '뱅크런'이 발생한 것이다. FTX 부채는 약 6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샘 뱅크먼 프리드 FTX 대표 / 사진=이성우 기자
샘 뱅크먼 프리드 FTX 대표 / 사진=이성우 기자

국내서도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가 유통량 논란으로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돼 막대한 투자자 손실이 발생했다. 또 NFT 업계엔 NFT를 팔아 놓고 갑작스레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잠적하는 러그풀이 만연해 업계 신뢰를 무너뜨렸다.  


이더리움 PoS 전환, 대기업 NFT 등장...진흙 속에서도 꽃은 핀다

사건사고가 연이어 터지는 진흙탕 속에서도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은 꽃피웠다. 먼저 올해 블록체인 업계 최고 이벤트중 하나로 꼽히는 이더리움의 PoS 전환이다. 지난 9월 15일 이더리움은 작업증명(PoW)을 기반으로 블록을 생성한지 약 7년만에 PoS로 전환됐다.

이더리움 / 사진=픽사베이
이더리움 / 사진=픽사베이

PoW는 보안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에너지 소모가 크고 블록 생성 시간이 길어 트랜잭션 처리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이더리움은 PoS 전환으로 네트워크 에너지 소비량을 약 99.9% 줄였다. 앞으로 이더리움은 ▲서지 ▲버지 ▲퍼지 ▲스프러지 등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속도와 확장성을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푸빌라 / 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푸빌라 / 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국내선 인프라가 갖춰진 대기업들이 NFT 시장에 뛰어들어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실물 혜택과 연계해 새로운 BM을 제시했다. 신세계 백화점의 실물 연계 NFT '푸빌라'는 푸빌라 NFT 최상위 등급인 미스틱 등급 소유자에게 매달 퍼스트라운지 입장 5회, 발레파킹, 20% 사은 참여권 3매, 멤버스바 커피 쿠폰 3매, F&B 3만원 식사권 2매 등을 제공한다. 또 롯데홈쇼핑 '벨리곰', KT의 '라온'도 실물 혜택과 연계해 완판을 기록했다.


진흙 걷어내야...제도권 편입 본격화

아울러 블록체인 산업의 제도권 편입은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3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초로 가상자산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공식적인 연구를 지시한 것이다. 당시 외신들은 백악관의 가상자산 시장 육성 의지가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EU /사진=디미닛 제공
EU /사진=디미닛 제공

또 지난 10월 유럽연합(EU)의 의회 경제통화위원회가 '미카(MiCA)' 법안을 잠정 승인했다. 미카는 ▲가상자산 발행 및 거래에 관한 투명성 ▲가상자산 공시의무 ▲내부거래 규제 ▲발행인 자격요건 규제 ▲인증 및 관리·감독을 주 내용으로 한다. 특히 현재 포함돼 있지 않은 스테이블 코인과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사업자(VSAP)에 대한 규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사진=국회
여의도 국회의사당/사진=국회

국내도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그간 글로벌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이유로 미국, EU 등 서구 선진국에서 관련 법안이 나오길 기다리던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테라 루나 사태를 기점으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금융위원회는 내달 증권형토큰(STO) 가이드라인 공개를 예고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블록체인 업계지만, 그 와중에도 새로운 시도와 제도권 편입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2023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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