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엔씨소프트
사진=엔씨소프트

 

다가올 2023년, 국내 게임업계의 성장 키워드는 콘솔 중심의 멀티플랫폼으로 요약된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모바일 기기 하나로는 파괴적 성장을 도모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 좁은 모바일 화면을 넘어, 내수가 아닌 해외시장을 동반 공략하기 위한 국내 게임사들의 도전이 시작됐다.


택진이형 새로운 도전은 콘솔...지구촌 린저씨 키운다 

27일 엔씨소프트는 신작 공개 행사인 '디렉터스 프리뷰'를 통해 내년 상반기 출시될 'TL'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엔씨소프트의 대표이자, 창업주인 김택진 최고창의력책임자(CCO, Chief Creative Officer)는 "국가와 세대를 초월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MMORPG로 개발했다"며, "모두를 위한 플레이, Play For All이라는 슬로건 아래 TL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하고 즐길 수 있는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선보인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MMORPG'를 목표로 개발 중인 TL은 다채롭고 몰입감 있는 플레이가 특징이다. 동일한 지역 안에서도 날씨가 바뀌면 지형이 변하는 등 전투∙지형∙환경적 변수에 따라 전투 흐름이 바뀐다.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해외 유명 유통사와의 제휴 가능성이 언급돼 시장의 기대감이 상당하다. 업계에선 글로벌 클라우드 최강자 아마존의 게임사업을 맡고 있는 아마존게임즈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미 아마존게임즈는 올초 로스트아크를 배급, 스팀 동접자 수 1위를 기록하며 한국게임 흥행에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L의 서비스를 아마존게임즈가 맡을 경우, 글로벌 1위 클라우드 사업자 답게 전플랫폼에 걸쳐 빠르게 글로벌 확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사진=넥슨
사진=넥슨

 


넥슨부터 네오위즈-펄어비스-넷마블까지...멀티플랫폼 '공세' 

아울러 내년 1월 출시될 넥슨의 대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역시 대표적인 콘솔 기대작으로 꼽힌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넥슨의 대표 IP인 카트라이더를 기반으로 한 콘솔 신작으로, 넥슨의 북미-유럽 공략을 위한 도전작이다.

앞서 넥슨은 지난 9월 일본, 북미, 유럽 등 글로벌 전역을 대상으로 오픈 베타 테스트를 거친 바 있다. 지난 3분기 넥슨의 북미·유럽 매출 비중은 5% 정도로, 현재 북미·유럽 권역에서는 '메이플스토리'와 '메이플스토리M', 미국 개발사의 모바일 스토리 게임 '초이스' 등에서 매출을 확보하고 있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통해 서구권 매출을 크게 늘리겠다는 것이 넥슨의 복안이다.

이밖에도 내년 중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을 비롯, 네오위즈의 'P의 거짓', 카카오게임즈의 '아레스', 넷마블의 '아스달연대기' 등 다양한 멀티 플랫폼 신작들이 줄지어 출시될 예정이다. 

사실 그간 국내 게임시장은 좁은 모바일 환경 내에서 치열한 각축을 벌였다. 큰손이라 불리는 모바일 MMORPG 하드코어 유저를 상대로, 서로 뺏고 뺏기는 경쟁전을 수년간 지속해왔다. 이 과정에서 모바일 게임 유통에 일가견을 지닌 넷마블-카카오게임즈가 급부상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낮아진 시장 규모와 성장률로 인해 국내 게임사들은 점차 글로벌 시장에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해외 시장은 PC와 모바일 게임 장르 이외에 콘솔이라는 또 다른 큰 플랫폼이 버티고 있고, 글로벌 공략을 위해서는 빼놓을 수 없는 시장이다. 실제 글로벌 게임 시장 규모 2~3위인 미국과 일본의 경우 콘솔 플랫폼의 비중이 각각 39.4%, 22.5%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 수출을 이루기 위해선 콘솔 플랫폼 유통이 반드시 선행되야할 조건인 셈. 

시장 상황도 속도전에 강한 국내 게임사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출시 2년이 지난 신형 콘솔 플레이스테이션5는 여전히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고, 소니가 콘솔 가격을 연일 올리고 있으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늘어난 수요 덕에 주요 빅테크의 콘솔 구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ㅅ지스타 2022 네오위즈 부스 /사진=테크M
ㅅ지스타 2022 네오위즈 부스 /사진=테크M

 


콘솔 중심의 게임판...수익 구조 다변화 '눈길'

콘솔 게임은 출시 초기에 매출이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구조다. PC나 모바일과 달리 Free to Play 방식이 아닌, 게임패키지를 초반에 구매해서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이유로 매출이 출시 초기에 집중해서 발생하며, 매출이 꾸준히 지속적으로 발생하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콘솔 게임 개발사들이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게임을 시리즈 형태로 만들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구독 체계 또는 모바일 과금 형태가 콘솔 게임에 적용되기 시작했고, 콘텐츠 다운로드 방식를 의미하는 DLC 체제가 자리잡으며, 콘솔 역시 멀티플랫폼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 입장에선 진입의 창구가 열리게 된 것. 특히 코로나19 이후 판매가 이뤄진 콘솔 기기들이 적지 않은 만큼, 경기침체 국면에도 콘솔 콘텐츠 소비는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A의 대표적 시리즈 게임인 FIFA23은 전작인 FIFA22에 비해 초기 판매량이 10% 증가했고,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오버워치2도 출시 10일만에 700만장이 팔렸다. 이는 블리자드 역사상 1주일 판매량 중 최고 수준이다. 프롬소프트의 엘든링도 4개월만에 1660만장을 판매했는데, 유사한 장르인 다크소울3가 2016년 1000만장을 판매한 것에 비하면 훨씬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시장에 게임이 없어, 이용자들이 곳곳에서 줄을 서며 대기하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는 것. 

기술적인 이슈에서도 콘솔 게임은 과거와 달리 국내 게임 개발사도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ingle Play 중심의 콘솔 시장이 온라인 멀티플레이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고 유저들도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온라인 게임에 강점이 있는 국내 업체들도 콘솔 게임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됐다"며 "글로벌 게임 엔진인 언리얼과 유니티가 플랫폼을 넘나들 수 있게 범용성이 확대된 것도 또 하나의 이유로, 최근 PC-콘솔 간의 크로스플레이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PC게임 개발을 잘 해왔던 국내 업체들이 콘솔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안 연구원은 "콘솔 게임 또한 신규 모드를 추가하는 형태로 변화되고 있어 게임만 성공한다면 출시 이후 매출을 추가하는 부분은 충분히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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