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E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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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기술주 투자자들에겐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기술주로 꼽히던 테슬라는 연초 대비 70% 가까이 주가가 폭락하며 시장에 시름을 안겼고,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주가 역시 내리막을 걸었다. 국내 대장주인 삼성전자 역시 '5만전자'를 탈출하지 못했고, '네카오' 역시 1년 새 주가가 반토막났다.

새해에는 기술주가 이런 부진을 털어낼 수 있을 지, 시장은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 주목하고 있다. 오는 5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Be in it(빠져들어라)'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3년 만에 정상화된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 및 모빌리티 기술의 융합, 더 나은 일상을 위한 기술, 지속가능성과 ESG 솔루션 등이 CES를 관통하는 핵심 기조가 될 것"이라며 "5G, 인공지능(AI), 스마트홈, 로보틱스, 모빌리티 기술 등이 주류를 형성하는 가운데, 확장현실(XR), 디지털 헬스, 우주 기술 등이 부각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LG '스마트홈'과 '연결성'에 주목

국내 투자자들에게 관심이 높은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CES 2023 행사에서 '스마트홈'과 '연결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과 기술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한종희 부회장이 '맞춤형 경험으로 여는 초연결 시대'를 제안하며 자사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한 초연결 경험을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다. LG전자 역시 'LG 씽큐(ThinQ)' 플랫폼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UP가전'(해외 브랜드명 '씽큐 업')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다.

특히 구글, 아마존 등이 참여한 홈 사물인터넷(IoT) 표준 '매터'와 글로벌 가전 협의체 'HCA' 등을 중심으로 제조사 간 장벽을 허문 새로운 스마트홈 생태계가 대거 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매터는 기기들이 서로 통신할 수 있는 단일한 명령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이고, HCA는 각 사의 플랫폼을 클라우드를 활용해 연결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초기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한 양 진영 간의 경쟁이 예상되고 있으나, 지금까지 제각각 발전하던 홈 IoT 환경을 표준 확립을 통해 연결하고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스마트홈 생태계를 기반으로 삼성전자는 '캄테크'를, LG전자는 '앰비언트 컴퓨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캄테크란 다양한 기기의 직관적이고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각종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앰비언트 컴퓨팅은 사용자가 조작하지 않아도 AI가 사용자의 상황·상태를 인지하고 스스로 판단해 선제적으로 특정 작업을 제안하거나 수행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지능형 솔루션이다.


글로벌 빅테크 '모빌리티' 점찍었다

최근 CES 행사를 주도하고 있는 모빌리티 분야는 자율주행과 전동화 기술의 진화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행사에는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폭스바겐 등 독일 '빅3'와 다국적기업 스텔란티스 등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현대모비스 등 부품사들까지 가세해 300여개 자동차 관련 회사가 참여한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내 자동차부문 전시구역인 웨스트 홀의 면적은 전년보다 25% 가량 확대돼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행사에선 자율주행 농기계를 개발해 일명 '농슬라'로 불리는 미국 농기계업체 존 디어의 존 메이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사로 등장한 것처럼 자율주행 영역이 농기계, 선박 등으로 확대된다는 점이 트렌드로 꼽힌다. 국내에선 HD현대(옛 현대중공업)이 CES에 참가해'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제시한고 무인 선박, 원격관제 디지털 솔루션 등의 해양 데이터 플랫폼를 전시할 예정이다.

오랜만에 CES로 돌아온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빅테크들도 모빌리티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들은 자율주행 운영체계, 차량용 소프트웨어, AI 기반 서비스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에선 LG이노텍이 처음으로 독자 부스를 마련해 자율주행 및 전장 기술을 공개하고, LG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 OLED와 LTPS LCD 등 차별화된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메타버스 시대로 들어가는 관문 'XR'

비대면 시대 각광 받던 '메타버스'와 확장현실(XR) 기술도 다시 재조명을 받고 있다. 메타버스 생태계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 '웹3'도 이번 행사의 주요 테마로 이름을 올렸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분야는 XR 기기 신제품이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2', 샤프의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구현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시제품, HTC의 '퀄컴 스냅드래곤 XR2' 칩을 탑재한 MR 헤드셋 '바이브(Vive)' 신제품 등이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롯데정보통신이 자회사 칼리버스와 HMD 기반의 초실감형 메타버스 서비스를 공개한다. 이 서비스는 초고화질 가상현실 촬영과 그래픽 합성, 실시간 렌더링과 같은 첨단 기술로 구성됐다.


기술 트렌드 '기대감'을 읽어라

시장에선 이번 CES 2023을 통해 어떤 기술주가 움직일 수 있을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CES가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는 행사를 넘어 매년 기술 트렌드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행사에서 엿볼 수 있는 기술 개발 동향과 기업 방향성, 대중 반응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찬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CES는 제품 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 동향, 기업의 방향성, 대중의 반응을 모두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IT 주식의 핵심 요소는 기술 발전과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번 행사를 통해 향후 방향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지산 연구원은 "경기 침체기이다 보니 미래 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CES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수 있다"며 "확장현실, 로봇, 자율주행, 우주 기술 등과 관
련된 업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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