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 추아(Calvin Chua) 스페이셜 아나토미 CEO
기후변화의 주범은 주로 도시들이지만, 개도국의 소규모 농촌 지역이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 공급과 소비의 비효율성 문제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제다. 더구나 이들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겪으며 자급자족에 대한 요구도 증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래의 도시와 지역은 새로운 형태의 지속가능하고 자족적이며 공정한 생활 환경을 보장하는 '폐쇄적인 루프 순환의 에너지 시스템'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탄소중립 건물을 구현한다는 아이디어는 오늘날 일반적인 과제인 반면, 이를 지역 규모로 확대 적용한다는 아이디어는 아직은 선택적인 지역에서만 실험되고 있다. 특히 이는 동남아시아, 남미 등 개도국이 도시를 개발하는 데 있어 특히 어려운 과제인데, 기후변화를 피하기 위한 녹색기술에 접근하거나 구현할 수 있는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간극을 메우기 위해 한국의 녹색기술 기업들과 연구 기관들은 개도국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테스트하며 대덕 이노폴리스를 리빙랩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탄소중립지역(NZED) 프로토타입 설계에는 4단계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먼저 에너지 인프라, 에너지 소비, 인구 통계, 경제적 생산량 등 지역 여건에 관한 연구와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로 지역적 여건 파악 후 현지화된 신재생에너지 생산시스템 및 기술(스마트 에너지 그리드, 태양광, 지열, 폐자원 에너지화 등)의 프로젝트 현장 적용 가능성을 분석해야 한다.
이후 선정된 구역을 위해 폐쇄 루프 에너지 시스템을 갖춘 초기 NZED 프로토타입을 설계해야 한다. 이 때 대덕 이노폴리스를 미러링 시험장으로 삼아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구역에 대한 NZED의 적용 가능성과 적합성도 에이전트 기반 시뮬레이션, 환경 모델링 등의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NZED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후 프로토타입 NZED 내의 특정 에너지 성분을 선택해 수혜구역에서 테스트해야 한다.
이 같이 NZED를 통해 녹색기술 혁신과 협력의 틀을 만드는 일은 기업과 정책 입안자가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보다 전체론적인 시스템 기반 접근 방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 수혜자에게 최대의 혜택과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친환경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대신 시스템 생태계를 재정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글=칼빈 추아
정리=남도영 기자 hyun@techm.kr
<Who is...>칼빈 추아 스페이셜 아나토미 CEO
칼빈 추아(Calvin Chua)는 지속가능한 도시 설계와 계획 등의 도시 전략가로, 스페이셜 아나토미(Spatial Anatomy)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그는 싱가폴디자인공대와 건축 환경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싱가포르 전(前) 공군기지 부지에 대한 도시 재생 사업에 관한 기본계획 설계를 이끌고 있다. 또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객원교수로 지속가능한 녹색 건축과 디자인에 대해 한국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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