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기후솔루션, 공정거래위원회에 SK루브리컨츠 허위 광고 신고
SK루브리컨츠, 사명 SK엔무브로 바꿀 거라고 밝히고 대표이사 교체
ESG 뒤에는 항상 '경영'이 따라붙어...ESG경영은 '탑다운' 방식이 대부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ESG경영 노력에 반해 나온 결과들이라 안타까워

박세정 님 / 캐리커처=디미닛
박세정 님 / 캐리커처=디미닛

필자의 주위에 '개명(改名)'한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이름을 바꾼 이유로는 돈 잘 버는 이름, 건강을 지켜주는 이름 등을 가지고 싶어서였다는 분들이 계시는가 하면, 자신의 부끄러운 전력이나, 숨기고 싶은 세평을 워싱(washing, 세탁)하려고 했다는 사람도 종종 있습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시대적 소비 흐름은 '친환경'에 친절합니다. 어차피 구입해야할 소비재라면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을 선택해 친환경에 공헌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착한 마음'입니다. 당연히 인력과 시간, 자금을 들여 친환경 제품을 출시한 기업은 소비자의 '착한 마음' 덕에 매출이 오릅니다. 

작년 10월 27일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차량용 윤활유 국민브랜드 'ZIC'를 생산, 판매하는 SK루브리컨츠의 '탄소중립 윤활유' 제품이 탄소중립기본법의 본질을 호도하는 허위 광고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11월 8일 과장광고 시정 요구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그다음 주로부터 딱 1주일을 채운 11월 20일 일요일에 SK루브리컨츠는 사명을 'SK엔무브'로 바꿀 거라고 밝힙니다. 그리고 바로 그다음 주에는 회사의 대표이사가 교체됐습니다. 2022년 3분기까지 당시 매출 4조6000억원에 달했던 'SK루브리컨츠'란 이름이 ESG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그린워싱의 진화, 블루워싱에 대한 기우

세계자원연구소(WRI) 프로토콜에 의하면, 온실가스 배출원 분류척도에서 Scope1(직접배출량)은 기업이 소유·관리하는 장치나 공장 방출분이고, Scope2(간접배출량)는 기업이 매입·획득한 전기와 증기 배출에 기인한 것, Scope3(기타 간접배출량)은 기타 공급망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입니다.  

SK루브리컨츠가 선전한 '탄소중립 윤활유' 제품이 획득한 탄소배출권 115톤(115VCU)으로는 Scope3인 기타 협력사(하청업체)와 윤활유 구매자가 운전 중에 나오는 배출량만 상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Scope1·2의 원유 형성과 채굴, 정제, 운송분 모두가 빠진 겁니다. 

이런 미비한 탄소배출권 '115톤'을 홍보와 광고 파트 어디에도 명시하지 않아 제품 구매자와 잠재적 구매자가 '탄소중립 윤활유'로 속거나 오인하게 만든 미필적 고의를 감안한다면 이는 명백한 '그린워싱(green washing, 위장환경주의)'입니다. 

SK ZIC의 탄소중립 윤활유 제품은 국내 최초로 공정위에 탄소중립 소비재가 그린워싱으로 신고된 사례였지만, SK루브리컨츠의 기민한 개명 플레이로 일단은 논란에서 비껴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짝퉁 친환경 행세를 두려워하는 것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다고 선전하면서, 뒤로는 소비자의 착한 마음을 이용해 자사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블루워싱(blue washing)'으로 진화의 관성이 붙을까봐서입니다. 


더블바텀라인과 과잉충성

ESG라는 글자 뒤에는 항상 '경영'이 따라붙습니다. 그래서인지 'ESG경영'은 경영진의 의견이 구성원으로 향하는 탑다운 방식이 대부분입니다. 

지난 5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23'에 SK그룹과 대한상공회의소의 수장인 최태원 회장은 국내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참석해, SK그룹 8개 계열사 'NET-ZERO' 통합전시관을 진두지휘하며 글로벌 ESG경영의 선봉장으로서 낭중지추의 활약상을 보였습니다. 

최 회장은 작년 6월 'SK 경영시스템 2.0'을 언급하면서, '경제적 가치(EV)'에 '사회적 가치(SV)'를 동시에 실현하는 '더블바텀라인(DBL)'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DBL은 주주중심의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ESG의 핵심가치인 시장과 기업 주변 이해관계자에게까지의 공헌을 아우르는 경영전략입니다. 

그런데 최 회장의 이러한 진정성 어린 ESG경영 열정에 역주행한 'ZIC 탄소중립 윤활유' 같은 일은 왜 일어난 걸까요? 과잉 충성이 이유였을까요? 

SK ZIC '탄소중립 윤활유'의 선례로, 같은 해 2월 SK에너지의 휘발유·경유와, 9월 판매한 항공유 제품이 Scope3에 해당하는 탄소배출권만 구매하고 탄소중립이라고 광고해 논란이 있었고, 3월에는 SK E&S가 추진하던 호주의 가스전을 '탄소중립', '이산화탄소 free LNG'로 홍보해 환경부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라 더욱 아쉽습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나라의 곳간을 채우는 천문학적인 세금을 내는 기업을 존경하는 기업친화형 경영학자인 필자는, 최 회장의 ESG경영 노력에 반해 나온 이런 결과들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2편에 계속>

글=박세정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박세정 님은?
현재 한국NFT거래소(KNX)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블록체인 융합기술개발사 퓨처센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국방기술학회 공동의장 및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으며, KAIST <대한민국 국가미래전략> 편집위원, 경찰대학 자치경찰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블록체인제너레이션> <스타트업노트> <미친 꿈은 없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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