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언어, 개발자와 투자자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제3의 언어
테크놀리지와 인문학을 융합하는 시대적 분위기와 요구 팽배
지난 몇 달 코로나 확진세가 한풀 꺾이자 사회 지도층을 대상으로 한 조찬 강연 의뢰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습니다. 필자 주위에 이공계와 인문계열 학위를 같이 가지고 있는 교수 출신 강의자 모두 이구동성으로 미필적 새벽형 인간화가 되고 있다며 갱생으로의 행복(?)을 토로합니다.
테크놀리지와 인문학을 융합하는 시대적 분위기와 요구가 팽배합니다. 메타버스, 블록체인,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인공지능(AI), 로봇공학을 위시한 4차 산업혁명의 메가웨이브 속에서 정보와 데이터, 기술과 예술, 과학과 문학을 넘나드는 디지털 디아스포라(Diaspora) 거버넌스 그룹에 속해야 한다는 사회문화적 강박의 심화가 한 몫하고 있어서 입니다.
이와 더불어 필자가 '이종(異種·heterogeneity) 배태성(背胎性·Embeddedness)'이라고 정의한, 자신과 다른 장르에 속한 문화에 대한 인간의 태생적인 호기심 욕구에도 기인합니다. 시쳇말로 공돌이(이과계열 전공자)는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의 준말)을, 문송은 공돌이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고대 서양에서 리더라고 하는 이들은 회화·조각·해부학·물리학·수학·건축학·정치학·철학·수사학 등 다방면에 능통했고, 예술가이면서 과학자, 정치가이자 철학자, 웅변가이기도 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아리스토텔레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기계공학박사의 영문 표기는 Ph. D. in Mechanical Engineering입니다. 풀어써 보면, Philosophy of Doctor in Mechanical Engineering으로, Ph. D.란 Philosophy of Doctor, Doctor of Philosophy, 직역하면 '박사의 철학', '철학박사'를 의미해 '기계공학박사의 철학'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학문 분야가 이공계일지언정 기본적으로 인문학인 '철학'에 근간을 두고 있다는 준거입니다.
중계자·프로듀서·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공헌자들, '중간언어' 구사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 호텔 본관에서 ICTC(국제관세무역자문센터)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전문기업인 퓨처센스가 공동주관한 글로벌 포럼이 열렸습니다. 메인 이벤트 'MBN(메타버스·블록체인·NFT) 특강'을 한국NFT거래소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레이 발데스가 했고,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30대 공동창업자는 '중간언어'를 사용해 평균나이 53.8세의 참석자 모두의 시대공감을 이끌어 냈습니다.
필자가 제창한 '중간언어(메자닌 랭귀지)'의 메자닌(Mezzanine)은 이탈리아어로, 보통의 2층보다는 낮고 단층보다는 좀 높게 지은 중이층(中二層)을 뜻합니다. 이번 강연에서의 '중간언어'는 블록체인 기반의 NFT 개발자와 일반 스테이크 홀더(투자자 포함)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제3의 언어였습니다.
철학(Philosophy)은 사랑을 뜻하는 '필로(Philo)'와 지식을 의미하는 '소피아(sophia)'의 합성어로 인류애에 뿌리를 두고 지혜를 추구하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철학 본연의 뜻이 중간언어로 새겨졌으면 합니다.
우리가 부대껴 살아가는 가족, 회사, 정부조직, 국가 간에는 중계자, 프로듀서,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공헌자들이 '중간언어'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시작된 '테크인문학' 칼럼이 아무쪼록 테크놀리지와 인문학 사이의 중간언어로써 '이종 배태성'의 효자손이 되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글=박세정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박세정 님은?
현재 한국NFT거래소(KNX)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한국국방기술학회 공동의장 및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으며, KAIST <대한민국 국가미래전략> 편집위원, 경찰대학 자치경찰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블록체인제너레이션> <스타트업노트> <미친 꿈은 없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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