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을 '0(제로)'로 만들어 탄소중립의 균형을 맞추는 것
그린텍소노미, 환경을 상징하는 '그린'에 생물분류학에서 유래된 '택소노미'를 붙인 합성어
넷-제로와 그린텍소노미, ESG가 견인하는 가운데 탄소중립 기반의 'E(환경)'가 핵심
ESG경영이 개별 기업은 물론 자본시장과 국가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1편에 이어>
대통령 선거, 그때 그 'RE 100'
작년 대선 기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RE 100에 어떻게 대응할 겁니까?"라고 물어 화제가 되었던 그 'RE 100'. RE 100은 환경전문용어로, 기업의 사용전력에 100% 재생에너지(Renewable Electricity)를 쓰겠다는 운동입니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주도한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총회(UNFCCC, COP21) 이후, 지구적으로 쓰이는 친환경용어 중에 '넷-제로(NET-ZERO)'와 '그린텍소노미’가 있습니다.
넷-제로는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해 전기 생산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이고, 발생하는 양만큼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을 '0(제로)'로 만들어 탄소중립의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RE 100은 넷-제로 수단의 하나입니다.
2020년 유럽연합(EU)이 발표한 '그린텍소노미'는, 환경을 상징하는 그린(green)에 생물분류학에서 유래된 택소노미(taxonomy)를 붙인 합성어입니다. 특정 에너지나 산업이 친환경 영역에 들어가는지 아닌지를 가르는 친환경 분류체계로, 'RE 100'의 근거가 됩니다.
넷-제로와 그린텍소노미는 삼총사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가 견인하고 있고, 이중 맏형은 누가 뭐래도 탄소중립 기반의 'E'입니다. 탄소중립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통계와 회계, 이공학을 기반으로 한 촘촘한 수학적 방법론입니다.
일례로 RE 100은 MRV가 전제돼야 하는데, MRV는 제품의 생산, 수송, 사용(폐기) 등의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측정(Measuring), 보고(Reporting), 검증(Verification)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많은 '무슨무슨 ESG위원회' 회의보고서와 '무슨무슨 지속가능보고서'라고 하는 데에는 과학적인 수치는 잘 안 보이고, "난 순수해 잘 몰라요"란 아름다운 마음가짐과 세상을 향해 내뱉는 환경에 대한 희망고문이 새겨져 있어 보입니다.
구정 연휴를 전후로 필자에게 'ESG특강 요청'이메일이 십 수통에 이릅니다. 남발되는 몇몇 그들만의 일정표와 참석자 명단을 확인하면서 마치 '흐릿한 추상화'를 들여다보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심지어 이런 이벤트에서 방법론의 테마조차 잡지 못한 기업들이 ESG경영이라며, 너나 할 것 없이 돈을 퍼부어 일단 RE 100 선언과 선포식부터 하려 드는 것을 보면 학자로서 참담하기까지 합니다.
기업에 체화(體化)돼야 하는 ESG경영
지난 10일 국회의사당에서 필자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회가 주관한 '웹3.0 시대의 디지털자산과 ESG경영' 웨비나에, 국회 행안위와 디지털자산특위,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대한변협 여성특위, 환경부, 금융위, K-ESG평가원 등 30여 개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토론에서 황석진 동국대 교수는 "시민이 기업의 비재무적 친환경 책임을 예의주시하는 시대"라고 했고, 최수만 탄소중립 미래포럼 대표는 "ESG경영에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이날 국회 행사에 이어 '한국ESG경영학회' 발대식이 있었습니다. 경영, 통계, 환경학자들을 중심으로 회계사, 변호사, 변리사, 환경부 온실가스 검증심사원 등이 참여했습니다. 학회는 앞으로 제품뿐만 아니라 기업활동에 대한 그린워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녹색산업 진흥책으로 그린미싱(green missing)을 잡아나가는데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린미싱은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성과가 있음에도 이를 규명하기 위한 계산법과 모니터링 기술이 없어 탄소배출권 확보의 기회를 유실해버리고 마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ESG경영학회는 올해 상반기에 정량적 평가척도와 사회행동분석(SBA) 프로토콜을 적용한 ESG스코어링으로 'ESG경영대상'과 그린워싱을 포함한 'ESG 워스트 기업 50'을 선정합니다.
"현대 조직에 있어 ESG경영은 내재화를 넘어 체화돼야 합니다!"
2021년 5월 부산경제진흥원 초청으로 부산시청 ESG특강 때 필자의 강연 아젠다입니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무디스, 피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평가 척도로 ESG를 반영한 지 이미 오래됐고, 선진국에선 보편화된 '착한 펀드'라 불리는 사회적책임투자(SRI) 펀드는 기업의 재무적 측면과 ESG를 함께 고려해야 투자가 진행됩니다. 굳이 용어사전을 펴지 않더라도 ESG경영이 개별 기업은 물론 자본시장과 국가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ESG경영이 기업 생존과 직결된 중차대한 시기, 한국ESG경영학회가 학자적 양심을 가지고 대한민국 ESG 파수꾼으로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 봅니다.
글=박세정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박세정 님은?
현재 한국NFT거래소(KNX)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블록체인 융합기술개발사 퓨처센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국방기술학회 공동의장 및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으며, KAIST <대한민국 국가미래전략> 편집위원, 경찰대학 자치경찰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블록체인제너레이션> <스타트업노트> <미친 꿈은 없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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