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연 지니언스 CTO 겸 미국법인장 인터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보안 판은 안변한다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국내 보안시장은 체질개선이 시급하다. 활발한 경쟁과 인수합병(M&A)으로 새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단계적으로 어떤 기업은 피해를 보겠지만 결국 시장이 커질 것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보안 판은 바뀌지 않는다는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지난 25일 경기도 안양시 지니언스 본사에서 만난 김계연 지니언스 최고기술책임자(CTO)·미국법인장은 이같이 말하며 국내 보안 생태계에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보호 아래있는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진출을 끊임없이 도모하고 클라우드 네이티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제품을 전환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NAC·EDR 강자 지니언스가 SaaS로 눈을 돌린 이유
지니언스는 지난 2005년 설립된 국내 네트워크 보안 전문기업이다. 네트워크 접근제어(NAC)와 단말위협 탐지·대응(EDR) 솔루션을 두 축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NAC는 네트워크 센서로 연결된 모든 기기 정보를 탐지 및 식별, 분류해 가시성을 확보하는 점이 골자다. EDR은 PC나 노트북 등 사용자 기기에서 발생하는 악성코드 및 이상행위를 탐지한다. 현재 지니언스는 NAC와 EDR 분야 모두 국내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NAC 분야에서 지니언스가 확보한 입지는 독보적이다. 국내 공공 조달시장 기준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가트너 선정 '글로벌 톱5 NAC 업체'에 이름을 올렸을 만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같은 성과를 낸 비결은 클라우드다. 지니언스가 클라우드 전환을 통한 SaaS 제품에 주목한 건 무려 7년 전이다. 공공이나 금융기관 등 주요 고객들이 NAC를 모두 도입한 시장 포화 상황에서 신규 고객 유치가 마땅찮았기 때문이다.
김 CTO는 "창업 멤버로 시작해 10년 정도 구축형(온프레미스) 라이센스 방식으로 국내 사업을 진행하다가 7년 전쯤 클라우드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국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NAC 솔루션에 대한 수요처 확대가 부족해 매출 정체기가 왔고, 이 때 제품을 클라우드에 적합하게 전환하게 되면 중소 규모 기업으로 확대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투자에 대한 성과는 최근 2~3년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외에 공장을 증설 중인 국내 대형 그룹사, 공공, 금융 등을 넘어 글로벌 니치 마켓 및 국내 중소형 고객사를 통한 매출처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노력에 NAC 분야에서 확보된 고객 수만 해도 약 2400곳에 달한다.
실적 또한 지속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는 지니언스는 지난해 1~3분기 기준 매출액 225억원, 영업이익 2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8.6%, 90.8% 각각 증가한 수치다. 특히 매출이 4분기에 몰리는 정보보안 시장 특성상, 역대 최대 실적 경신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제품 개발 과정을 총괄한 김 CTO는 클라우드 핵심은 SaaS라고 강조했다. 반복적·소모적 업무를 자동화하고, 개발자가 더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효율적 환경 구현이 클라우드 도입 이유고, 이를 위해서는 SaaS가 필수적 요소라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에서는 SaaS보다는 대부분 서비스형 인프라(IaaS)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업무 효율성 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핵심은 SaaS"라고 역설했다.
최근 국내 보안시장에서도 보안 제품의 SaaS화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김 CTO는 단순히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작동하던 소프트웨어(SW) 제품을 클라우드에서 구동될 수 있도록 하는 현 방식은 유효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해답은 클라우드 네이티브 SW라는 지적이다.
중동·미국에서 성과내는 보안 대표주자
그간 국내 보안제품은 '내수용'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외연 확장을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도한 기업은 많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시고 철수했다. 현재 해외사업을 전개 중인 대부분의 경우도 동남아시아, 일본 등에 국한된 경우가 많다.
지니언스는 중동과 미국 등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현재 이 회사는 미국에 법인을 세우고 글로벌 사업을 전개 중이다. 이 또한 SaaS 사업과 무관하지 않다. 7년전 지니언스가 클라우드 제품 전환을 마음 먹었을 당시,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활성화되기 전이었기에 미국행을 선택한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NAC 또한 미국 법인에서 개발·테스트를 마친 후 국내에 출시된 제품이다. 미국 법인을 이끌고 있는 김 CTO는 "초기 3년은 기존 보안 제품을 SaaS로 전환하고, 현지 엔지니어와 매뉴얼을 만들었다"며 "가트너나 프로스트앤설리번 등 정보기술(IT) 시장조사기관 마켓가이드에서 NAC를 검색했을 때 3페이지 내에 지니언스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고, 현재는 이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 현재 지니언스는 중동과 미국 등에서 공공과 기업을 중심으로 제품을 납품 중이다. 전체 글로벌 매출 중 40%는 중동에서 발생하며, 북미와 캐나다 등이 30%를 차지한다. 또 남아메리카 시장이 20%, APAC 국가가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김 CTO는 "중동은 공공기관이 주 고객이며, 미국은 증시 상장기업 두 곳과 크레딧 유니온 다수가 지니언스 제품을 쓰고 있다"며 "캐나다는 지방자치단체들 7~8곳에서 주로 사용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 수준에서 '성공'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김 CTO는 자평했다. 실제로 지난해 1~3분기 기분 지니언스 미국 매출액은 약 5억원에 그친다. 글로벌 시장이 국내 기업들의 불모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의미하지만 입지를 다졌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의미다.
향후 성장 여지는 충분하다. 그는 "여태까지 지니언스 글로벌 사업은 제품 마케팅에만 집중했고, 그마저도 대규모 비용을 들이지는 않았다"며 "스타트업이었다면 제품 점유율을 높이는데 주력했겠지만, 지니언스는 국내에서 2000곳 이상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짰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고객 100여곳 이상을 확보한 만큼 향후에는 마케팅을 본격화할 계획이고, 적절한 파트너를 물색 중"이라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시점이라고 판단 중"이라고 덧붙였다.
'K-보안' 시장, 외산과의 경쟁 필요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과 더불어, 보안 시장 또한 급격한 위기를 맞이했다. 정부 보안 규제가 등급제로 개편되며 공공시장에 외산 제품들이 진입할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공공에 제품을 납품하려면 정부가 요구하는 보안적합성 인증을 획득해야 했다. 그러나 인증 획득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탓에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피해는 기업들에게 전가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국가정보원은 중요도에 따라 보안적합성 검증 체계를 가, 나, 다로 나눴다. 가 등급의 경우 기존처럼 내수용 CC인증을 요구하고, 나등급은 국제 CC인증 및 신속확인제도 등으로 대체, 다 등급은 별도 요건을 삭제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규제 개선이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초래한다고 판단 중이다. 그간 보호를 받아왔던 보안업계가 공공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할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다만 김 CTO는 이같은 시장 개방이 전체 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시장을 개방해 외산과 경쟁하는 체계로 가야한다"며 "국산 보안 제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이유는 한반도 내에서 자생했기 때문이고, 개방이 늦을수록 감내해야할 경쟁력 격차는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김 CTO는 "해외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보안 시장은 변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바꿔야만 해외 투자 유치 및 인수합병(M&A) 등이 가능해지고, 이는 결국 좋은 스타트업이 줄지어 등장하는 선순환 체계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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