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디미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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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열풍을 등에 업고 올해 주가를 큰폭으로 끌어올려 주목된다. 이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AI를 통해 경기침체를 뚫어내겠다는 각오다. 


주가 50% 급등한 엔비디아...비결은 게임 체인저 '챗GBT' 

엔비디아는 23일 낮 12시(미 동부 기준) 현재 뉴욕 주식시장에서 전날보다 12.11% 폭등한 232.68달러에 거래됐다. 작년 말 주가가 146달러 선이었는데, 올해 들어서만 50% 이상 급등한 것. 

앞서 엔비디아는 전날 작년 11월∼올 1월(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은 60억5100만 달러(7조8900억 원), 순이익은 14억1400만 달러(1조8400억 원)를 기록했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경기 침체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매출은 전년 대비 21%, 순이익은 53% 감소했다.

그런데도 이날 주가는 10% 넘게 급등했다. 챗GPT 등장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AI 챗봇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엔비디아의 AI용 칩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AI용 칩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투자등급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했다. 

골드만삭스의 토시야 하리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목표 주가로 275달러를 제시하며 그 배경으로 "엔비디아의 잘 훈련된 비용 관리와 AI 도입의 가속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크레딧스위스의 크리스 케이소 애널리스트 역시 "엔비디아의 주식은 소유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렵다"며 엔비디아의 목표 주가를 210달러에서 275달러로 끌어올렸다.

실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AI의 머신러닝을 구동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성 AI가 주목받으면서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4분기 AI용 반도체 판매를 포함하는 데이터센터 사업의 매출은 36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11% 증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챗GPT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면서 사람들이 AI를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해주며 생성 AI로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준다"며 "그러나 모든 사람을 위한 하나의 AI 모델은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업계에서 큰 가치가 있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AI로 경기침체 극복...韓 반도체 기업도 '러시'

지난해말부터 불어닥친 경기침체 여파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반도체 업계는 최근 엔비디아의 사례처럼, 챗GPT 열풍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고 있다. AI가 전세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며 관련 인프라 수요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AI 시스템 운용을 위해서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다. 이 GPU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D램이 함께 탑재된다. 즉, AI 시장 규모가 커질 수록 메모리 반도체 수요 또한 동반 상승하는 구조다. 

HBM은 D램 단품 집적회로(다이)를 쌓아 용량을 키움과 동시에 한번에 구멍을 뚫어 연결하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로 데이터 전송률을 크게 높인 제품이다. 그간 고성능 컴퓨팅(HPC)나 GPU 기반 딥러닝 기기 등에 필요한 데이터 고속처리를 목적으로 도입돼왔다. 

특히 HBM은 기존 D램이 보유한 데이터 전송 속도 한계를 보완할 차세대 메모리 제품으로 꼽힌다. 비약적 성능 발전을 이뤄온 CPU, GPU와 메모리 간의 성능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 DDR5가 대략 초당 50기가바이트(GB)를 전송할 수 있다면, HBM3는 초당 819GB를 전송할 수 있다. 약 40배 차이다.

여기에 반도체 업체들이 매출처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간 서버향 매출은 클라우드에 달려있었다. 그러나 AI가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작동되는 만큼 향후에는 AI에서도 서버향 매출이 확대될 여지가 크다.

시장 성장세도 가파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20억달러(약 27조원)였던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오는 2026년 861억달러(약 10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AI 시장 선점을 위한 대비를 마쳤다. 우선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팹리스 기업 AMD와 메모리 반도체, AI프로세서를 결합한 '지능형 메모리(HBM-PIM)' 기술을 개발했다. '지능형 반도체(PIM)'은 메모리 내부에 연산 기능을 추가한 반도체로, CPU와 메모리 간 데이터 이동이 줄어 시스템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네이버와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국내외 주요 기업들과 메모리 생태계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SK하이닉스 또한 지난해 6월 이후로 엔비디아에 'HBM3'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HBM3는 지난 2021년 SK하이닉스가 개발한 4세대 제품으로, 풀HD급 영화 163편을 1초만에 전송할 만큼 빠른 속도를 구현한다. PIM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D램 규격 GDDR6도 개발했다. GDDR6는 기존 대비 연산 속도는 16배 빠르고, 에너지 소모량은 80% 적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는 업계 전반으로 확장 가능성이 크고, 서비스를 위한 학습 과정에서 향후 텍스트 뿐만이 아닌 모든 데이터 형식을 커버하는 멀티모달AI로 진화할 것"이라며 "이에 학습과 추론을 위한 서버 인프라 투자 확대가 필요하고, 특히 메모리 관점에서는 속도와 용량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현재 HBM과 같은 고대역 베모리는 곧바로 활용되고 있다"며 "기존 서버 메모리 중 128GB 급 이상 모듈 수요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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