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일본 관계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자회사 'Z홀딩스'의 경영통합이 2년을 맞았다. 디지털 전환이 느린 일본 커머스·핀테크 비즈니스 시장을 빠르게 선점할 것으로 주목 받았지만, 실적 측면에선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Z홀딩스의 복잡한 지배구조가 인수후통합(PMI) 작업을 지연시킨 영향으로 보인다.
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10월~12월) Z홀딩스 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0.9% 증가한 4536억8700만엔(약 4조3821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페이페이 기업결합에 따른 재측정이익을 제외한 해당 분기의 영업이익은 약 434억엔(약 419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9% 가량 감소했다.
라인과 야후재팬 일본 내 실사용자만 단순 합산해도 1억6000만명이 넘는 상황이라 더 뼈아프다. 현 지배구조로는 사업적 시너지 발휘가 더디다는 판단이 선 양사는 올해 돌파구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Z홀딩스와 라인, 야후재팬의 3자 합병을 추진하기로 했다. 간결한 소유구조로 신속한 의사결정에 나서기 위해서다.
눈에 띄는 점은 인사 개편으로, 라인의 신중호 그룹최고상품책임자(GCPO)가 전면에 등판했다. 신 GCPO가 기획 및 개발, 사업 계획 등 그룹 전반에 걸친 최종 의사결정을 맡게 되면서, 사실상 라인 측에 힘이 실린 모양새다. 가와베 겐타로 회장은 의사결정에서 한발 물러나고, 이데자와 다케시 대표는 수익화에 집중한다.
韓·日 인터넷 공룡의 만남에도..시너지 지지부진
한일 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의 경영통합으로 지난 2년간 이런저런 시도가 이뤄졌다. 양사는 2021년 3월1일 라인과 Z홀딩스의 경영통합을 완료하고 지주사인 'A홀딩스'를 출범했다. A홀딩스는 Z홀딩스 지분을 65% 보유하고 중간 지주회사 Z홀딩스는 라인과 야후재팬 지분을 각각 100%씩 가졌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구축한 '연합체'였지만, 시너지 발휘는 예상보다 더뎠다. 네이버는 쇼핑 플랫폼 스마트스토어의 기술을 일본에 이식했는데, 약 2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베타 단계에 머물러있다. 야후쇼핑과 페이페이몰 통합 등 중복사업 정리도 지난해 말이 돼서 이뤄졌다.
핀테크 분야도 여전히 중복사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라인의 '라인페이'와 야후재팬의 '페이페이'가 간편결제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올해(2023년)까지 아이디(ID) 통합을 이뤄낼 계획도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멈춤' 상태다. 현재는 페이페이 가맹점에서 라인페이 결제를 이용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이는 실적으로도 연결됐다. 지난해 3분기 커머스 사업부문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전년동기대비 7.2%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경쟁사 라쿠텐이 23.2% 증가율을 보인 것과 대비된다. 핀테크 분야는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간편결제, 카드 등 사용성 지표도 페이페이가 끌어가는 형태다.
이런 가운데 경기 위축 상황에 직면하자, 주력 사업인 광고 매출도 흔들렸다. 같은 기간, Z홀딩스의 광고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0.5% 가량 쪼그라들었다.
Z홀딩스·라인·야후재팬 합병..의사결정 신속화
정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양사는 '3자 합병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광고 사업 등 경영환경 악화에 강한 위기감을 느끼면서다. 3자 합병을 통해 소유구조를 단순화하고, 의사결정 과정의 신속화와 중복 사업 삭감에 의한 비용 효율화를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합병은 연내 이뤄질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리더십 재편이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사장이 Z홀딩스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이자 사장에, 가와베 겐타로 현 Z홀딩스 사장이 대표권을 가진 회장에 취임한다. 라인의 신중호 그룹최고제품책임자(GCPO)가 사업 계획과 서비스 개발을 총괄하는 의사결정권자로 전면에 나서기로 했다.
소프트뱅크가 지배력을 가져간 대신, 네이버가 의사결정권을 쥔 구조다. 이 같은 구조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창업주가) 인터넷 서비스 후발주자였던 네이버를 국내 1위 기업으로 올린 데는 최고의 인재풀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린 전략이 유효했다"라며 "네이버 출신 신 GCPO는 이 창업주와 함께한 인물로, 해외 사업의 복심이다. 라인을 일본에서 1위 메신저로 정착시킨 저력이 다시 발휘될 것"이라고 했다.
라인 관계자는 "2021년 3월 Z홀딩스와 라인의 경영통합을 거쳐 현재는 통합 시너지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라며 "시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프로덕트 퍼스트(Product First) 체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Z홀딩스 및 라인, 야후재팬 3사를 중심으로 한 합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각 회사의 프로덕트 및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3사 통합속도를 높여 시너지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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