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재팬 결합으로 亞 최대 플랫폼 우뚝
메신저-핀테크-엔터 등 기대 시너지 무궁무진
3.1절에 띄운 A홀딩스...소모적 갈등 대신 美-中 패권에 도전장

사진 = 일본 닛케이 신문
사진 = 일본 닛케이 신문

 

"미국과 중국의 거대 기업들의 제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해 살아남은 회사로 남고 싶다."(2019년 6월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괄(GIO)의 발언.)

구글-페이스북, 텐센트-알리바바 등 미·중 거대 IT 플랫폼 공룡기업에 맞서기 위해 '연합군'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온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총괄(GIO)이 일본 IT업계 거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손을 잡고 다시 한번 글로벌 시장에 몸을 던졌다.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의 유례없는 동맹으로 검색과 메시지, 콘텐츠, 엔터, 금융, 전자상거래를 아우르는 이용자 4억명 규모의 '메가 플랫폼'이 탄생했다. 적어도 이제 아시아에서 A홀딩스를 상대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이해진이 꿈꾸던 글로벌 네이버의 꿈이 점차 무르익는 모습이다. 


美·中 인터넷 제국주의 맞선다…이해진 'A홀딩스' 운전대 잡았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자회사 야후재팬이 1일, 경영통합을 마무리하고 A홀딩스를 출범시켰다. A홀딩스는 ▲A-to-Z ▲인공지능(AI) ▲아시아(Asia)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아시아 최고의 인터넷 기업으로 자리하겠다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의 의지가 담겼다. 

A홀딩스 지분은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각각 50% 나눠갖기로 했다. A홀딩스가 Z홀딩스의 지분 65%를 보유한 지주회사 역할을 맡게 된다. 중간지주사 격인 Z홀딩스 밑에 라인과 야후재팬이 각각 100% 자회사가 되는 구조다.

초대 대표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미야우치 켄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가 공동으로 맡는다. 두 사람은 오는 2일자로 공동 대표에 취임한다. 사실상 이 GIO가 전면에서 A홀딩스의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구조다. A홀딩스 이사회는 이해진 대표, 미야우치 켄 소프트뱅크 CEO, 황인준 라인 최고재무책임자(CFO), 후지하라 가즈히코 소프트뱅크 CFO, 코시바 미츠 노부 JSR코퍼레이션 이사회 의장(사외이사)으로 구성됐다. 의장직은 미야우치 켄 CEO가 맡는다. 

 

표 = 소프트뱅크
표 = 소프트뱅크

 


한가족된 네이버-소프트뱅크...기대효과 '무궁무진'

A홀딩스 출현으로 당장 기대되는 점은 아시아 최대규모의 이용자풀을 갖춘 인터넷 기업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라인은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2억명에 가까운 이용자를 보유한 메가 플랫폼이다. 특히 일본에선 우리나라의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80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모으며 국민메신저로 거듭났다. 라인과 통합되는 일본 최대 검색엔진 야후재팬은 1억명 규모의 이용자를 거느린데다, 메이저 온라인 패션몰 조조타운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포털 네이버와 흡사한 모습이다. 조조타운은 라쿠텐과 아마존재팬과 더불어 일본 최대 온라인쇼핑몰로 꼽힌다. 

양사는 이커머스-금융 분야에서 당장 소기의 성과가 기대된다. 라인쇼핑과 조조타운, 야후쇼핑, 야후오쿠가 결합돼 모바일과 포털을 연계한 일본 최대 이커머스 사업자로 거듭날 전망이다. 더불어 라인의 라인페이와 야후재팬의 페이페이 이용자가 합쳐져 간편결제시장 또한 양사의 손아귀에 들어오게 된다.

마찬가지로 일본 포털 데이터를 갖춘 야후재팬과 라인이 하나가 되면서, 금융시장에서도 주도적 사업자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라인파이낸셜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추진 중인 라인뱅크가 야후재팬의 재팬넷뱅크와 합쳐질 경우, 당장 일본 금융시장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광고와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최대사업자로 자리매김해 적어도 한국과 일본에서 만큼은, 구글-페이스북-아마존을 비롯한 미국 인터넷기업과 대등한 경쟁이 가능할 전망이다. 

더불어 글로벌 엔터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네이버와의 시너지도 상당할 전망이다. 국내에만 5000만명의 이용자가 존재하고, 북미에서 1억60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웹툰플랫폼 '왓패드'와 방탄소년단으로 대표되는 엔터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또한 최근 네이버와 한가족이 됐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괄(GIO) 겸 A홀딩스 공동대표/ 캐리커쳐 = 디미닛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괄(GIO) 겸 A홀딩스 공동대표/ 캐리커쳐 = 디미닛

 


"3.1절에 전격 통합" 국적 논란 딛고 韓-日 통합인터넷 '우뚝'

한·일 대표 IT 업체가 이끄는 일본 최대 메신저와 검색엔진의 경영통합이 성사되면서 라인의 국적논란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공산이 크다.

그간 라인은 일본의 메이저 플랫폼으로 진화를 거듭했지만 한국기업인 네이버의 자회사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일본 내 반한 감정에 취약했다. 라인은 현지 경영진을 중심으로 사업부를 꾸리며, 현지화에 주력했지만 여전히 양국간의 정치적 갈등이 깊어지면 좌불안석에 놓이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특히 최근 들어 반한-반일 감정이 격화되자, 라인 내에선 양국 이용자들이 감정싸움이 발발하곤 했다. 실제 지난 2019년 8월에는 라인 메신저 안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폄훼하는 이모티콘이 양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라인과 야후재팬이 한가족이 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플랫폼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지루한 국적 분쟁을 뒤로하고 아시아 대표 플랫폼으로 우뚝서게 됐다. 소모적 갈등을 뒤로 하고 오히려 한국과 일본 기업간 시너지 도모에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3.1절에 출범을 선언한 것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실제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는 "금융과 소매를 결합한 1억명 규모 서비스가 탄생하면서 일본 내 인터넷 산업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며 "아시아를 무대로 미국이나 중국 디지털 플랫폼 세력에 대항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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