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마니아 기자가 추천하는 '역사물'
교과서가 아닌 만화로 역사를 접한 건 초등학생 시절 읽었던 '맹꽁이 서당'이었다. 매번 도서관에서 만화책을 빌려다 읽는 아들을 본 부모님께서는 아예 전 권을 통째로 사주셨다. 역사물에 대한 취향은 그렇게 싹 텄다.
오늘은 한민족이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를 벗어나 독립을 선언한 삼일절이다. 특히 이번 삼일절은 1919년 이후 104번째로 맞은 기념일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공휴일 속에서 과거 역사들을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 지금부터 소개할 웹툰들은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미친 고증'으로 흡입력↑
'역덕(역사 덕후)'였던 친구는 사극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 항상 불만을 터뜨리곤 했다. 말투부터 의상, 무기 등 단 하나도 실제처럼 구현된 게 없다는 이유였다. 지금부터 소개할 '고래별', '칼부림'은 작가가 역사 속에 실제로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세밀한 고증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먼저 고래별은 일제강점기 시대 조선을 배경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일제에 편승하며 부를 얻은 집안의 몸종인 주인공 '허수아'가 독립운동가로 살아가고 있는 윤현의 목숨을 구해주며 스토리가 시작된다. 동굴에서 그를 돌보던 허수아는 주인집 아가씨에게 상황을 들키게 되고 결국 윤현은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경성으로 떠난다. 떠나기 전 쪽지를 접선 장소에 전달해달라는 윤현의 부탁을 받은 허수아는 여관을 찾아갔다가 결사단 일원인 해수에게 의심을 받게 되고 양잿물을 마신 후 말을 못하게 된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당시 친일파 집안의 자식으로 태어나 갈등하는 모습과 독립운동 성공을 위해 어디까지 인간성을 버려도 되는지, 그 행위가 합당한지에 대한 인물들 간 심리 묘사가 일품이다. 특히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한 부분들이 아름다움을 더해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경성, 연해주 등 주요 장소에 대한 작화는 물론, 작중 인물들이 사용하는 방언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도가 높다. 현재는 거의 잊혀진 방언도 등장한다.
다음으로 소개할 '칼부림'은 웹툰이 아닌 역사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고증이 잘된 작품이다. 시대적 배경은 광해군을 폐위시켰던 '인조반정'부터 시작된다. 이후 '이괄의 난'까지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이괄이 아닌 수하로 있던 '함이'다. 역사적 흐름과 함께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칼을 잡은 주인공 성장기도 함께 펼쳐진다.
이 작품이 '수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역사적 재현 측면에서 완벽하기 때문이다. 당시 병사들이 사용하던 무기나 갑옷 등은 물론, 화포와 신체 조건까지 역사 속 묘사와 동일하게 구현됐다. 특히 실제 만주어가 등장하기도 하며 후금(청) 병사들의 복식 표현 또한 사실에 가깝다. 인물들의 말투와 사투리 또한 알맞게 구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조선 왕에게 외친 구호가 '만세'가 아닌 '천세'로 사용됐다는 점이다. 당시 만세는 명나라 황제에게만 썼다는 역사적 배경을 그대로 살린 것이다.
상상력을 입힌 역사물
역사물에 또다른 묘미는 상상력과의 접목이다. 과거 있었던 일과 작가의 상상을 더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카카오웹툰에서 연재 중인 '나에게 온 달', '살생부'는 작가들의 독창적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들이다.
한국인이라면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얘기를 모두 알 것이다. 지금부터 소개할 나에게 온 달은 이같은 '온달 설화'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로맨스 무협물이다. 스토리는 신라와의 전투에서 전사한 온달이 신 '자재천'에게 소원을 빌며 시작된다. 이후 되살아난 온달은 1400년동안 평강공주의 환생을 찾아다닌다.
이 과정에서 저승사자들은 인간의 섭리를 거스른 온달을 잡아가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던 중 현대에 이른 온달은 마침내 평강공주의 환생을 찾아낸다. 다만 여자로 환생하지는 않았다. 이 작품의 재미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남자인 것과 상관없이 평강이라고 부르며 쫓아다니는 온달과 그를 거부하면서도 전생의 기억이 떠올라 혼란에 빠진 주인공 '승림' 간 케미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계유정난 2년 후 단종복위운동을 펼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 '살생부'다. 살생부는 한명회, 홍윤성 등을 중심으로 한 정난공신들에 의해 아버지와 가문, 순결을 잃은 주인공 백이화가 펼치는 복수극이다. 과거 양반집 규수였던 주인공이 오직 복수만을 위해 산에서 짐승을 사냥하고 훈련하는 등 처절한 훈련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돼있다.
김종서, 성삼문, 박팽년 등 실제 인물들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당시 역사를 작가가 각색해 만들어낸 백이화 캐릭터가 전달하는 복수심, 인간성에 대한 갈등 등 복잡한 감정에 대한 표현이 가슴을 울린다. 여기에 잔인하지만 통쾌하다는 감정이 드는 복수 장면을 통해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한 작품들은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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