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만화책 대여점 서가 구석에서 꺼내든 '퇴마록'을 시작으로 '무협'에 깊이 빠져들었다. 호흡으로 쌓은 내공을 통해 펼쳐진 무술과 협의(俠義)를 추구하는 주인공들의 일대기가 가슴에 불을 지폈다. 

동네 대여점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출 때까지 열혈강호, 묵향, 비뢰도, 용비불패 등 온갖 무협물을 탐독했다. 책을 더 이상 빌릴 수 없게 됐을 무렵, 네이버웹툰과 당시 '다음만화속세상(현 카카오웹툰)'을 알게 됐다. 덕분에 무협물 '외길 인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모처럼 찾아온 휴일에 즐길 콘텐츠를 찾고 있다면 무협웹툰 '정주행'은 어떨까.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 양대 플랫폼에서 직접 고른 작품 6종을 정리해봤다.

시간여행 콘셉트로 재미를 더한 '화산귀환', '광마회귀'

과거 또는 미래로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면 어떻게 삶을 바꿀 수 있을까.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인 '화산귀환', '광마회귀'는 시간여행을 통해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아낸 작품들이다.

먼저 화산귀환은 천하제일검으로 불렸던 화산파 검수 '청명'이 세상 모든 것을 죽이려는 마교 교주 '천마'의 목을 베고 죽음을 맞이하며 시작된다. 100년이 지난 어느 날 어린아이로 환생한 청명이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몰락한 화산파를 부흥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여기에 상상 속 변화무쌍한 화산파의 검술을 완벽히 구현한 작화와 도인(道人)이라고 보기 어려운 주인공 특유의 거침없는 입담·행동이 더해져 기존 무협물에서 접할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같은 시간여행 콘셉트지만 광마회귀는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인생을 재설계한다. 마교 신물 '천옥'을 삼킨 채로 절벽에서 떨어진 무림 고수 광마 '이자하'가 전생의 기억과 천옥을 지닌 상태로 과거로 돌아가 더 빠르게 고수로 거듭나는 과정을 특유의 유머와 함께 담아냈다.

특히 상대 실력이나 재력에 상관없이 일관된 광기로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는 주인공의 행보를 보고 있다보면 어느 새 주인공의 논리에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만큼 흡입력이 있다.

미래 기술 '나노로봇'을 만나 초고수로, '나노마신'

앞선 두 작품의 주인공이 마교에 대항하는 위치였다면 나노마신은 마교 교주의 사생아로 태어난 주인공 '천여운'이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 천하제일고수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천여운은 마교 교주의 사생아로 태어나 내공과 무학을 익히지 못한 인물로, 어머니의 죽음에 관여한 교내 6대 종파에 대한 복수를 꿈꾼다. 암살자들로부터 목숨의 위협을 받던 어느 날, 미래에서 시간여행을 통해 온 후손으로부터 '나노로봇'을 주입받는다. 

유머코드는 많지 않지만 시대 배경과는 상반된 증강현실(AR), 홀로그램 등 최첨단 기술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화와 함께 이를 적절히 활용해 최약체에서 초고수로 거듭나는 성장기가 통쾌함을 선사한다. 특히 어머니를 잃은 주인공이 숙적들에게 직접 복수하는 장면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무협의 본질을 담은 '아비무쌍', '무장'

무협물은 화려한 액션과 함께 ▲가족애 ▲우정 ▲정의 등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극적인 요소를 통해 풀어내는 것이 기본이다. 카카오웹툰에서 만나볼 수 있는 '아비무쌍', '무장'은 이같은 본질에 충실한 작품들이다.

먼저 아비무쌍은 주인공 '노가장'이 홀로 세 쌍둥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겪는 일을 풀어낸 웹툰이다. 천하에서 손 꼽히는 무학을 익힌 주인공이 보이는 화려한 액션과 함께 절절한 '가족애'를 풀어내는 서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 스스로 고수임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콘셉트를 앞세워 예기치 못한 사고를 문제없이 해결하지만 막상 본인은 어리둥절해 하는 장면은 소소한 웃음을 자아낸다. 

지금까지 소개한 작품들이 모두 중국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면, 무장은 과거 우리나라 역사에 있었던 '만적의 난' 이후 몽골의 침략을 받는 고려시대가 배경이다. 최충헌, 윤후, 고종 등 역사 속 실제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사극 같은 느낌도 있지만, 만적의 아들인 주인공 '권'이 기공이 극적 요소를 더한다. 

특히 이 기공은 다른 작품과는 달리 몸을 강화하거나 힘을 외부로 방출하는 등으로 제한돼 현실감을 구현한 점이 특징이다. 사용 방법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지만 결국 기를 두른 인물간의 육탄전이 핵심 콘텐츠기 때문이다. 여기에 흑백으로 그려낸 그림체로 만화책의 향수도 느낄 수 있다.

동양의 상상력을 더한 '홍도'

마지막으로 소개할 제품은 중국 고전신화를 기반으로 상상력이 가미된 무협 판타지물 '홍도'다. 

권속, 영물, 신을 불러와 그들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세계관으로 각종 무기를 통한 육탄전 뿐만 아니라 불, 물, 바람 등 자연적 요소를 사용한 초현실적 전투를 그려낸 웅장한 작화가 일품이다.  

특히 시니컬한 성격을 지닌 주인공 홍도는 세계를 구원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인물로, 세계를 파멸로 이끌어가는 그의 형 '회현'과 대립한다. 이 과정에서 홍도가 지닌 특유의 강함과 '츤데레'적 성격은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마냥 가볍게 볼 수 만은 없다는 점 또한 매력을 더해준다. 자연훼손, 인종차별 등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현실을 한번 더 돌아보게 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추천 웹툰 작품들은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및 PC 등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김가은 기자 7rislve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