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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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국내 벤처·스타트업계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벤처·스타트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와 투자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간접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스타트업계의 SVB 관련 영향에 대해 벤처캐피탈(VC) 등을 통해 종합적인 파악에 들어갔다. 

관련 업계에서는 SVB 파산 사태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직접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직접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미국 현지에 법인을 둔 기업이 많지 않고, 미국 진출 스타트업도 대부분 국내에서 주요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금융 당국에서 SVB 예금주를 100% 보호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만큼, 예금을 예치한 스타트업들의 타격도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VC업계 관계자는 "해외 VC 글로벌 펀드 중 일부가 SVB를 수탁사로 활용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구제안이 나온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한준(한킴)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번 사건은 자금이 없어진게 아니라 당분간 묶여있는 것이다. 길어야 몇 달"이라며 "다 찾을 확률이 매우 높다"라고 전했다. 미국의 한국계 VC인 알토스벤처스는 미국 VC 펀드의 포트폴리오 중 60~80%가량을 SVB와 거래하고 있다. 

더불어 SVB 파산이 국내 스타트업 전체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급격한 금리인상이 SVB의 특수한 시스템·상황과 맞물려 생긴 문제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SVB 주요 고객은 기술·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으로 특정산업에 초점을 맞춘 은행이었기에 예금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SVB는 장기 채권 투자 비율을 늘려 놓아 자산 중 채권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에 취약한 구조였다는 분석이다. 

국내 VC 업계 관계자는 "SVB 시스템은 한국에선 나올 수 없는 구조"라며 "초기 스타트업, 중기부 관할 스타트업이 SVB 시스템 관할에 들어오는 사례는 극히 드물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국내에서 섣불리 부정적인 결과만을 단정하는 게 업게엔 더 치명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글로벌 경기와 투자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간접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는 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벤처·스타트업에 특화된 은행이 파산해버리면서 심리적 위축이 올 것 같다"며 "가뜩이나 투자 시장이 어려운 만큼, 국내 시장도 추이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성민 한국벤처창업 학회장은 "당장 직접적 영향은 보이지 않는다. 국내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사례가 적고, 투자 라운드에 돌입한 곳은 더욱 많지 않다"라면서 "다만, 테크·스타트업 등 성장주에 관한 신용에 관해선 우려가 있다. 업계가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될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벤처·스타트업계에 위기론 확산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반면교사 삼은 전향적인 변화도 기대했다. 전 학회장은 "SVB 사태로 실리콘밸리 진출을 위한 국내 네트워크가 부재하지 않았나 하는 문제의식이 업계에 다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혁신센터가 개소한지 20년 됐는데 관련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이야기가 많다"라며 "국내 스타트업계 체력을 키우는 고민, 관련 역량을 내재화하는 방향 등 논의가 이어지면 어떨까 한다"라고 말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