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와 에스파가 한솥밥을 먹는다. 카카오와 에스엠엔터테인먼트(SM엔터)가 드디어 하나가 되면서다. 카카오가 주당 15만원에 SM엔터 지분 35%를 사들이는 공개 매수를 마감, 최대 주주 자리에 오르게 됐다.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가 만들어낼 시너지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의 정보기술(IT) 역량과 SM엔터의 지식재산권(IP)을 더해 시너지를 낸다는 게 당장의 구상이다. 구체적인 논의는 오는 31일 SM엔터 정기 주주총회가 마무리된 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M엔터 정기주주총회에선 SM엔터 현 경영진과 카카오가 제안한 후보들이 이사회에 입성할 예정이다.
28일 카카오는 SM엔터 공개매수 결과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엔터와 함께 지난 7∼26일 에스엠 주식 833만3641주를 주당 15만원에 예정대로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공개매수에 기존 보유 지분을 더해 총 39.87%를 확보했다. 카카오는 기존 1대 주주 하이브를 제치고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비욘드 코리아' 절실한 카카오...SM엔터와 시너지
카카오는 SM엔터와 미래 비전인 '비욘드 코리아' 실현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SM엔터가 보유한 글로벌 IP와 제작 시스템, 우리가 갖춘 IT과 IP 밸류체인 비즈니스 역량을 토대로 음악 IP 확장을 넘어 IT와 IP 결합을 통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했다.
카카오가 SM엔터 경영권 확보에 공을 들인 이유는 글로벌 매출 확대가 절실한 것을 배경으로 둔다. 지난해 카카오의 해외매출 비중은 처음으로 20%에 육박했으나, 웹툰·웹소설에 집중돼있어 추가 성장 동력이 절실했다. SM엔터는 분기 매출의 60% 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카카오엔터는 미디어(영상), 스토리(웹툰·웹소설), 음악(멜론)을 담당하는 3사의 합병으로 2021년 탄생했다. 출범 당시 '한국판 디즈니'로 성장할 기대를 모았지만, 웹툰과 웹소설을 제하고는 해외 시장에서 아직 진전이 더딘 상황이었다. 규모의 경제를 위한 투자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런 가운데,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아티스트를 필두로 K팝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K팝 실물앨범은 매해 5000만장 이상이 팔려나간다. 매년 40% 가량 성장하는 이 시장의 구매파워만 8조에 달한다. 카카오가 '글로벌 빅점프'의 기회를 음악 시장에서 모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카카오엔터는 '멜론'을 중심으로 음악 사업을 키워왔다. 음원 유통 점유율은 35%를 기록하며 업계 1위를 달리고 있으나 글로벌 존재감이 아직 미미하다. 특히 멜론은 구독형 모델로, 카카오엔터에게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가져다주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어 관련 사업의 확장이 늘상 중요한 경영 과제였다.
웹툰·웹소설 수직 계열화 구축...IP 밸류체인 강화
우선 카카오가 SM엔터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분야로 K팝 매니지먼트 사업이 꼽힌다. 아티스트 공연 및 투어, 기획상품(MD) 등 분야에서 매출 창출이 기대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연간 2500만 장, 250만 명의 공연 모객력을 갖춰 조 단위 매출로 점프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또 시너지가 기대되는 부분은 웹툰·웹소설 분야다. 웹툰과 웹소설에 SM엔터 가수를 등장시켜 팬층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카카오는 ▲북미 시장 웹툰 플랫폼 '타파스',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일본 및 유럽 시장 '픽코마' ▲태국 등 동남아시아 '카카오웹툰'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윤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SM엔터 인수 후 가장 즉각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사업부는 웹툰, 웹소설"이라며 "앞서 하이브가 네이버와 손잡고 방탄소년단(BTS) 등 소속 아티스트를 모티프로 한 웹툰을 10개국 언어로 동시 공개했는데 이틀 만에 조회 수 1500만건을 기록한 바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내수 플랫폼' 꼬리표가 붙은 카카오톡과 멜론의 글로벌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 커뮤니티에 팬덤 플랫폼 관련 탭을 추가하면 글로벌 사용자 유입이 가능해진다. 실제 카카오는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 오픈채팅을 K팝 등 분야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공연 티켓팅, 생중계 스트리밍, IP 라이선싱 등 다양한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 김현용 연구원은 "SM엔터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올해 매출 3조5000억원, 영업이익 3700억원, 내년 매출 4조4000억원, 영업이익 5000억원 달성이 가능한 상황이 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관련기사
- 카카오, SM 경영권 장악...하이브와 사업 협력 나선다
- 카카오, SM 경영권 손에 쥐었다...카카오엔터 메가 IPO 속도
-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예정대로 공개 매수...SM 인수 최선"
- 韓 1등 메신저 만든 카카오 김범수, '한국판 디즈니' 향해간다
- SM 품은 카카오 "IT+IP 시너지...사업 협력 공유할 것"
- 카카오, SM 품었다...지분 39.87%, 최대 주주 등극
- 하이브, SM 지분 팔아 498억 차익...남은 주식 처분 결정 안돼
- 하이브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 에스파·NCT 뜬다...오는 9월까지 입점
- 장윤중 카카오엔터 GSO, 美 빌보드 '파워 플레이어스' 선정
- 1Q에도 웃은 日 카카오 픽코마...경기침체에도 매출 성장세 '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