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마니아 기자가 추천하는 '공포물'
얼굴에 닿이는 공기의 온도가 달라졌다. 따뜻한 바람이 볼을 어루만진다. 거리에는 한결 가벼워진 옷차림새를 한 사람들이 걸어다닌다.
누군가에겐 아주 반가운 풍경일테지만, 더위를 잘타는 사람은 벌써부터 이번 여름이 두렵다. 이미 더위는 시작됐다. 지하철에 있을 때면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쳐내곤 한다. 시작된 더위를 조기에 몰아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공포물 웹툰을 준비했다. 잔인하거나, 거북스러운 장면이 다수 포함돼있으니 주의 바란다.
일반적이지 않은 공포물
교실 뒷편에서 친구들과 딱지치기를 하던 시절, 유행했던 만화책이 몇개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무서운게 딱 좋아' 시리즈였다. 당시에는 여러명이 돌려가며 볼 정도로 인기있었지만 소위 '귀신'이 등장하는 스토리라인은 TV 프로그램 '전설의 고향'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같은 기존 틀을 깬 작품들이 있다. 바로 '원주민 공포만화'와 '금요일'이다. 먼저 원주민 공포만화는 단순히 독자의 공포감을 자극하는 일만 추구하지 않는다. 긴장감과 공포감을 부여하다가 예상치 못한 유머코드로 웃음을 선사한다. 일명 '반전 공포 스릴러'다.
섬뜩하게 묘사된 작화와 스토리에 위축되던 독자는 마지막컷에 가미된 개그 요소를 보고 안정을 되찾게 된다. 다 보고 나면 '내가 본 게 공포물이 아니라 병맛 개그 액션 웹툰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새로운 DNA를 더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공포물의 본질을 잊지 않은 점이 특징이다.
사람이 지닌 감정은 굉장히 복잡하다. 같은 공포더라도 그 안에서 결이 나뉜다. 어떤 공포는 미칠듯이 무섭기만 하지만, 어떤 건 마음 속에 찝찝하게 남아 순간 순간 튀어나온다. 지금부터 소개할 '금요일'은 이같은 공포 감정을 잘 자극하는 작품이다.
보통 공포물은 갑자기 뭔가가 튀어나오는 소위 '갑툭튀'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금요일은 여러 스토리적 장치를 배치해 불길한 분위기를 이어가다가 마지막에 숨겨진 진실이나 상황 반전을 통해 충격을 주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그림체 또한 여타 작품들과 다르다. 타 작품들이 징그럽고 으스스한 작화로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금요일은 단순한 그림체를 채택, 철학적 허무와 비극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본질적 공포를 자극한다.
머리 감을 때마다 좀 무섭다
잘 만든 공포물을 보고나면 유독 머리를 감을 때 특정 장면들이 생각나곤 한다. 시야의 위아래가 뒤집힘과 동시에 비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눈을 감는 영향도 있는 듯 하다.
지금부터 소개할 '가론피', '0.0MHz'는 가끔 머리를 감을 때마다 움찔하게 만드는, 기억의 파편이 머리에 남는 작품들이다. 먼저 가론피는 스토리 이전에 작화만으로 독자를 압도하는 점이 특징이다. 옴니버스 구성으로 돼있는 이 작품은 좀비, 귀신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는데 매 작화마다 소름과 긴장, 거북스러운 감정이 들 정도다.
스토리라인도 다채롭다. 작화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너무 강렬한 탓에 스토리가 다소 묻히는 경향이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가족애, 애국심, 사회 풍자 등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그저 공포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0.0MHz'는 오컬트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더 큰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심령현상을 연구하는 동호회가 심령현상이 발생한 한 폐가를 찾았다가 건드려선 안될 존재, 쉽게 말해 악령을 깨운 후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
특히 시즌 1은 공포물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힌다. 오컬트적 요소와 귀신 관련 고증이 잘돼있는 것은 물론, 놀래키는 장면보다는 지속적으로 독자를 옭죄는 작화와 스토리를 채택해 말 그대로 숨막히는 공포를 선사한다. 다만 시즌2는 추천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용두사미' 케이스다.
이번에 소개한 작품들은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관련기사
- [봤다] 네이버 vs. 카카오, 무협웹툰 '내공' 대결
- [봤다] "연휴 집콕족 주목"...정주행 하기 좋은 판타지웹툰 총 정리
- [봤다] "작은아씨들 못지 않네" 드라마급 몰입감 선사하는 웹툰
- [봤다] "축구 찐팬 모여라" 월드컵 열기 더하는 웹툰 모음.zip
- [봤다] "아직 D.P밖에 몰라?" 땀냄새 나는 것만 같은 군대 웹툰 모음.zip
- [봤다] "일반인도 이 세계에선 사기캐?" 주말 내내 게임하고 싶게 만드는 웹툰 모음.zip
- [봤다] 눈물 핑, 가슴 찡한 '힐링' 웹툰 모음.zip
- [봤다] 현실이 소설·게임처럼 바뀐다면?…상상 그려낸 판타지웹툰 모음.zip
- [봤다] 스위트홈 시즌2, 스케일은 커졌지만 피로도도 커지고 실망도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