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법안 정무위 법안소위 통과
'진흥'보단 '규제'에 초점
자본시장법 규제 그대로 적용
"가상자산에 대한 고민이 없다"

/그래픽=디미닛
/그래픽=디미닛

지난달 가상자산 법안이 첫걸음을 뗐다. 수년째 발의만 됐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것이다.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권 편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습이다. 

이번 법안에는 가상자산 산업 진흥보다는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부터 만들고 단계별 입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선 가상자산의 특성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하게 자본시장법과 비슷한 규제를 적용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테라 루나 사태 이후 1년...드디어 통과된 가상자산 법안

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지난해 5월 '테라 루나'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주목 받아온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1년이 다 되어서야 정무위 문턱을 넘은 것이다. 그간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한 바 있다.

/ 사진=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 사진=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지난해 테라 루나 사태와 FTX 파산 사태 이후 2022년 안에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지난 2017년 처음 발의됐던 가상자산 관련 법안까지 고려한다면, 약 6년 만에 첫발을 내딛은 셈이다.

이 또한 최근 가상자산 상장 브로커 사건 및 관련 살인 사건까지 터지면서 관련 규율의 필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법안이 소위를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단계별 입법 예고...진흥보단 규제 먼저

이번 법안은 진흥보다는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가상자산 이용자 호보 등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이용자 자산의 보호 ▲불공정거래의 규제 ▲감독 및 처분 ▲벌칙을 골자로 한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 사진=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 사진=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먼저 이용자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용자의 예치금과 고유 재산을 분리해 공신력 있는 기관에 예치 또는 신탁하도록 했다. 특히 이용자가 예치한 가상자산의 일정 비율을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월렛에 보관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보험 가입도 의무로 명시했다.

아울러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가상자산 매매 금지조항도 법안에 포함됐다. 또 법안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시세 조종을 감시하고 적발해야하는 의무를 부여했고, 가상자산 투자자가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이를 관리 감독하는 기관으로 금융위원회를 지정했다.

법안은 가상자산 관련 위원회 설치도 담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에 따른 가상자산시장 및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정책 및 제도에 관한 사항의 자문을 위하여 가상자산 관련 위원회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 


가상자산 법안, 자본시장법 판박이?..."고민이 없다"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에 본격적인 제도권 편입이라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비판의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진흥 정책이 빠진 것은 둘째치고, 가상자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본시장법을 그대로 적용했다는 것이다.

조재우 한성대학교 교수는 "근본적으로 법안이 만들어지고 규제가 만들어지는 것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라면서도 "다만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가상자산을 단순한 자산으로 보고 다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이 어떤 잠재력을 가졌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또 자본시장법을 차용해서 적용한 것 같다며 문제해결에 급급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도 그렇고, 법의 내용도 그렇고, 자산과 공정한 거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근본적인 개념 부분을 별로 깊이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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