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좋은 팀을 만드는 것이다. 경력·이력이 뛰어난 인재를 모으는 것보다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게 중요했다."

김봉기 엔라이즈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과감한 피보팅(사업방향 전환)으로 '생존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2011년 전자책과 게임을 결합한 서비스로 창업에 나섰지만, 수익성이 묘연하자 내린 결단이다. 그 결과, 600만의 소개팅앱 '위피'와 누적 조회수 1200만의 운동앱 '콰트'가 탄생했다.

두 번의 피보팅 과정을 거치면서 가장 신경써야 했던 분야는 조직문화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새로운 구성원의 합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엔라이즈는 김태오 최고제품총괄(CPO)을 새로 영입,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등 뼈대만 남기고 '환골탈태' 과정을 거쳐 성장 조직에 걸맞은 문화를 정립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팀, 엔라이즈

창업 초기, 김 대표의 목표는 성장 보단 생존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첫 창업 아이템인 전자책 서비스가 수익성이 묘연하자, 빠른 결단을 내렸다. 2014년, 그렇게 익명으로 서로 속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모씨' 서비스가 나왔다. 김 모씨, 이 모씨 처럼 익명의 사람들이 앱에서 만나 대화를 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당시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100만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하지만, 모씨 또한 비즈니스모델(BM) 발굴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과감한 피보팅이 또 이뤄졌다. 지역 기반으로 동네 친구를 추천해주는 소셜앱 '위피'를 출시했다. 위피는 국내 소셜앱 중 다운로드수·매출 1위를 달성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고민했다. '연결'과 '소통'이라는 핵심 가치와 잘 맞는 서비스가 생각났다. 그렇게 2020년 구독형 홈트레이닝앱 '콰트'를 선보였다. 콰트는 30만 회원, 1400여개 전문 운동 콘텐츠를 보유하며 성과 내고 있다."

성장을 향한 구성원의 열정이 과감한 피보팅의 원동력이 됐다. 김 대표는 원래 소규모 조직을 선호했다고 한다. 재밌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20명 정도 '끈끈한 인연'으로 수년간 회사가 운영됐다. 구성원의 근속 연수 또한 5~6년 정도로 긴 편이었다. 그러던 중, 본격적인 규모의 확장을 이뤄보자는 공감대가 구성원 사이에 형성됐다고 한다. 2019년, 새로운 서비스를 고민하던 시기였다. 그후 탄생한 서비스가 바로 콰트였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조직은 문화적인 도전을 받았다. 공격적인 채용으로 인원이 늘어갈수록, 조직문화 정립이 중요해졌다. 오랫동안 근속한 구성원과 새롭게 합류한 구성원이 잘 어우러지기 위한 지렛대가 필요했다. 또 사업적인 확장으로 인해 C레벨 임원의 부재도 부각되기 시작했다. 재무, 제품, 기술 등 각 분야 전문가가 필요했다. 2021년부터 각 영역의 전문가분을 C레벨로 영입하고, 조직문화를 체계화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의 과정을 겪었다."

특히 김태오 CPO 합류 이후 조직문화 개편에 속도가 붙었다. 토스 출신 김 CPO는 조직체계를 목적조직인 스쿼드 체제로 전환하고,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의 근간이 되는 핵심가치를 만들었다. 일명 '엔라이즈 코어밸류 3.0'은 ▲팀워크 ▲자율성 ▲인테그리티 ▲고객에 대한 집착 ▲탁월한 성과 추구로 정의됐다. 기본 원칙들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할지, 무엇을 만들지 등은 최대한 스쿼드와 팀원들이 결정을 내리고 움직이도록 자율성을 보장했다.


학력·능력·이력보다 컬처핏 중요

'솔직한 소통 문화'가 자율성의 근간을 이룬다. 엔라이즈 구성원은 누구나, 언제든, 어디서나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다양한 소통 제도를 구축했다. ▲원오원(대화가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1:1 대면 미팅 신청 가능) ▲셀프 피드백(스스로 회고하는 건강한 피드백 문화) ▲타운홀 미팅(엔라이즈 모든 상황과 정보 공유) ▲제품세션(제품과 관련된 전략과 비전 분기별로 공유) ▲얼라인먼트데이(반기 동안의 성공과 실패 사례 분석 및 목표 설정)이다.

"타운홀 미팅은 업무와 일상을 아우르는 의제가 다뤄진다. 경영 상황 이슈, 임금제 및 스톡옵션 등 논의, 원격근무 검토 등 다양하다. 소통은 신뢰와 연결됐다. 엔라이즈는 유연근무제를 유지하고 있다. 코어타임(집중시간, 1시~5시)이라는 최소한의 약속만 지킨다면 출퇴근과 원격근무가 자유롭다. 연차 또한 복잡한 승인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또 일정 시간 근속한 구성원에게 유급 안식 휴가와 200만원의 지원비를 준다. 서로 믿기 때문이다."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물론 창업 초기부터 이어져온 특별한 문화도 고유의 색깔을 지키며 유지되고 있다. 엔라이즈엔 '3개월 발표'라는 문화가 있다. 신규 입사자의 3개월간 엔라이즈 적응기를 듣는 시간이다. 입사 후 3개월은 엔라이즈를 가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인식에서 탄생한 문화다. '이방인의 시각'에서 엔라이즈에 적응하며 좋았던 점, 어색한 점, 개선할 점,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에피소드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우리 구성원분들은 운영하는 서비스와 닮은 활동을 많이 하신다. 2021년 사내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현금 보상이 걸려있어서 인기가 뜨거웠다. 특정 시간에 모여 스쿼트, 플랭크, 계단 오르기 등 챌린지도 활발하다. 또 필라테스, 발레, 발레핏 등 운동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제휴 헬스장 이용률은 40%에 달한다. 사내 독서 세미나와 월별 토론도 진행한다. 직무교육뿐 아니라 청소 서비스, 세탁 서비스 등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구성원들은 영화, 애니메이션, 등산, 노래방 등 사내 모임도 활발하다고 한다. 구성원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으로 연결된다는 믿음에서, 엔라이즈는 복리후생 제도를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다. 주택자금 무이자 대출 지원, 경조사비 지원, 생일 외식 상품권 등 말이다. 김 대표는 "관계에서 오는 행복을 지향한다. 사람의 인생이 100년이라고 한다. 인생의 여정 속에서 엔라이즈가 성장의 발판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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