㉛ 이태규 두들린 대표 인터뷰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이지만, 우리 회사에 꼭 맞는 사람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기업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스타트업의 경우 그 어려움은 배가 된다. 특히 스타트업은 맨파워(인력)가 성장의 핵심 요소로 분류되기 때문에 채용의 간절함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태규 두들린 대표는 "채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지원자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쉽게 지원하게 만들고, 채용 과정에서 이탈을 방지하는 게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채용 담당자가 지원자와 관계 관리를 잘할수록 잠재적인 인재풀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회사에 맞는 인재가 최고의 인재인 법이다. 우리 회사만의 한 가지 강한 특장점이 인재를 끌어당긴다"라고 조언했다.
채용 핵심은 지원자 경험 개선하기
이 대표는 '채용문화를 바꾸자'는 목표로 2020년 두들린을 창업했다. 그가 진단한 채용 시장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지원과정이 불편하다는 점과 채용 담당자의 잡무가 많다는 것이었다. 구직자의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거나, 채용 과정에서 이탈이 발생하는 배경이다.
특히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경우 이러한 문제는 더 크게 나타난다. 이 대표는 "채용 및 기업 페이지가 갖춰져 있지 않아 지원 자체가 번거로운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구직자는 지원 자체를 하지 않는다"며 "채용 과정 중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탈도 쉽다"고 했다.
수시채용이 지배적인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점도 주목했다. 이젠 지원자를 마냥 기다리기보단 기업이 적극 홍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 관련 신뢰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이 대표는 "특히 작은 기업일수록 체계적인 정보 제공이 필수"라고 언급했다.
지원자 관리를 위해선 채용 담당자의 잡무를 줄여주는 일도 필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지원서 관리, 지원자 평가, 면접일정 잡기, 합격 및 탈락 통보 등 과정을 수기로 운영하는 회사가 적잖다. 필요하지만 생략하거나 실수로 놓치는 영역이 생겨나는 이유다.
또 탐나는 인재에게 직접 '오퍼'(입사제안)를 넣는 것이 새로운 채용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채용 담당자를 보조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인재 데이터를 확보, 관계 관리하는 것은 이제 선택 아닌 필수"라고 전했다.
이를 종합하면 지원자 경험 개선을 위해 채용 페이지 개설 및 관리가 필요하고, 전형 진행 중 체계적인 정보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채용 담당자를 보조하는 시스템으로 개선할 수 있다. 또 채용 담당자가 전형 전후로 인재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그리팅으로 채용문화 확 바꾸겠다
두들린은 채용 문화의 맹점을 파고든 덕분에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인재 채용 또한 어려움이 적다고 한다. 지난해 초 10명 남짓이던 팀원은 현재 60여명으로 늘어났다. 자사 솔루션 '그리팅'을 활용, 채용 페이지를 깔끔하게 관리하고 전형도 체계적으로 진행했다.
그리팅은 모집 공고부터 지원서 접수, 면접 전형 일정 조율, 합격 통보에 이르는 전체 채용 업무를 '원스톱' 진행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여러 사이트를 통해 인입되는 지원서를 한 곳에서 관리한다. 또 코딩 지식 없이도 채용 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무료 기능도 제공한다.
마이리얼트립, 에코마케팅 등 회사가 그리팅을 통해 채용을 체계적으로 진행, 지원자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채용 전형 안내 및 결과를 알려줘서 좋았다", "면접 시간 선택지가 주어지고, 가이드가 제공돼 편했다" 등 지원자 경험을 개선한 결과다.
더불어 채용 데이터를 한눈에 확인하는 대시보드도 제공한다. 각 직군별 지원자 수, 지원 경로, 전형별 합격자 비율 등 여러 항목의 데이터를 보여준다. 필요한 항목만 조합(커스터마이징)할 수도 있다. 채용 담당자는 이를 활용해 지원자를 관리, 전형 중 이탈을 막는다.
지원자관계관리(TRM) 솔루션도 탑재했다. 탐나는 인재풀 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이다. 인재 약력 및 연락처, 재직 기간 등을 데이터로 정리 및 공유한다. 중복으로 오퍼를 넣는 것도 방지된다. 현재 일부 고객사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지만, 10월 정식 론칭 예정이다.
그리팅은 작년의 월평균 반복 매출(MRR) 성장률이 15% 정도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수치는 기업간거래(B2B)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Saas)를 제공하는 글로벌 상위 25% 회사들이 두들린과 비슷한 규모일 때 기록했던 성장률의 3배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채용 이후 조직문화 체계화 나섰다
성공적 채용 이후는 조직문화 만들기다. 이 대표는 "인력 규모를 키웠으니, 올해는 일하는 체계와 방식에 대한 고민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들린은 올해 '더 단단한 두들린 만들기(더단두)'에 주력하고 있다. 조직을 체계화하고, 일하는 방식을 정의하는 것이다.
현재 엔지니어팀, 디자이너팀, 보안팀, 백오피스팀, 연구개발팀, 데브옵스팀, 영업팀, 마케팅팀, 피플팀 등 체계적인 조직구성을 갖췄다. 최고보안책임자(CISO) 등 전문성을 갖춘 C레벨 임원도 모셨다. 피플팀은 HR 커뮤니티를 운영, 업계 스터디도 진행한다고 한다.
이 대표는 "올해 팀별 리더도 내세우고, 코어밸류(핵심가치)를 정해 구성원과 공유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을 방문했던 날, 두들린 구성원들은 핵심가치 포스터를 사무실 곳곳에 붙이고 있었다. ▲고객이 사랑하는 서비스를 만들자 ▲빠르게 실행하자 등이다.
이 대표는 "고객이 사용하는 것을 넘어 좋아하고, 사랑하는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의미"라면서 "고객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주자는 의미로 실행력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용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써야한다"고 했다.
국내 채용문화를 바꾸자는 목표에 어느정도 도달한다면 글로벌 시장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게 이 대표의 구상이다. 관련 시장이 큰 미국, 우리와 채용문화가 비슷한 일본, 시장 단위가 다양한 동남아시아 등을 타깃 시장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이 대표는 "두들린은 자기 일에 자부심이 있는 '반짝반짝한 사람'이 모였다. '채용문화를 바꾸는 기업'을 만들어가겠다"고 전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