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제품적, 개발적, 조직적, 사업적 레거시로부터 벗어나 재기동(Re-Boot)해야 한다는 굿닥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있었다. 2021년 재창업을 선언했고, 지난해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BI)도 공개했다. 사업과 회사가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임진석 굿닥 대표의 말이다. 2012년 서비스를 시작한 굿닥은 업력 11년차 장수 스타트업이다. 병원을 검색해주는 플랫폼으로 첫발을 내디뎠지만, 클리닉마켓(비급여진료 정보), 굿닥스토어 등을 론칭하며 과감하게 사업을 확장했다. 2020년엔 모회사(케어랩스)에서 물적분할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굿닥 구성원들은 질환관리-예후관리-예방관리를 포괄할 수 있는 헬스케어 슈퍼앱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를 이루기 위해 제품적, 개발적, 조직적, 사업적 낡은 문법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조직문화, 서비스, BI 등을 과감하게 바꾸며 재창업에 나선 이유다.


조직문화부터 미션까지 '리부팅'

2021년 굿닥은 '컨트롤-알트-델'(Ctrl-Alt-Del·컴퓨터를 재부팅 시키는 키 조합)을 외치며 재창업에 나섰다. 큰 틀에서 세 가지 변화가 이뤄졌다. ▲경영 방향은 '편의성, 경제성, 신뢰성이 있는 병원-환자 관계 구축' ▲제품적 지향성은 '헬스케어 슈퍼 앱' ▲성장 방식은 '제품 주도 성장' 등이다. 이 과정에서 굿닥이 제공하고자 하는 '보편적인 헬스케어' 경험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굿닥의 새로운 브랜드 본질(Brand Essence)을 구축하기 위해 20여차례 인터뷰를 진행했다. 내부 구성원과 이용자, 클라이언트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의료가 필요한 모든 순간, 병원갈 땐 굿닥'이라는 미션(브랜드 본질)을 도출했다. 새롭게 만들어진 BI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생과 건강의 6단계를 원형으로 형상화했다. 생로병사라는 생애주기 안에서 굿닥을 통한 관리로 건강을 더 편리하고, 빠르고, 경제적으로 구현한다는 가치를 담았다."

나이(유아기, 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와 상황에 맞는 적절한 솔루션(약, 진료, 시술, 영양)이 필요하다는 게 굿닥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감기엔 처방약, 피로엔 영양제, 공황장애엔 상담 등 상황별 목적지가 다를 수밖에 없다.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가치는 세 가지로 정의했다. 편의성, 신뢰성, 경제성이다. 느린 것을 편하고 빠르게, 못 믿을 것을 믿게, 비싼 것을 싸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BI 작업은 시각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임팩트)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된 기회였다. 회사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에 대한 기대 말이다. 이렇게 산출된 미션은 함께하고 있는 구성원들에게도 명징하고 큰 울림을 준다는 것도 느꼈다. 목표가 생기자 이를 실현하기 위한 조직 구성에도 변화가 있었다. 각 스쿼드는 의사 결정의 독립성을 보장받고, 회사는 서포터, 액셀러레이터로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돕는다."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리기 위해 조직 구성에도 과감한 변화를 줬다. 기능조직에서 목적조직으로 전환을 꾀했는데, 하나의 제품을 만들고 운영하는 '스쿼드' 제도를 택했다. '현장접수 스쿼드', '검색 및 예약 스쿼드', '클리닉마켓 스쿼드', '비대면 진료 스쿼드' 등이 각각 스프린트(조직 미션)에 몰입한다. 각 스쿼드는 일종의 사내독립기업(CIC)처럼 독립적인 결정권을 지녔다. 조직별로 결정하고, 실행하고, 성장하며 하나의 목표로 나아간다.


헬스케어 슈퍼앱으로 향하는 굿닥

제품, 개별, 조직, 사업 등 모든 영역에서 낡은 문법을 버리고 과감한 변신을 택한 굿닥은 꿈꾸던 비전을 하나하나 실현해갔다. 당장 비즈니스모델(BM)을 추가하기 보단, 이용자 체류 경험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굿닥 구성원들은 의사와 환자를 연결하는 핵심 서비스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구성원들의 '퀀텀점프', '10배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회사는 복리후생에도 힘쓴다. 최고급 종합건강검진과 검진휴가를 주고, 비대면 진료비도 지원한다.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10년의 메모리가 담긴 회사를 재기동하는 것은 분명 어렵다. 회사에 오랜 시간 축적된 부정적 유산들이 엑티브엑스(Active X) 플러그인처럼 남아 회사의 실행과 성장 속도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굿닥의 리브랜딩은 Active X를 걷어내고 사용자 관점으로 재기동한 결과물이다. 외적인 변화 아래서 굿닥의 구성원들은 여전히 백조의 바쁜 발처럼 집중하고 몰입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리부팅이 헬스케어 슈퍼앱으로 이어지는 일이 남았다."

물론 이미 안정적인 매출도 내고 있다. 굿닥의 대표 수익 모델은 '클리닉마켓'을 통한 병원 비급여 광고다. 연 100억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한다. 앞으로 헬스케어 슈퍼앱이 되면 다양한 수익 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굿닥은 기대하고 있다. 검색-접수–예약-결제-방문–진료-리뷰-약배달 등의 경험을 끊임없이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 건강정보 관리 기능과 보험청구 및 가입 기능을 더해 예방 및 예후 관리도 강화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개인건강기록(PHR)을 통한 혈압, 체중, 혈당 관리와 핀테크 복합 기능을 통한 보험 청구 기능 등을 추가하고 싶다. 하나의 앱에서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다면, 환자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이상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굿닥은 이를 슈퍼앱 구조로 매끄럽게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아플 때 언제나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국민 상비앱'이 되고 싶다. 1차 의료의 빈도를 높인다면 병의 중증화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굿닥 구성원들은 아시아 시장에서도 의료의 디지털 전환에 기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그랩, 토스, 야놀자 등 많은 버티컬 앱들이 성공적인 슈퍼 앱 확장을 이뤄냈거나 이를 표방하고 있다. 의·식·주는 물론 금융 카테고리까지 모바일 중심 디지털 혁신이 일어난 결과다. 향후 건강 및 의료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도 분명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되기 위해 굿닥 구성원들은 오늘도 업무에 몰입하고 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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