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15 프로 /사진=애플 제공
아이폰 15 프로 /사진=애플 제공

애플의 차세대 스마트폰 '아이폰 15' 시리즈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이 여전 같지 않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동안 미중 갈등 속에서도 유독 아이폰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못했던 중국 소비자들이 화웨이의 부활과 함께 다음 스마트폰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이폰 15 공개 행사를 앞둔 지난 12일 오후까지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플랫폼 중 하나인 '웨이보'에서는 '애플 신제품 출시'라는 키워드의 조회수가 5억건을 넘어서며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신제품 공개 이후에는 가장 많이 언급된 인기 주제에 포함되지 못했다며 "애플의 새로운 라인업이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최근 중국 당국은 공무원들에게 업무용으로 아이폰 등 외산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명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시장에선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중국 의존도가 큰 애플이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분석을 쏟아냈다. 이런 탓에 애플 주가는 아이폰 15 시리즈 공개 이후에도 연일 하락하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아이폰 15 프로 제품은 최초의 3나노 공정 기반의 프로세서 탑재, 티타늄 소재 적용, 새로운 카메라 모듈 도입 등으로 인상 요인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출고가를 동결한 건 이런 리스크 상황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마오 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애플을 포함한 외산 브랜드 스마트폰의 구매와 사용을 금지하는 법률이나 규정, 정책을 발표한 바 없다고 밝히면서도 "애플 스마트폰과 관련한 보안 사고가 언론 보도로 많이 노출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중국 정부는 국내외 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있지만 정보와 사이버 보안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해 여지를 남겼다. 중국 정부가 아이폰의 보안을 문제 삼아 제재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아이폰은 이스라엘 NSO그룹이 만든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통해 해킹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에 따라 긴급히 패치를 배포했다. 또 지난 6월에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애플과 연계해 아이폰에 악성 코드를 침투시켜 스파이 활동을 벌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대표적인 기술 기업인 화웨이가 아이폰 신제품 공개를 앞두고 자체 개발한 7나노 공정 기반의 프로세서를 탑재한 '메이트 60 프로'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애플에 강력한 견제구를 날렸다. 한 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선두권에 올랐다 미국의 무역 제재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됐던 화웨이가 삼엄한 견제를 뚫고 고성능 스마트폰을 자력으로 개발한 모습을 두고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소비'를 자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 /사진=화웨이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 /사진=화웨이

실제 중국 관영 언론들은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 출시를 미국의 제재에 대한 중국의 승리로 칭송하며 이런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웨이보에서는 "올해 아이폰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으로 바꿀 생각이 있느냐"고 묻는 설문조사에 약 20만명 응답자 중 40% 이상이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메이트 60 프로는 출시와 동시에 초기물량이 모두 품절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대만 TF인터내셔널의 밍치 궈 애널리스트는 화웨이가 올 하반기 당초 예상보다 약 20% 많은 600만대의 메이트 60 프로 스마트폰을 출하할 것이라 전망했다. 또 이 스마트폰의 누적 출하량이 출시 1년 내에 1200만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자사 제품의 최대 생산지이자 아이폰의 최대 시장인 중국의 변심은 애플에게는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지난 2분기 기준으로 중국 시장은 애플에게 세번째로 큰 시장이며, 아이폰 출하량만 놓고 보면 처음으로 최대 시장에 등극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간 애플의 성장 시나리오에서 중국은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늘 노골적인 친중 행보를 이어왔으며, 중국의 엄격한 데이터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중국 사용자의 데이터를 모두 중국 내에 보관하는 등 시장을 존속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이어왔다.

중국은 애플 제품의 대부분을 만드는 최대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지난해 애플은 중국 폭스콘 공장의 셧다운으로 인해 '아이폰 14' 시리즈의 생산 차질을 겪으며 중국에 대한 공급망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인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중국의 견제는 현지에서 막대한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 애플이 인도 등지로 생산 기지를 분산하며 '탈중국'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일종의 경고성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은 최근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아직 5G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데다 대부분 저가 안드로이드 제품 위주로 판매되고 있어 프리미엄 제품인 아이폰의 판매량을 크게 늘리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애플이 단기간에 중국을 대체할 만한 판매 시장과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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