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은 그 어떤 스마트폰보다도 가치가 오래 유지된다"
12일(현지시간) 애플의 이벤트 영상은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통해 목숨을 구한 이들이 가족과 함께하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또 애플은 행사 내내 탄소중립 노력을 강조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에 이르며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전 세계 16억명의 아이폰 사용자를 거느린 애플은 이제 혁신 기술보다는 선한 영향력에 대해 더 고민하는 듯 했다.
티타늄 두른 아이폰…결국 가격 못 올렸다
이날 베일을 벗은 '아이폰 15' 시리즈는 행사 이전부터 전해진 스펙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었다. 프로 모델의 티타늄 소재 도입, 전 모델 USB-C 포트 탑재 등 예상됐던 주요 변경점이 그대로 적용됐다.
기본형 '아이폰 15'와 '아이폰 15 플러스'는 M자형 노치 디자인을 탈피하고 프로 모델과 동일한 '다이내믹 아일랜드'를 적용했다. 지난해 프로 모델에 적용됐던 'A16 바이오닉' 칩셋을 탑재했고, 메인 카메라가 4800만 화소로 업그레이드 됐다. 또 디자인적으로 제품 가장자리를 둥글게 마감해 그립감을 높였으며, 블랙, 블루, 그린, 옐로, 핑크 등 5가지 새로운 색상을 선보였다.
고급형 '아이폰 15 프로'와 '아이폰 15 프로 맥스'는 최초로 3나노 기반의 'A17 프로' 칩셋이 탑재됐다. 새 칩셋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재설계와 하드웨어 가속형 레이 트레이싱 지원을 통해 게이밍 성능을 콘솔급으로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애플은 '레지던트 이블', '데스 스트랜딩', '어세신 크리드' 등의 콘솔 게임 타이틀이 모바일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프로 모델의 카메라는 총 7개 화각을 지원한다. 카메라 센서 크기를 더 키웠고, 뉴럴 엔진을 기반으로 한 보정 기능도 더 강화됐다. 아이폰 15 프로 맥스 모델에는 예상대로 내부에서 빛을 굴절시키는 '테트라 프리즘' 디자인을 통해 5배 광학 줌 기능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프로 모델 카메라를 통해 내년에 출시될 혼합현실(MR) 기기 '비전 프로'에서 재생 가능한 3D 영상을 촬영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소재 변경과 기능 업그레이드로 인한 원가 상승 요인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가격을 전 세대와 동일하게 유지하는 '강수'를 뒀다. 기본형 가격은 799달러, 프로 모델은 999달러로 2020년 '아이폰 12' 시리즈 이후 4년째 같은 가격을 유지한다. 다만 애플이 전략적으로 비중을 키우고 있는 '프로 맥스' 모델의 경우 128GB 저장용량을 없애고 256GB부터 시작해 최소 1199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애플은 장기화되고 있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침체와 최근 불거진 중국 시장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 제품 가격을 인상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대신 안정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력으로 풀이된다. 이날 발표에서 인상적인 신기술이나 제품 인상이 보이지 않자 애플 주가는 전일 대비 1.71%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아이폰 15 시리즈의 국내 출시일은 아직 미정이다. 한국은 이번 신제품 1·2차 출시국에 들지 못했다. 국내 출고가는 ▲아이폰 15 125만원 ▲아이폰 15 플러스 135만원 ▲아이폰 15 프로 155만원 ▲아이폰 15 프로 맥스 190만원부터 시작하며, 최고가 모델인 아이폰 15 프로 맥스 1테라바이트(TB) 모델 가격은 250만원이다.
애플워치 첫 '탄소중립' 실현…'애플 2023' 계획 속도
이날 아이폰 15 시리즈와 함께 공개된 '애플워치 시리즈9'과 '애플워치 울트라2'는 화면 터치 없이 엄지와 검지를 두 번 탭하는 손동작으로 다양한 기능을 동작시킬 수 있는 '더블 탭 제스처'를 선보였다. 이 보다 애플이 강조한 건 이번 애플워치 신제품이 탄소발자국을 '0'으로 만든 최초의 탄소중립 제품이라는 점이었다.
애플은 2030년까지 제품 공급망과 전 수명 주기, 사업 전반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애플 2030' 계획을 강조했다. 특히 제품 수명 주기 내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인 전력, 소재, 운송에 대한 배출량 저감에 우선순위를 두고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물인 애플워치 신제품은 제조 및 제품 사용에 100% 재생 가능한 전력을 활용하고, 제품 무게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무게 만큼 재활용 및 재생 가능한 소재를 활용했다. 또 운송 구간의 50%는 항공이 아닌 탄소 집약도가 낮은 해상 또는 철도 운송 등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모델별로 최소 75%의 탄소 배출량 저감을 실현했으며, 남은 탄소 배출량은 탄소 배출권으로 충족해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 직원들에게 탄소중립 노력에 대해 날카롭게 질문하는 '대자연'을 의인화한 꽁트 영상에 직접 출연해 연기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애플은 이번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모든 제품 라인에서 가죽 사용을 중단했으며, 제품 내 재활용 소재 활용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애플의 ESG 담당 부사장 리사 잭슨(Lisa Jackson)은 "기후 변화에 앞장서 대응하기 위한 애플의 노력은 오랜 기간 입증되어왔다"며 "우리는 재생 에너지 및 저탄소 설계에 중점을 둔 노력으로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의 탄소 배출량 저감을 이뤄냈고, 이후로도 여전히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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