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M엔터테인먼트
사진=SM엔터테인먼트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하이브를 제치고 SM엔터테인먼트를 품은 카카오 이야기다.

SM엔터 시세 조종 혐의를 받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19일 새벽, 전격 구속되면서 국내 인터넷 업계의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벤처 투자시장의 큰 손인 카카오에게 족쇄가 채워지면서, 시장 전반의 침체가 길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이날 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배 대표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같은 혐의를 받는 투자전략실장 강모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 이모씨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김 판사는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자료로 객관적 사실관계는 상당 정도 규명된 것으로 보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 13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사경(특사경)은 시세 조종 혐의로 이들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사경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 공방이 진행됐을 때, 경쟁 상대방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식의 시세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격 이상으로 매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하이브는 경영권 경쟁이 가열되는 지난 2월,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해 카카오가 SM엔터 주식에 대한 대규모 매입을 통해 공개매수 방해 공작에 나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 당시 특정 계좌를 통해 SM엔터 주식은 65만주(상장주식 수의 2.73%)가 매수된 이후 당일 주가는 13만1900원(공개매수가 12만원)으로 마감했다. 이후 금감원은 해당 사건을 패스트트랙(긴급조치)으로 검찰에 보내면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특히 검찰은 시세조종과 함께 카카오 측이 '5%룰'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당시 SM엔터의 주요 매수 주체로 꼽힌 사모펀드운용사 원아시아와 카카오가 SM엔터 인수를 추진을 위해 한몸처럼 움직였다는 것.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분에 대한 의결권 공동행사 등의 실질적 약속을 했다면 양쪽이 보유한 SM엔터 지분이 4.9%+2.9%=7.8%가 돼 5%를 초과하고, 지분대량보유보고 공시의무가 생기는 것이 맞다"며 "원아시아 측은 카카오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주요 투자 그룹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사진=카카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선 하이브 뿐 아니라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없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표적 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국내 주요 대기업의 대표급 임원에 도주 우려라는 딱지를 붙인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지분 확보를 위해 합법적으로 장내 주식 매수를 했고 시세 조종보다 인수를 위한 경쟁을 펼쳤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경쟁자인 하이브 역시 손을 들고 나갔고, 무엇보다 소액주주 등 어떤 이해 관계자들에게 피해를 준 바가 없음에도 주요 임원의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것은 의도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당국의 의도와 별개로, 당장 카카오 주요 경영진 중 한명인 배 대표가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만큼 카카오 주요 투자사업 역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배 대표는 카카오 주요 그룹사의 투자 및 재무 쪽을 총괄하는 핵심인사다. 늘상 차기 대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만큼, 카카오 그룹 내부의 지지세가 상당한 인물로 통한다. 내부 동요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이번 사태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카카오 공동체 주요 사업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사법리스크 현실화로 인해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엔터 간 해외 시장 공략 등 사업이 차질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선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만큼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행 인터넷 은행 특례법은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인터넷 은행의 지분 10%를 초과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임원 개인의 비위가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불법이 이뤄졌다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금고형을 받으면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나오고 지분 매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리 공방이 적지 않은 시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당장 '대주주 리스크'까지 걱정하는 것은 기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 승인까지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괘씸죄에 얽힌 것이라면 예상을 넘어서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사업 추진 동력을 키울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내다봤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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