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성우 기자
/ 사진=이성우 기자

정부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라는 칼을 뽑았다. 단통법 폐지를 통한 경쟁 촉진으로 소비자 후생을 끌어 올리겠다는 의지다. 더불어 선택약정 할인 제도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 대안 제시 없이 나온 폐지 선언에 업계 일각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단통법 제정 이전에 발생했던 '호갱(호구+고객)'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 또 단말기 가격 자체가 비싸지고, 이미 통신3사가 자리를 굳힌 상황에서 단통법이 폐지된다고 경쟁이 활성화될지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10년만에 단통법 폐지 검토...선택약정은 유지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2일 통신사, 유통점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들이 저렴하게 휴대전화 단말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현행 단통법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전했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단통법 시행으로 시장이 투명화돼 이용자 차별이 완화됐고, 자급제 단말기 이용 증가와 알뜰폰 시장 성장의 기화에 따른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동통신사업자들의 보조금 경쟁이 위축돼 국민들이 달말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는 등 소비자 후생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는 비판이 양립해 왔다"고 말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도입된 지 10년만에 전면 폐지된다. / 사진=이성우 기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도입된 지 10년만에 전면 폐지된다. / 사진=이성우 기자

이에 단통법을 폐지하고 통신사 간 경쟁을 촉진시켜 소비자 후생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정부는 지원금을 받지 않았거나, 지원금을 받은 후 24개월이 지난 이용자에게 요금의 25%를 할인해주는 선택약정 할인은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 부위원장은 "선택약정 할인제는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지속적으로 이뤄지게 할 계획"이라며 "세부적인 사항은 검토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모정훈 연세대학교 교수는 단통법 폐지 검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단통법은 없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단통법이 만들어지면서 휴대폰 요금이 올라가는 일이 발생했다"며 "또 단통법이 작은 회사들이 지원금을 통해 싸게 휴대폰을 판매할 수 있는 출구를 막아버렸고 결국 제조사들이 문을 닫게 됐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과점 체제로 굳어진 것의 원인이 단통법"이라고 말했다. 


경쟁 촉진 좋지만...'호갱·실효성' 문제는?

다만 일각에서는 단통법 제정의 이유로 꼽히는 호갱 문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를 방지하지 위한 대안 없이 단통법 폐지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단통법은 단말기 유통과 보조금 지급을 투명하게 해 일부 사용자에게만 과도하게 지급된 보조금을 모두가 부당한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14년 만들어졌다.

단통법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유통점에 따라 보조금이 천차만별로 지급됐다. 이 때문에 같은 단말기라도 누구는 10만원, 누구는 100만원에 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통신사가 지원금을 뿌리는 날짜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졌다. 어디서, 언제 사느냐에 따라 가격이 널뛰기를 한 것이다. 지원금을 많이 주는 유통점, 날짜 같은 정보는 온라인에서 유통됐다. 당시엔 이런 정보를 찾지 못해 단말기를 비싸게 산 사람들은 '호갱'이라 불렸다.

신도림 테크노 마트 9층 휴대폰 판매 상가 /사진=이성우 기자
신도림 테크노 마트 9층 휴대폰 판매 상가 /사진=이성우 기자

단통법이 폐지되면 '호갱'이 다시 양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이 부위원장은 "단통법의 제정 취지가 됐던 이용자 차별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로 규제가 가능하다"며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예상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아울러 전문가들은 단통법 폐지가 경쟁 촉진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단통법이 이미 이동통신사업자 간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하는 서비스 및 요금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인데, 지난 10년간 경쟁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통법이 없어진다고 없던 경쟁이 생길 지에 대한 의문이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단통법은 차별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사후 규제나 보완책이 있어야한다. 또 단통법이 만들어진 시대에는 3G에서 4G로 넘어가던 시기로 시장이 커가는 과정이었고, 가입자 쟁탈전이 성행하던 시기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또 사업자의 서비스 가입자당 평균 수익(ARPU)도 낮아져 마케팅 경쟁 촉진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 교수는 "마케팅 경쟁이 과열되면 알뜰폰 사업자들도, 제4이동통신사도 힘들어진다"며 "무조건 폐지가 아니라 보완책을 마련하고 일부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