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단통법 폐지 발표한 정부, 후속대책은 빠졌다

#2014년 도입 당시, 필요했던 이유 돌아볼 필요 있어

#가계통신비 구성요소 전체를 살펴보고 정책 세워주길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줄여서 '단통법'이라고 불렸던 법이 폐지됩니다. 정부는 이 법이 국민들에게 줄 스마트폰 보조금(지원금)을 옥죄고 있기 때문에 가계통신비가 비싸진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풀 수 있도록 법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법은 지난 2014년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스마트폰 시장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같은 스마트폰을 구매하는데 언제, 어디서 구매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심지어 같은 매장인데도 가격이 달랐습니다. 출고가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을 누구는 10만원에, 누구는 100만원에 사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100만원에 산 사람이 10만원에 산 사람을 보조해주는 셈이었습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내 휴대폰 판매점 밀집상가/사진=테크M DB
신도림 테크노마트 내 휴대폰 판매점 밀집상가/사진=테크M DB

이런 엄청난 보조금은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곤 했습니다. 그래서 주로 노년층이 보조금 혜택을 보지 못했습니다. 검색에 밝은 청년들이 주로 보조금 혜택을 봤습니다. 오죽하면 대통령까지 나서서 "스마트폰 싸게 사려고 길게 줄서는 일이 계속되면 안된다"고 했을까요.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단통법입니다. 사업자의 마케팅 수단인 보조금을 규제하는 지극히 '반 시장적인' 법입니다. 법 제정 당시에도 찬반이 엇갈렸습니다. 그럼에도 이 법이 만들어진 것은 법으로 규제해서라도 이같은 극심한 차별을 방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법이 시행된지 10년이 지났습니다. 누구는 100만원, 누구는 10만원에 스마트폰을 사는 일은 많이 줄었습니다.(여전히 불법 지원금이 나오고 있긴 합니다만) 대신 대부분이 70만원에 스마트폰을 사고 있습니다. 지원금 경쟁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선택약정할인이라 부르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통해 지원금 대신 25% 요금할인을 받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단통법을 없애겠다고 합니다. 없애는 이유는 보조금 경쟁이 위축돼 국민들이 달말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설마 다시 누구는 10만원에, 누구는 100만원에 사는 시대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아니겠지요. 

그래서 폐지 발표와 함께 구체적인 후속 대책 얘기가 나오지 않은 것이 아쉽습니다. 꼼꼼하게 후속 대책을 마련한 뒤 폐지 발표를 했어야 합니다. 보조금 공시 제도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선택약정할인 제도는 어떻게 유지시킬 것인지, 어느 정도 추가 지원금을 불법으로 볼 것인지 등의 대책이 모두 빠져 있습니다. 

정부가 단통법 폐지 후 후속 대응책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마련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정부의 후속 정책이 제대로 담겼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통신사들은 이미 정부의 압박(?)에 요금제 개선을 하고 있습니다. 중저가 5G 요금제도 내놓고 3만원대 요금제도 나왔습니다. 단통법 제정 당시에도 선택약정할인이라는 통신사만 재원을 부담하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억울할)정책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통신사는 소위 '콘트롤'이 됩니다. 

사실 정부의 입김이 미치지 못하는 곳은 통신사보다는 제조사에 가깝습니다. 스마트폰이 비싸다고 통신사에게 보조금을 뿌리라고 하는 것은 이상한 정책일겁니다. 스마트폰 가격은 제조사가 결정하는 것이죠.

보조금을 줄이고 출고가를 낮추면 모든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으니 이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했으면 합니다. 제조사가 제공하는 판매장려금을 공시하도록 하는 등의 정책, 혹은 출시 1년이 지난 스마트폰에는 판매장려금을 금지해 '재고떨이'를 할때는 출고가를 낮출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등의 정책도 고민해볼만합니다.

최근엔 유통채널도 온오프라인 모두 다양해졌기 때문에, 이에 맞는 스마트폰 가격 책정 등도 필요할겁니다. 가계통신비는 단말가격, 통신요금, 동영상서비스(OTT)와 같은 부가서비스 이용료로 구성됩니다. 이참에 정부가 통신사만 노려보지 말고 가계통신비 구성요소 전부를 살펴봤으면 좋겠습니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