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지원금 지급 시행 첫날인 지난달 14일 강변 테크노마트 휴대폰 판매 매장에 손님들이 텅 비어있다. / 사진=조성준 기자
전환지원금 지급 시행 첫날인 지난달 14일 강변 테크노마트 휴대폰 판매 매장에 손님들이 텅 비어있다. / 사진=조성준 기자

제22대 국회가 출범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도 주춤하고 있다. 정부가 야심차게 전환지원금을 도입하면서 휴대폰 교체 경쟁을 부추키고 있지만, 통신사들은 3주 이상 지원금을 변경하지 않고 전환지원금을 동결하고 있다. 전환지원금 정책이 유명무실해지는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3사는 지난달 전환지원금을 30만원대로 인상한 이후 지금까지 지원금 한도를 변경하지 않고 있다. 

전환지원금은 이용자들이 통신사를 변경할 경우 통신사로부터 받는 지원금이다. 방통위는 통신사들의 경쟁을 유도해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고자 지난달 13일 전환지원금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당시 방통위는 전환지원금이 시행될 경우 최신 단말기 구입 부담이 거의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환지원금 제도는 통신사가 자발적으로 시행하기보다, 정부의 압박에 울며 겨자먹기로 시행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방통위가 '이동통신사업자 변경 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지급 기준' 제정안을 발표한 이후 통신사는 지원금으로 최대 13만원의 금액을 책정한 바 있다. 이는 방통위가 내세운 최대 50만원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으로, 이를 본 현장에서는 '있으나 마나한 정책'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달 22일 SKT, KT, LG유플러스 대표들과 만나 전환지원금 정책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후 통신사들은 지난달 23일 전환지원금을 최대 30만~33만원으로 상향하며 정부의 요청에 응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윗줄 왼쪽부터),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아랫줄 왼쪽부터), 김영섭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간담회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 사진=조성준 기자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윗줄 왼쪽부터),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아랫줄 왼쪽부터), 김영섭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간담회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 사진=조성준 기자

하지만 이후 3주 넘게 전환지원금과 관련한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전환지원금 수요가 많지 않은데다 갤럭시S24, 아이폰15 등 최신 기종의 전환지원금은 10만원대에 머물러 있어서다. 사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전환지원금보다 선택약정 등을 활용하는 것이 더 저렴한 만큼 이용자들에게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도 전환지원금 동결의 원인으로 꼽힌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전환지원금은 통신사가 자발적으로 책정하긴 하지만 시장의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며 "시장에서 반응이 크지 않고, 통신사를 변경하는 모수가 적어 아직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3월 번호이동 수치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 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발표하는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번호이동은 52만4762건으로, 2월 대비 2만643건 늘었을 뿐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무리하게 전환지원금 정책을 시행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통법 폐지가 유력한 상황에서 총선 전 표심잡기를 위해 시장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통신사 변경보다 기기변경 고객들을 위한 정책은 없어 역차별 논란으로도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 경쟁을 활성화해 허들을 없애고 요금을 낮추겠다는 취지지만, 전환지원금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시장 조사를 건너뛴 결과"라며 "단통법이 폐지되면 가장 먼저 전환지원금 제도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준 기자 csj0306@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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