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두나무 대표/캐리커쳐=디미닛
이석우 두나무 대표/캐리커쳐=디미닛

 

디지털 자산시장의 개척자라 불리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8년만에 두나무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다. 당장 그를 대체할 인물이 시장에서 언급되지 않을 만큼, 강력한 존재감을 갖고 있지만 두나무가 글로벌 대표 사업자로 자리매김한 만큼,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9일 두나무는 이석우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제가 일신상의 이유로 인하여 7월 1일부로 주식회사 두나무의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게 됐다"며 "두나무의 더 큰 도약을 위해 새로운 도전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과 함께 개인적인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동안 부족한 저를 신임해주시고 지지해주신 송치형 회장님과 김형년 부회장님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저는 대표이사 사임 이후에도 회사에 고문으로 남아 두나무를 위해 일할 계획으로, 후임 대표이사는 추후 회사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 대표는 국내 대표 인터넷 산업 전문 경영인으로 지난 2004년부터 CEO의 삶을 살았다. 그는 NHN 이사와 북미 법인 대표를 지낸데 이어 2011년에는 카카오 대표를 맡아, 초기 카카오톡 생태계의 성공을 이끌었다. 이 대표는 당시만해도 스타트업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카카오의 조직문화를 새로이하고, 여러 사업 리스크를 정비하며 네이버와 대등한 위치에 오르도록 했다.

이후 2014년 다음과 합병을 이뤄낸 카카오의 통합 법인 대표를 맡아, 카카오의 '퀀텀점프'를 이뤄내고 모바일 기반 인터넷 시장을 손수 개척했다. 카카오에서의 임기를 마친 이후에도 그는 혁신가의 모습을 이어갔다. 보수적인 중앙 언론계에 진출, 국내 언론계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했다. 그러다 그는 전격적으로 지난 2017년, 코인 거래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실 카카오를 굴지의 대기업으로 올린 그가 작은 스타트업 규모의 두나무 대표로 자리를 옮긴 것에 대해 업계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혁신을 갈구하던 이 대표의 취임사를 주목하는 이는 없었고, 오히려 두나무 지분을 보유한 카카오가 두나무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이는 디지털 자산 시장의 미래를 꿰뚫어본 이 대표의 혜안에서 비롯된 행보였고, 이는 곧 현실화됐다. 사실 그는 두나무 CEO 취임 수년전부터 블록체인의 혁신을 직접 확인하며,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에 개발자 중심의 조직 문화를 구축, 대기업 출신 CEO라는 인식을 지우기 위해 직접 '비노'라는 영어 이름을 쓰는 등 수평적 조직 문화를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젊은 개발자를 적극 수혈, 국경이 없는 코인 시장 속에서도 디지털 개발 주권을 지키는데 성공했다. 

이 대표 취임 후 그의 예상대로 시장은 빠르게 덩치를 키웠고 두나무는 스타트업 규모를 넘어 이젠 국내 대표 IT 기업으로, 이제 기업가치 10조원을 의미하는 '데카콘' 반열까지 올랐다. 경쟁사들이 숱한 해킹과 내부 관리 미숙에 따른 리스크에 직면했지만 두나무는 흔들리지 않고 업계 선두 사업자를 유지, 성숙한 투자 문화를 주도해 왔다.

문제는 규제였다. 이 대표는 누구도 쉽게 꺼내지 못하던 코인 시장 양성화를 위해 전면에 섰다. 그리고 국회와 언론을 오가며 디지털 자산 시장의 안착을 위한 관련법 제도 정비를 주창했다. 1위 수성 만큼, 시장 성숙도 역시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또한 그는 다수의 코인 거래소가 단기 수익에 몰두할 때도, 자체 개발자회의인 업비트 개발자회의(UDC)를 매해 개최하며 '업권법' 마련을 위한 여론 조성을 주도했다. 덕분에 '코인은 투기'에 불과하다는 세간의 인식을 결국 바꾸는데 성공했고, 코인을 디지털 자산으로 격상시키는데 1등 공신이 됐다. 여의도 정치권 내 보수적인 분위기를 바꿔 내고 관련 법안 마련 역시 이끌어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디지털 자산 대중화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이들에게 뒤쳐지지 않고 혁신의 중심으로 거듭나게 된 데에는 이 대표의 역할이 가장 컸다는 게 투자시장의 중론"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다음 행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투자를 넘어 디지털 자산의 대중화를 이끈 만큼 새로운 혁신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그 동안 저와 두나무를 성원해주시고 지지해 주셨듯이, 새로운 대표이사와 달라질 두나무를 계속해서 성원해 주시고 지지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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