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혁수 LG이노텍 대표가 오는 2030년까지 라이다, 로봇, 차량용 AP 등 미래 육성사업 매출 비중을 25%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혁수 대표는 최근 사업장 현장 방문 행보에서 "회사 지속성장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미래 육성사업이 빠른 속도로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미래 신사업 비중을 2030년 전체 회사 매출의 25% 이상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함께 달려 나가자"고 독려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가장 큰 미래 자산인 고부가 원천기술과 글로벌 톱티어 고객들과 협력하며 체득해 온 사업 경험을 발판 삼아, 차별적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또 다른 일등 사업을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지난 2023년 말 CEO로 취임한 문혁수 대표는 모바일 카메라 모듈 사업이 견인하던 회사 급속 성장세가 주춤해지자,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구체화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회사가 축적해 온 확장성 높은 원천기술에 LG이노텍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미래 사업 발굴에 매진해온 문 대표의 노력은 속속 결실로 돌아오고 있다. 라이다 사업이 대표적이다. LG이노텍은 최근 라이다 기술 선도 기업인 미국 아에바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기존 차량 카메라만으로는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요하는 고도화된 센싱 기능 구현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라이다 사업화에 발벗고 나선 성과다.
파트너십 일환으로 LG이노텍은 아에바의 초슬림∙초장거리 주파수 변조 연속파(FMCW) 고정형 라이다 모듈 공급사로 선정됐다. 제품은 아에바 소프트웨어와 결합돼 글로벌 톱티어 완성차 고객 차량에 탑재될 예정이다. 제품의 양산 목표시점은 오는 2028년이다.
라이다와 더불어 문 대표는 고도화된 자율주행용 센싱 솔루션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해 레이더 사업도 동시에 육성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LG이노텍은 이달 초 4D 이미징 레이더 전문기업인 스마트레이더시스템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LG이노텍의 지분율은 4.9%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비정형 어레이 안테나 설계 기술 등 레이더 관련 독자적인 원천기술을 보유한 국내 벤처 기업이다. 이번 지분 투자로 LG이노텍은 차량용 4D 이미징 레이더, 초단거리 레이더(USRR) 등 고성능 레이더 핵심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이처럼 차량 카메라와 동시에 라이다∙레이더 사업을 집중 육성한 문혁수 대표는 LG이노텍을 미래 모빌리티 센싱 시장을 선도하는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포지셔닝 시킨다는 계획이다. 오는 2030년까지 모빌리티 센싱 솔루션 사업을 2조원 규모로, 이를 포함한 AD/ADAS용 부품 사업(센싱∙통신∙조명)을 5조원 규모로 키우는 것이 문 대표가 그리는 미래 청사진이다.
로봇용 부품 사업도 올해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LG이노텍은 지난 5월 로보틱스 분야 기술력을 자랑하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로봇용 부품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LG이노텍의 광학 센싱 기술력이 파트너십 성사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양사는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 센싱 시스템'을 공동 개발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는 2035년까지 51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카메라 모듈 뿐 아니라 반도체 기판, 관절 구동장치 등 각종 부품들이 탑재된다. 관련 원천기술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LG이노텍은 로봇용 부품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LG이노텍은 올초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모듈(AP 모듈)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기존 전장부품사업을 차량용 반도체 분야로 본격 확대한 것. '차량용 AP 모듈'은 차량 내부에 장착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디지털 콕핏과 같은 자동차 전자 시스템을 통합 제어하는 반도체 부품이다. 올해 전세계 차량에 탑재된 AP 모듈은 총 3300만개로, 2030년에는 1억1300만개까지 매년 22%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혁수 대표는 "자율주행과 같은 미래 모빌리티 및 로보틱스는 물론, AI∙우주∙메디컬 분야까지 LG이노텍의 원천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며 "새로운 기술의 S-커브(기술이 급성장 후 일상화를 거쳐 도태되는 일련의 변화 과정을 뜻하는 경영학 용어)를 만들 수 있는 고객과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고객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그려 나가는 신뢰받는 기술 파트너로 거듭나는 것이 LG이노텍이 나아가고자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허준 기자 joo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