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드리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에 머물며 이용할 수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가 인기다. 넷플릭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연신 갱신하며 고공행진하고 있고, 디즈니 플러스 유료 가입자는 50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오늘 소개할 OTT는 한때 넷플릭스 대항마(?)로 거론됐던 이른바 '한국판 넷플릭스' 왓챠플레이다. 이제는 넷플릭스와 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통신사들이 자체 운영하는 웨이브, 시즌에도 뒤지고 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을 알아보고 국내에서 소개하는 안목은 넷플릭스 못지 않다. 내가 보기엔, 통신사 OTT보다 뛰어나다. 오늘 구취(구독 취소)했던 왓챠플레이 재결제 기념으로 볼만한 라인업을 소개한다.

지금까지 이런 사이코패스는 없었다 - 킬링이브(Killing Eve)

한국계 미국 배우 산드라 오가 주연을 맡은 BBC 드라마. 스파이를 꿈꾸는 MI5 직원 이브 폴라스트리(산드라 오)와 의문의 사이코패스 청부살인범 빌라넬(조디 코머) 간의 쫓고 쫓기는 과정을 담았다. 이 과정에서 선이 악을 응징한다는 기존 드라마 문법을 파괴하고 두 사람은 서로 연민하고 묘한 감정을 느끼며 연대하기도 한다. 조디 코머가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살인을 저지르기에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산드라 오의 어눌한 한국말 연기가 나올 때는 실소가 나온다. 산드라 오는 이 드라마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최근 시즌3가 시작했는데, 왓챠플레이에서 조속히 올려줬으면 한다.

이런 미래라면 오지 않는 게 좋겠어 - 이어즈&이어즈(Years & Years)

BBC 와 HBO 가 공동 제작한 블랙코미디로 지난달 왓챠플레이에서 독점 공개했다. 영국 맨체스터의 한 가족을 중심으로 2019~2034년까지 일어나는 정치, 사회, 기술, 경제, 환경 등을 다른 드라마다. 기술이 발달한 미래 세대를 그린 점에서 '블랙미러'와 닮은 듯 하나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라는 점에서 더욱 섬뜩한 느낌을 전해준다. 특히 브렉시트 이후 영국 사회에서 기업가 출신 정치인 비비언 룩(엠마 톰슨)의 과격하고 황당한 행보가 지지를 받는 과정이 압권이다.  '체르노빌' 이후 최근 왓챠플레이가 대박 작품을 소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의 TV 데뷔작 - 리틀 드러머 걸 : 감독판

박찬욱이 연출한 6부작 드라마.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다. 존 르카레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방영했다. 왓챠플레이에서 세계 최초로 감독판을 선보였다. 감독판인 만큼 박찬욱 특유의 유려하면서 빈틈없는 미장센을 만끽할 수 있다. 흐름이 다소 난해해서 중도하차했으나 이번에 재도전해 보겠다.

HBO만 가능한 초호화 캐스팅 - 빅 리틀 라이즈(Big little lies)

'왕좌의 게임', '섹스 앤 더 시티' 등 미드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지나치기 힘든 HBO 시리즈. 2017년 작품으로 니콜 키드먼, 리즈 위더스푼, 쉐일린 우들리, 로라 던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시즌 1은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감독 장 마크 발레가 맡아 섬세한 연출력을 보이고, 시즌2에서는 무려 메릴 스트립이 나온다. 미국 부유층이 거주하는 몬터레이에서 발생한 의문의 살인 사건과 그에 얽힌 여성들의 비밀을 섬세하고 다룬 작품으로 '위기의 주부들'식 서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빠질 수밖에 없다. 이 작품에서 매맞는 아내 역할을 소화한 니콜 키드먼은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넷플릭스엔 없지만 왓챠플레이에 있다 - 부부의 세계 : 무삭제판

말이 필요없다. 김희애는 연기의 신이다. 왓챠플레이에서 대박 냄새를 맡고 본방 직후 곧바로 무삭제판을 올린다. 원작인 '닥터 포스터'도 볼 수 있다.

왓챠플레이는 신규 가입 시 2주 무료 이용 후 과금된다. 월 7900원 베이직 요금제와 4인 동시접속이 가능한 4K 이용권(월 1만2900원) 중에서 고르면 된다.

김임수 기자 imsu@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