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은 스마트폰에 필수적인 저전력 CPU를 설계하는 기업입니다. 스마트폰용 반도체 설계에만 집중하고 파운드리 업체에 생산을 맡겨 로열티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 삼성, 애플, 퀄컴, 화웨이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은 대부분 ARM의 반도체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에 출시된 스마트폰의 95% 이상이 ARM의 CPU 설계도를 이용한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ARM 없이는 사실상 스마트폰을 만들 수 없는 것입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2016년 ARM을 인수했습니다. 인수 가격만 320억달러, 당시 36조원 규모로 일본 업체의 인수합병 역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손정의 회장은 이 인수에 대해 "바둑으로 치자면 50수 앞을 내다본 것"이라며 "20년 안에 ARM이 설계한 제품이 1조개 이상 사용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그런데 손정의 회장이 내다봤던 미래가 크게 흔들리면서, 소프트뱅크가 ARM을 매각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위워크 등 기업에서 발생한 투자 실패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축의 여파로 올해 1분기 약 16조5000억원에 이르는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아직 지분법상 반영되지 않은 미실현 손실이 남아 있어 소프트뱅크의 적자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이에 소프트뱅크는 지난 3월, 갖고 있는 지분을 매각해 손해를 메꾸기 위한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ARM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손정의 회장은 ARM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당장 소프트뱅크를 덮친 최악의 규모의 손해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ARM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전세계 스마트폰 반도체 시장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ARM이기 때문에, ARM을 어느 기업이 인수하는 가에 따라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크게 안드로이드 진영과 애플 진영으로 나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어느 한 쪽이 ARM을 인수하게 되면 다른 진영은 경쟁사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합니다.
또 ARM을 인수한 곳이 ARM 설계도를 독점 사용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경쟁사는 반도체 확보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삼성전자와 애플, 인텔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은 모두 ARM을 인수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만약 ARM이 실제 매물로 나온다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소프트뱅크가 최종적으로 ARM을 매각하겠다는 결정을 내릴까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ARM을 인수하게 될까요? 전세계 관심이 집중됩니다.
자료=미디어뱀부
정리=허준 기자 joo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