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가상자산 특금법 시행령 나온다
#유출 자료에 '거래소-시중은행' 모두 촉각
#혹시나가 역시나일까
이르면 다음주 금융당국이 개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한다. 시행령 가운데 특히 거래소의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시중은행의 실명확인 계좌 발급 조건에 업계 이목이 쏠린다.
특금법 개정안은 가상자산 관련 첫 제도화 법안이다. 개정안은 내년 3월에 시행되며 특금법 시행 전부터 영업해오던 가상자산 사업자는 개정안 시행 일로부터 6개월 이내, 즉 내년 9월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영업신고를 해야 한다.
거래소도 시중은행도 '촉각'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이 개정 특금법 시행령을 주목하는 이유는 사업 생존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시행령이 사실상 생존과 직결된다.
내년 3월 개정 특금법이 시행되면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내년 9월까지 FIU에 영업 신고를 해야 하는데, 개정 특금법에 따르면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통해 금융거래 등을 하지 않는' 사업자의 신고는 수리되지 않을 수 있다. 이 실명계좌를 시중은행으로부터 발급받을 수 있는 기준이나 조건, 및 절차가 시행령에서 마련된다. 이에 현재 실명계좌가 있는 4대 거래소(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을 제외 중소형 거래소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특금법 입법예고가 연기된 이유도 이 내용에 대한 합의가 늦어진 탓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도 은행연합회 중심으로 모인 논의 자리에서 (가상자산 거래소가) 신고를 먼저 받고 난 이후에 시중은행이 실명계좌를 열게 해주는 순으로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실명계좌가 신고 수리 조건으로 포함되면 은행이 떠앉는 부담이 상당하기에, 이 경우에는 객관적인 기준이라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유출된 '실명계정 개시 기준(안)' 내용에 따르면 4가지 객관적 요건과 함께 은행이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주관적 요건'이 포함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4가지 객관적 요건은 ▲고객 예치금 분리보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신고 불수리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것(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았을 경우, 신고가 직권 말소되고 5년이 지나지 않았을 경우 등) ▲고객의 거래내역 분리 관리 등이다.
주관적 요건의 경우, 금융회사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자금세탁방지 등을 위해 구축한 절차 및 업무 지침 등을 확인하여 해당 사업자와의 금융 거래 등에 내재된 자금세탁 위험을 식별, 분석, 평가해야 한다. 이 조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실명계정 개시 기준에 대한 '은행' 책임이 더 부각돼 상당한 부담"이라며 " 이렇게 기준안이 나오면 어떤 은행이 선뜻 나서겠느냐"고 토로했다.
앞서 당국과 가상자산 거래소 등이 한 자리에 모인 간담회에서도 실명계정 개시 기준안이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었기에, 시행령에 실제 '주관적 판단'을 포함할 경우 업계 파장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FIU 관계자는 "은행 등 금융회사 입장을 들어보면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 거래소로 판단되는데 객관적 조건을 충족했다고 실명계좌를 발급해주는 건 위험 요소가 있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어, 의견을 모두 종합해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시행령 내 실명계좌 개시 기준안에는 주관적 요건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는 또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도 금융회사 등이 가상자산 관련 자금세탁 위험 평가를 하도록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거래소 아닌 가상자산 사업자들도 걱정이다
'비(非) 거래소 가상자산 사업자'들도 시행령을 주목하고 있다. 그간 가상자산 거래소 위주의 특금법 논의가 주를 이뤄왔기에 가상자산을 이용한 '서비스' 업체들의 현실에 맞는 시행령이 마련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실제 시행령에서 특금법을 준수해야 할 가상자산 사업자(VASPs)가 구체화된다. 일단 ▲가상자산을 매도 매수하는 행위 ▲가상자산을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하는 행위 ▲가상자산을 보관 또는 관리하는 행위 ▲가상자산 매도 매수 또는 가상자산 간 교환 행위를 중개 알선 대행하는 행위 등의 영업을 하는 곳이라고 명시돼 있다.
위 기준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 포함 수탁 서비스(커스터디), 가상자산으로 투자를 진행했던 벤처캐피털(VC) 등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에 포함될 수도 있는 '스타트업'들이다. 가상자산 사업자로 포함이 될 경우 당국 신고를 위해 ISMS도 획득해야 하는데, 이를 준비하기 위해 수개월 이상의 시간과 수천만~수억원 수준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거래소처럼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도 이들의 관심사다.
이에 가상자산을 활용하는 블록체인 게임사부터 결제 업체 등은 가상자산 사업자 해당 여부가 모호한 상황에서 섣불리 사업자 신고 대비를 미룬 경우가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사업은 특히나 정책리스크가 너무 커, 사업 방향은 시행령을 일단 보고 방향을 잡는 것으로 미뤘다"며 "시행령에 따라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문정은 기자 m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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