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 매각' 카드 꺼내든 공정위
딜리버리히어로 "절대 불가"… 전원회의 난항 예상
쿠팡이츠-위메프오 등 치열해진 국내 배달앱 시장
'우아DH아시아' 설립 등 아시아 진출 '빨간불'

/사진 = 디미닛
/사진 = 디미닛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와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합병심사를 앞두고 '요기요 매각'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DH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히 맞서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르면 다음달 9일 전원회의를 열고, DH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 승인 조건 등을 최종 심사할 계획이다. 쿠팡이츠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경쟁이 치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 조건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국내 배달 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독점 방지 조치 vs. 국내 스타트업 성장 가능성 막아" 


공정위가 내놓은 이번 조치는 DH가 배달 시장 독점으로 배달 수수료 인상 가능성 등 배달앱 시장이 독점 사업자 그늘에 갇히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사실상 '불허'라는 의미로까지 해석된다. 

현재 국내 배달 앱 시장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 '빅3'가 주도하고 있다.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 9월 개별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배달의민족 59.7%, 요기요 30.3%, 배달통 1.2%로 추정된다. 결합이 승인되면 배달 앱 시장 99%를 장악하는 독점 사업자가 탄생하는 셈이다.

앞서 DH는 요기요와 배달통을 인수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2월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결정, 국내 시장에서 요기요와 배민 양사 간 출혈경쟁을 막고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싱가포르에 합작회사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고, 아시아 11개국에 진출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 사진 = 요기요 제공
/ 사진 = 요기요 제공

공정위의 이번 제동으로 일각에서는 국내 '배달 공룡' 탄생에 제동이 걸렸다는 시각도 나온다. 나아가 DH가 그리던 아시아 진출 계획까지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반면 국내 벤처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배달 앱 자체를 두고 시장 독점을 얘기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이커머스와 푸드테크 업체 등이 배달과 배송, 물류 등에서 전방위 경쟁하고 있는 탓에 배달 앱 점유율만 높다고 독점으로 봐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배달의민족의 주요 사업군을 보면 대체로 국내 유통 및 인터넷 이커머스 기업과 대부분 겹친다. 카카오는 이미 수년전 카카오톡을 통해 배달서비스를 내놨고, 네이버는 지난해 내놓은 스마트오더를 통해 배민오더와 직접 경쟁하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 "공정위에 이의 제기할 것"


DH는 배민 인수를 포기하기도, 요기요를 매각하기도 쉽지 않은 '진퇴양난'에 놓였다. 국내에서 시장 점유율이 높은 배민을 포기하기에 타격이 적지 않고, 이미 인수한 요기요를 되팔기도 난감한 상황인 것이다. 

이에 따라 DH는 공정위가 내민 조건부 승인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DH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기 위해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을 따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DH 관계자는 "추후 열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이의를 제기, 공정위 위원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업결합의 시너지를 통해 한국 사용자들의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려는 DH의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다"면서 "음식점 사장님과 라이더, 소비자를 포함한 지역 사회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내 '배달 공룡' 자리 두고 치열한 경쟁 예상


쿠팡 이츠로 전통 시장 음식점 배달에 나서는 모습. /사진= 쿠팡 제공
쿠팡 이츠로 전통 시장 음식점 배달에 나서는 모습. /사진= 쿠팡 제공

쿠팡과 위메프 등도 국내 배달 시장의 떠오르는 다크호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언택트 소비문화가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국내 배달 시장 재편 또한 가속화되고 있는 것.

현재 쿠팡은 '쿠팡이츠'를 통해 서울시내 배달 점유율을 급격하게 늘리고 있다. 쿠팡이츠는 배송비 뿐만 아니라 라이더와 1대1 주문 기능을 통해 배달의민족보다 빠른 배송을 추구해 이용자 반응이 뜨겁다. 위메프의 '위메프오' 역시 올해 무료 쿠폰을 대거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모바일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이츠 월간 사용자는 올해 8월에는 74만 8322명으로 전년 대비 4.3배 증가했다. 위메프오 월간 사용자도 같은 기간 7.4배 늘어난 17만 5414명이다. 

최근 배달의민족이 뛰어든 신선식품 분야도 신세계의 '쓱'을 비롯해 쿠팡과 마켓컬리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즐비하다.

한편, 공정위는 다음달 9일 전원회의에 DH의 배민 합병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절대 반대'를 외치는 DH와 공정위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약 4조원대에 달하는 글로벌 합병 최종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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