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nm 공정으로 성능과 전력효율 높여
ARM 협업으로 CPU·GPU 성능도 대폭 향상
삼성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 상승 기대

/사진 = '엑시노스 온 2021 : 엑시노스 이즈 백' 온라인 행사 영상 캡쳐
/사진 = '엑시노스 온 2021 : 엑시노스 이즈 백' 온라인 행사 영상 캡쳐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에 중요한 '키'가 될 프리미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100'을 공개했다.

12일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온 2021 : 엑시노스 이즈 백(Exynos on 2021 : Exynos is back)' 온라인 행사를 열고 모바일 AP 엑시노스 2100의 출시를 알렸다.

엑시노스 2100은 성능과 발열 이슈로 혹평을 받은 전작 '엑시노스 990'의 오명을 지우기 위해 삼성전자가 절치부심해 내놓은 모바일 AP다. 엑시노스는 라이벌 퀄컴 '스냅드래곤'에 뒤처지면서, 지난해 내수용 갤럭시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도 퇴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엑시노스 2100은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태어났다. 이런 의미에서 이날 행사 타이틀에는 '엑시노스가 돌아왔다'라는 부제가 붙었다.


5nm·5G·ARM으로 더 강해졌다


엑시노스 2100은 5나노미터(nm) 극자외선(EUV) 공정으로 생산된다. 선폭이 좁을수록 집약도를 높여 반도체 크기가 줄고 성능과 전력 효율이 향상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엑시노스 2100은 7nm 공정을 적용한 전작 대비 성능은 10% 향상됐고, 전력 소모는 20% 줄었다.

엑시노스 2100에는 5G 모뎀이 내장돼 하나의 칩으로 5G 네트워크까지 모두 지원한다. 이를 통해 모바일 기기 내에서 부품이 차지하는 면적을 줄일 수 있게 돼 설계 편의성이 높아졌다. 제품에 내장된 5G 모뎀은 저주파대역(Sub-6)은 물론 '진짜 5G'로 불리는 초고주파대역(mmWave)까지 주요 주파수를 모두 지원한다.

삼성전자 5G 통합 프리미엄 모바일AP '엑시노스 2100'
삼성전자 5G 통합 프리미엄 모바일AP '엑시노스 2100'

AP의 핵심인 중앙처리장치(CPU)는 자체 개발팀을 해체하고 ARM의 최신 표준 코어를 채택해 성능을 끌어올렸다. 최대 2.9GHz로 구동되는 고성능 '코어텍스(Cortex)-X1' 1개, '코어텍스-A78' 3개, 저전력 '코어텍스-A55' 4개를 탑재하는 '트라이 클러스터(Tri-Cluster) 구조'로 설계됐다. 삼성 측은 엑시노스 2100의 멀티코어 성능이 이전 모델에 비해 30% 이상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퀄컴칩보다 낮은 성능 때문에 엑시노스의 약점으로 꼽히던 그래픽처리장치(GPU)도 성능을 끌어올렸다. 삼성에 따르면 엑시노스 2100은 ARM의 '말리(Mali)-G78'을 탑재해 이전 모델 대비 그래픽 성능을 40% 이상 높였다.

/ 사진 = 행사 영상 캡쳐

다만 말리의 성능이 퀄컴의 GPU '아드레노'를 넘지 못하고 있어 스냅드래곤을 완벽히 뛰어넘기 위해선 GPU 성능 강화가 더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삼성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행사에서 향후 그래픽카드 '라데온'을 만드는 AMD와의 협력을 통해 GPU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차세대 엑시노스 플래그십 모델에는 AMD와 합작한 GPU가 사용될 전망이다.


'온 디바이스' AI 성능 눈길…카메라 기능도 대폭 향상


엑시노스 2100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요구하는 강력한 성능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기능 향상을 이뤄냈다.

눈에 띄는 지표 중 하나는 삼성전자가 공을 들이고 있는 '온 디바이스 AI' 성능이다. 이 제품은 3개의 차세대 신경망처리장치(NPU) 코어와 불필요한 연산을 배제하는 가속기능 설계 등을 통해 26TOPS(초당 26조번 연산) 이상의 연산 성능을 확보했다.

엑시노스 NPU 연산 성능 변화 / 사진 = 행사 영상 캡쳐
엑시노스 NPU 연산 성능 변화 / 사진 = 행사 영상 캡쳐

온 디바이스 AI는 중앙 클라우드 서버와의 데이터 교환 없이도 단말기 자체에서 고도의 AI 연산이 가능하다. 특히 인터넷 연결을 위한 네트워크가 필요하지 않아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안정적인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엑시노스 2100은 이런 AI 성능에 최대 2억 화소 이미지까지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이미지처리장치(ISP)를 더해 강력한 카메라 기능을 지원한다. 최대 6대 이미지 센서를 연결하고, 4개 이미지 센서를 동시에 구동할 수 있어 화각이 다른 다수의 렌즈로 동시에 촬영하는 기능을 지원한다. 또 AI 성능을 통해 사진에 담긴 콘텐츠에 따라 노출, 노이즈, 선예도 등 다양한 요소를 최적의 상태로 보정해준다.

/사진 = 행사 영상 캡쳐
/사진 = 행사 영상 캡쳐

엑시노스 2011에 탑재된 멀티 프레임 프로세싱 엔진은 4K 120 프레임 촬영과 8K 60프레임 재생 기능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차세대 화질 기술 'HDR10+'를 적용한 8K 비디오 촬영을 지원한다.


돌아온 엑시노스, 삼성 시스템 반도체 승부수


엑시노스의 귀환은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제시한 삼성전자에게 중요한 터닝포인트 중 하나다. 엑시노스의 도약은 AP 자체 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 전체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엑시노스 2100은 퀄컴이 최근 발표된 퀄컴의 최신 AP '스냅드래곤 888'과 대등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멀티코어 등 일부 벤치마크 점수에선 오히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갤럭시 S21에는 엑시노스 2100과 스냅드래곤 888이 지역에 따라 병행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 내수용 모델에 다시 엑시노스가 탑재된다는 점이 상징적이다. 삼성이 이날 엑시노스 행사를 연 건 이틀여 뒤 갤럭시 S21이 공대되는 '갤럭시 언팩' 행사 전 '두뇌' 역할을 할 엑시노스 2100의 성능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행보에 비춰볼 때 갤럭시S 시리즈 내에서도 다시 엑시노스의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삼성전자 강인엽 사장(시스템LSI 사업부장)이 '엑시노스 2100'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강인엽 사장(시스템LSI 사업부장)이 '엑시노스 2100'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 엑시노스 2100이 만족할 만한 성능을 발휘한다면 갤럭시 시리즈 내에서 뿐만 아니라 스냅드래곤보다 높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중국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제조사들을 공략해 엑시노스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이를 통해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 사업 전반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이엔드 제품인 엑시노스 2100은 EUV 5nm 공정과 ARM의 레퍼런스 코어를 사용함으로써 경쟁작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888과 대등한 성능을 보일 것"이라며 "퀄컴 스냅드래곤의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엑시노스 2100의 시장점유율 상승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