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에 비수 꽃은 폭스바겐 "중국산+자체배터리로 가격경쟁력 UP"
침착한 증권가 "국내업체 기술력 월등...큰 변화 없을 것"
세계 최대 완성자 업체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폭스바겐이 자체 배터리 비중을 높이겠다고 천명, 국내 배터리 생산업체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 수출 비중이 높은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 LG화학의 충격이 적지 않은 분위기. 증권가에선 "품질차이가 여전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애써 파장을 줄이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LG에너지솔루션 밀어낸 폭스바겐...왜?
폭스바겐은 현지시간 15일, 자체 사업전략 행사인 '파워데이'를 통해 미래 통합 배터리셀(Unified sell)로 '각형 배터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파우치 셀 대신 중국 CATL이 활용하는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겠다는 것. 특히 폭스바겐은 "오는 2030년까지 생산하는 모든 전기차 중 80%가 이 새로운 배터리셀을 장착하게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주력이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중국 CATL과 자체 투자 기업인 노쓰볼트의 각형 배터리 탑재를 늘리겠다는 의미"라며 "말 그대로 한국기업을 상대로 배터리 독립을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폭스바겐 공급비중이 커 단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실제 폭스바겐의 이같은 발표로 인해 당장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양사 모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양사의 주가는 16일 오후 1시 기준 전일대비 10% 가까이 하락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도 국산 배터리 수출 감소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
증권가에선 폭스바겐이 각형 셀로 통합한 이유에 대해 중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CATL과 자사가 지분 투자한 노스볼트가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점을 이유로 꼽고 있다. 쉽게 말해 자사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배터리 내재화 물량을 늘리는 동시에, 값싼 중국산 배터리를 대거 확보해 원가절감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전기차 시장이 기하급수 팽창하고 있어 가격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했기 때문이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폭스바겐은 글로벌 1위 자동차 업체인 만큼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절감을 원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존에 지분을 투자한 노스볼트, 퀀텀스케이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자체 혹은 배터리 업체와 협력으로 2030년까지 240GWh의 배터리 공장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의 또다른 관계자 역시 "이번 이슈로 단기 파우치 셀 업체들의 주가 약세가 예상된다"면서 "오히려 삼성SDI의 경우,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침착한 여의도…"배터리 수요 충분, 중장기 영향 크지 않아"
증권가에선 대체적으로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비중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일반적이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배터리 내재화에 오랫동안 투자를 지속한 테슬라조차 배터리 데이 이후 오히려 배터리 업체들과 협력 시그널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한국기업과의 선을 완전히 끊어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폭스바겐이 오는 2023년부터 각형 셀로 통합(United Cell)해 2030년부터 30~50% 원가를 절감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시간이 충분한데다 국내업체들만큼 배터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연구원은 "내재화 과정에서 브릿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노쓰볼트, 쿼시안 하이테크, 퀀텀 스케이프 등의 상업화 속도가 빠르지 않다"며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기사에서 언급된 각형의 경우 아직까지 매우 제한적인 차량에서만 채택돼 파우치형에서 각형으로의 디자인 전환이 단기에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작년 전고체 배터리 논란과 마찬가지로 기존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 또한 "폭스바겐의 전략 변화가 다른 자동차 업체들로 확산될 경우 보다 구조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배터리 셀의 핵심은 어떤 케이스를 쓰는지가 아닌, 안에 있는 화학 물질을 어떻게 바꾸느냐다"라며 "특히 노스볼트의 경쟁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테슬라 진영과 파우치 타입의 원가 절감이 가속화되면 폭스바겐의 배터리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어 향후 전략 변화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폭스바겐 수준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기 힘든 자동차 업체들이 이러한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고, 필요시 파우치 업체들도 신규 투자에 있어서 각형으로 폼팩터를 바꿀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석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