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스 게이밍 사상훈/사진=넥슨 제공
락스 게이밍 사상훈/사진=넥슨 제공

사회자 : 지난 개막전에서는 스피드전이 아쉬웠잖아요. 어떻게 생각해요?

이재혁 : 지금 스피드전을 세명이서 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잘하는 것 아닌가요?

사상훈: ?????

무슨 이야기냐고요? 17일 신한은행 헤이영 카트라이더 리그 2021 시즌1 팀전이 끝난 뒤 인터뷰를 나누는 자리에서 최시은 아나운서와 락스 이재혁, 사상훈이 한 이야기입니다. 아마 이번 시즌부터 리그를 보신 팬들이라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락스는 지난해부터 사상훈을 아이템전 전문 선수로 영입했습니다. 집중적으로 아이템전 실력을 늘리기 위해 박인재 감독이 직접 나서서 훈련 시킨 것으로 유명했죠. 사상훈은 강석인, 이은택과 더불어 카트라이더 리그 아이템전 에이스로 거듭났습니다.

그런 사상훈이, 락스 한승철 휴식 선언으로 급하게 스피드전에 합류됐습니다. 아마 본인이 가장 당황했을 테지만 그를 아이템전 전문 선수로 기억하던 우리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죠. 그것도 리그 개막을 불과 한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그는 긴급하게 스피드전에 투입됐습니다.

사상훈의 스피드전 경기력은 어땠을까요? 당연히 좋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나쁘지'는 않았죠. 락스 선수들은 첫날 경기에서 사상훈이 '리타이어(결승전을 골인하지 못해 팀에 해를 입히는 경우)'를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는 후문이 들리기도 했습니다.

이재혁이 "세명이서 스피드전을 하고 있다"고 농담을 한 것도 아이템전 전문 선수였던 사상훈이 긴급하게 스피드전에 투입된 것을 두고 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사상훈은 아예 없는 선수 취급하고 세명이 미친듯이 달려야 한다는 압박감(?)을 토로한 것이기도 할 테고요.

하지만 재미있게도 사상훈은 연신 즐거운 모습입니다. 팬들 역시 생각보다 사상훈의 스피드전 실력이 나쁘지 않다고 말합니다. 가끔은 꼴찌에서 벗어나 7위를 기록하는 등 다른 스피드전 전문 선수들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이기도 하니까요.

"갑자기 투입돼 사실 불안하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뛰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니까요. 그저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동료들이 저렇게 말은 해도 많이 알려주고 연습도 많이 시켜줘요. 저한테 부담 갖지 말라고 말해주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습니다."

스피드전 선수가 아이템전을 하는 것과, 아이템전 선수가 스피드전을 해야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후자가 훨씬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상훈의 도전이 대단해 보입니다.

사상훈이 과연 스피드전에서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여전히 이재혁의 말대로 '세명'이 스피드전을 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게 될지 이번 리그를 지켜보는 또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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