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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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M과 리니지2M에 이어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 넷마블 '마블 퓨처 레볼루션'까지 모두 제쳤다. 1주년 업데이트로 2030세대(MZ 세대)를 불러 모은 원신도 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어느덧 석달째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의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카카오게임즈의 '오딘:발할라 라이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70일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딘을 즐긴 기자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150만원은 소과금? 경쟁작과 비교하면 애교지 

기자는 지난 6월말, 오딘 출시 이후 지금까지 약 70여일간 이수호 기자로 보낸 시간보다 '테크엠수호'로 산 시간이 더 길었다. 테크엠수호는 오딘에서 불리는 기자의 이름이다. 레벨은 60, 전투력은 2만4000에 가까운 어쌔신이다. 엄청난 자금을 들인 '과금러'와 비교할 수 없지만 일반인 중에선 꽤 강력한 편이다. 

사실 지난 34년간 한번도 하지 않았던 모바일 MMORPG에 첫발을 내딛은 이유는 단지 호기심 때문이었다. '북유럽 리니지'라는 놀림 속에도 무과금으로 충분히 고퀄리티 MMORPG를 즐길 수 있다는 슬로건이 테크엠수호를 이끌었다. 

그런데 이렇게 빠져나오기 어려울 줄 그때는 미쳐 알지 못했다. 오딘 출시 후, 초반에는 시장의 분석대로 화려한 그래픽과 거대한 스케일의 MMO 콘텐츠에 마음을 뺏겼다. 일간 순이용자가 20만명에 이르지만, 끊김없는 안정성과 볼거리, 구름의 작은 움직임까지 묘사한 디테일에 빠져들었다. 칼과 칼이 불꽃을 튀기며 역동적인 캐릭터의 움직임도 눈을 매료시켰다. 

 

사진=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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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플레이 초반에는 경쟁보다 볼거리와 미션 수행에 주력했지만 레벨 30을 넘어서자 오딘의 중독성에 더욱 빠져들었다. 두번째 챕터인 '요툰하임'에 들어서자마자 이용자들간에 벌어진 난투극, 바로 'PK' 콘텐츠 때문이다. 열심히 미션을 수행하고 있었지만, 누군가가 나타나 테크엠수호를 죽이고 갔다. 복수를 위해 쫒아갔지만 결과적으로 그를 당해내지 못했다.

오히려 이어진 그의 조롱과 비아냥에 기자는 34년만에 처음으로 과금이라는 것을 진행했다. 이후 이어진 소소한 과금까지 더하면 누적 지불액은 약 150만원. 직장인 기준으로는 결코 가벼운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누구도 쉽게 테크엠수호를 건들지 못한다. 

 

사진=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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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딘은 단순 과금형 MMORPG와는 확실히 다르다 

사실 메인 챕터를 넘어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하는 '보스'를 무찌르기 위해서도 소소한 과금은 필요했다. 그렇다고 부담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 실제 동종 경쟁작 대비, 오딘 내 이용자 전투력과 레벨 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 무과금 이용자를 위한 보스 공략 전략이 유튜브에만 수십여개에 달한다. 게임을 제법한다고 자부한다면 무과금도 충분히 깰 수 있다. 

수억원을 썼다고 알려진 일부 유튜버의 전투력은 약 4만 수준. 150만원을 지불한 기자의 약 1.5배 수준에 불과하다. 전체 이용자 중 전투력 1위도 여전히 4만선에 머물러 있다. 쉽게 말해 막대한 과금으로 값비싼 아이템을 제작하거나 사들여도, 무과금 이용자가 사용하는 아이템과 괴리감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부캐(추가 캐릭터 생성)' 육성을 통해 상당수의 재화를 벌어들일 수 있고, 특정 레벨에 도달하면 값비싼 쿠폰을 제공하는 점도 무과금 이용자가 오딘을 사랑하는 이유다. 테크엠수호도 레벨 60이 되자 드디어 영웅 아바타를 선물받았다.

이른바 '브루탈 모드' 덕에 이용자간 무제한 PK를 차단한 것 역시 무과금 이용자를 위한 카카오게임즈의 배려다. 여기에 8일 진행되는 업데이트로 이젠 '막피족'들도 자리잡기 어려워졌다. 

 

사진=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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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광대한 대자연 곳곳에 숨겨진 보물찾기만으로도 심장을 뛰게 한다. 뿐만 아니라, 길드를 통한 이용자간 결속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오딘 내 길드는 자체 던전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등 연계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 간 커뮤니티를 제공한다. 길드원 간 결속이 강할 수록 길드 레벨이 올라가고 자연스레 능력치도 부여받는 방식이다.

출시 두달차를 맞아 띄운 새 성장 콘텐츠 각인도 새로운 재미거리다. 캐릭터+장비에 부여된 능력치와 별도로 추가 능력치가 부여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같은 과감한 업데이트 덕에 오딘은 출시 석달차에도 국내 MMORPG 이용자의 절반가량을 빨아들이며 경쟁업계의 신작들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추정 일매출은 여전히 40억원대에 이른다. 과금요소를 줄였음에도 스스로 주머니를 열고 있는 이용자가 적지 않다. 

특히 바쁜 현대인을 배려한 운영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PC와 모바일 간의 원활한 크로스플레이 뿐만 아니라, 하루 8시간 부여되는 방치모드 또한 매력 요소다. 

물론 장기 흥행을 위해 서비스 운영사인 카카오게임즈와 개발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추가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과금 없이 보스를 깨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고 '겜알못'인 기자 또한 상당한 고통을 겪었다. 무과금 이용자를 위한 별도의 콘텐츠와 과금 이용자의 눈높이를 맞춰야한다는 과제도 남아있다. 

분명한 것은 오딘은 기존 3040세대를 넘어 20대까지 모바일 MMORPG로 끌어들일 만큼, 이용자의 저변을 넓혔다는 것이다. 이제 겨우 레벨 60에 도달한 테크엠수호가 과연 '알브하임(네번째 챕터)'에서도 소소한 과금으로 행복을 찾을지 매우 궁금하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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