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마치고 짐 정리를 하다보니, 어마어마한 양의 빨래 산더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귀차니즘이 심한 밀레니얼+Z세대(MZ세대)인 나는 일상복부터 속옷과 수건까지 한꺼번에 세탁기에 가득 채워 넣으면서 1주일 내내 빨래와의 전쟁에 몰두했다. 매일 '열일'하는 세탁기 덕분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가 싶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바로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하는 비싼 옷들이였다.
"빨래 없는 생활의 시작"
순간 비대면 모바일 세탁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런드리고'가 생각났다. 마침 런드리고에서 최근 전용 세탁물 수거함 '런드렛'이 없어도 당일 세탁 주문이 가능한 '1회 이용 서비스'가 출시됐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한번 이용해보기로 했다.
잠들기 전 문 밖에 내놓으면 하루 만에 빨래 끝!
우선 드라이클리닝이 필요한 하얀색 정장과 커튼, 겨울용 이불을 런드리고에 맡겨보기로 했다. 스마트폰으로 런드리고 앱을 다운로드 받은 뒤, 회원 가입을 하고 내게 필요한 세탁 요금제를 살펴봤다. 런드리고 세탁 요금은는 '월정액' 혹은 '자유이용' 두 개로 나눠져 있다.
기자는 ▲정장 재킷 ▲정장 바지 ▲이불 ▲커튼 3개 ▲원피스를 자유이용으로 맡겼다. 세탁을 맡기기 전 '안심 정찰 가격표'를 통해 예상 금액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피스 수선비(4000원)와 일반 커튼 3개(각 1만5000원), 정장 재킷(7500원), 정장 바지(4500원), 수거배송비(3500원)까지 총 7만6500원이 필요했다.
세탁소가 집에서 거리가 꽤 멀어 이 많은 세탁물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런드리고에서는 세탁물을 구분해 쇼핑백이나 비닐에 담아 밤 11시 전에 수거 신청을 누르면 끝이다. 얼마나 편리해진 세상인가.
세탁물을 맡기기 위해 런드리고 앱에서 수거/배송 주소를 입력하고, 수선 맡길 의류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결제가 가능한 카드 정보를 입력 후 '오늘 밤 수거 신청하기'를 누르자 신청이 완료됐다. 이 모든 과정에 걸린 시간은 3분이 채 안됐다.
일명 나만의 빨래 바구니라고 불리는 런드리고의 '런드렛(큰 세탁 보관 상자)'은 두번째 이용부터 쓸 수 있기 때문에, 비닐봉투나 쇼핑백에 세탁방법 별로 나눠서 표시를 해두고 11시 전 집 앞에 내놨다. 자고 일어나니 '수거완료 안내 알림톡'이 카톡으로 도착했다. 배송 기사님이 내 세탁물을 오전 3시 40분쯤 수거해 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거부터 배송까지 모두 '비대면'...친환경 '갬성'은 덤
런드리고를 이용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수거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이 비대면으로 이뤄진다는 점이였다. 런드리고는 퇴근 후 늦은 밤에 세탁물을 맡기더라도 배송기사님과 만날 필요가 없고, 기존 세탁 시 들어가는 나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또 내가 맡긴 세탁물이 어디에 있는지 등의 세탁물 진행 상황을 앱을 통해 손쉽게 알 수 있다는 점도 편리했다.
런드리고에 세탁물을 맡긴지 하루가 지난 다음날 아침, 문 앞으로 세탁이 모두 끝난 내 옷들이 런드렛과 함께 배송됐다. 런드렛은 세탁물이 외부로 보이지 않게끔 되어 있었다. 또 분실 우려를 대비해 런드렛 안심고리가 부착돼 있었다. 런드렛을 열어보니 내가 맡긴 세탁물들과 함께 '친환경 감성'이 뿜뿜하는 세탁 비닐이 눈에 띄었다.
런드렛 세탁 키트는 세탁물의 종류에 따라 이용할 수 있게끔 ▲물빨래용 바구니 ▲이불 팩 ▲신발용 비닐 ▲속옷용 세탁망 ▲옷걸이 등으로 구성돼 있다. 런드리고는 전문 재활용 업체와 협력해, 세탁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박스나 패키지를 사용하지 않고, 세탁 비닐은 재활용한다. 세탁물들은 검수와 세탁, 건조, 패킹까지 모두 체크했다는 표시가 적혀 있었다.
세탁 비닐을 벗기니 풍기는 포근한 섬유유연제 향이 나를 반겼다. 세탁이 까다로운 흰색 정장과 얼룩진 오래된 이불, 커튼 등이 런드리고를 통해 새 것처럼 깨끗해져 돌아왔다. 마치 5성급 호텔의 런드리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빨래도 구독하세요" 모든 가정에 빨래 없는 삶을 꿈꾸는 런드리고
최근 런드리고는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증가한 덕분에 고속 성장 중이다. 지난 2019년 출시된 런드리고는 지난달 산업은행을 비롯해 알토스벤처스, 디에스자산운용, 삼성벤처투자,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의 대거 후속 투자로 총 5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유치했다.
'올드'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세탁 서비스 시장에 런드리고는 젊고 스마트한 느낌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나가고 있다. 특히 집안일을 할 여유가 없는 1인 가구나 맞벌이 부부, 빨래 양이 많은 가구 등을 타겟으로 '세탁 구독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진 런드리고는 "모든 가정에 빨래 없는 삶을 꿈꾼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직접 런드리고 서비스를 이용해보니, 드라이클리닝이나 손이 많이 가는 수선 등은 앞으로 런드리고를 통해 맡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부피가 큰 런드렛을 집 안에 계속 보관해두고 있어야 한다는 점, 실시간 세탁 Q&A 등의 고객 관리 서비스 등은 런드리고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보인다.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는 "100% 오프라인에만 의존했던 세탁 산업을 런드리고만의 비대면 방식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면서 모바일 시장을 개척해 왔다"며 "아직 모바일 세탁 산업이 극초기 단계인만큼 향후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모바일 혁신을 주도하고, 글로벌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