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세계적 권위 ICCV서 나란히 승전보
산학 연계 기반한 공격적 투자가 기술력 확보로 이어져
국내 양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연구 역량을 해외서 인정받고 있다. AI 선행 연구 조직을 앞세운 네이버와 AI 연구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연구 논문이 유수의 글로벌 학회에서 채택, 토종 AI의 기술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세계 최고 권위 '국제 컴퓨터 비전 학회'(ICCV)에서 나란히 AI 기술 역량 두각을 나타냈다. ICCV는 매해 1600개 이상의 논문이 제출되는 세계적인 컴퓨터 비전 학회로 오픈 전, 경쟁 챌린지를 진행한다.
네이버는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학회에서 네이버랩스유럽, 라인과 함게 총 13개 논문을 정규 세션에서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 중 한 논문은 약 3%의 연구에만 주어지는 구두(Oral) 세션 발표 기회를 얻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네이버는 2017년부터 ICCV에 참가해 왔다. 이후 AI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면서 채택 논문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네이버는 ICCV에서 실제 서비스에 적용 가능한 논문도 발표했다. 훨씬 적은 양의 손글씨 데이터로도 글꼴을 효율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기술과 네이버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는 이미지 인식 기술 등이 담겼다.
카카오브레인은 ICCV의 '2021 VALUE Challenge(벨류 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벨류 챌린지는 인공지능의 영상 인식과 이해 능력을 평가하는 대회다. 비디오와 자연어를 동시에 이해하는 인공지능 모델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영상을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 기술 수준이 당락을 가른다.
대회서는 ▲영상 내 비디오 정보와 문자 정보를 가지고 AI가 앞뒤 맥락을 유추해 문제에 대한 답을 해결하는 과제 ▲긴 비디오와 문자가 주어졌을 때 비디오 내 특정 클립을 찾는 과제 ▲비디오를 보고 이를 설명하는 캡션을 자동 생성하는 과제 등 총 세 가지 과제가 주어진다. 카카오브레인은 첫번째 과제에서 1등에 오르며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러한 성과는 양사가 AI 기술력 개발에 공을 들인 결과다. 네이버는 AI 연구개발(R&D)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기반으로, 국내∙외 연구기관들과 산학 협력 등을 진행해왔다. 네이버는 매출의 약 25%를 R&D에 투자해왔고, 특히 AI 분야의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카카오는 연구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머신러닝 방법론, 로보틱스, 강화학습, 자연어처리, 음성인식 및 합성, 의료진단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기원 등 국내외 다양한 기관과 학계, AI 커뮤니티와 제휴·교류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AI 개발력 확장에 공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산업의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AI만큼은 외산 기업에 종속되지 말아야한다는 의무감 탓이다. 인터넷 시대에 접어든 이후, 전세계 주요 국가 모두 미국의 인터넷 기술에 종속됐다. 하지만 한국은 지도 반출 이슈가 불거질 당시에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 토종 인터넷 기업의 자립 덕에 데이터 주권을 지켜냈다. 문제는 데이터 시대의 핵심이 AI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AI가 데이터 독립을 지키는 핵심 열쇠가 된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AI 개발 경쟁이 미래의 AI 생태계 주도권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취사선택, 고도화하는 모든 방식이 AI로 이뤄지고 있어 AI 주도권을 쥔 기업이 미래 시대를 주도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효정 세종사이버대학교 컴퓨터·AI 공학과 교수는 "지금의 개발 경쟁은 미래 AI 생태계 주도권 경쟁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AI 알고리즘을 학습시키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에 보통 기존 학습된 모델을 응용하는 전이학습 방식으로 AI를 개발한다"며 "결국 가장 선도적인 모델을 개발한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